[집중리포트] 1부. 뇌파, 궁금한 이야기
명상은 다양한 전통적 특수성이 있어서 일관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공통적으로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며, 휴식을 취하거나 마음을 훈련시키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현대인들이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해 명상 훈련을 하는 것은 그리 어색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이러한 명상의 효과는 개별적인 체험의 범주를 벗어나 수많은 연구를 통해 그 효과가 입증되고 있습니다. 특히 뇌활동을 시각화하는 뉴로이미징 기술이 발전하면서 뇌와 명상의 관계를 밝히는 연구들이 진행되고, 그 연관성이 논문으로 꾸준히 발표되고 있습니다.
뉴로이미징은 신경계의 구조와 기능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찰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대표적으로 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e),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 MEG(Magnetoencephalography) 그리고 EEG(Electroencephalography)를 들 수 있습니다.
이중 EEG는 뇌의 활동으로 발생하는 전기적 신호를 감지하여 밀리 초 단위로 뇌파의 변화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명상 연구에서도 EEG를 많이 활용합니다. 근래에 와서는 뇌파 측정을 좀 더 간편하게 할 수 있는 휴대용 EEG 기기 개발로 더욱 다양한 연구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뉴로이미징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명상이 심신 안정뿐 아니라 통증, 불안, 우울증을 완화하고 인지 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차츰 밝혀지고 있습니다.
명상이 청소년들의 학습 능력 향상이나 스트레스 조절에 도움이 된다는 점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인지 능력에도 직접적인 효과를 미친다는 사실은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단서는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뇌파 변화를 측정해 명상의 효과를 입증한 연구들
중장년기에 노화가 진행되면 신체 능력뿐 아니라 인지 능력도 서서히 감퇴합니다. 대표적으로 기억력을 들 수 있습니다. 나이 듦에 따라 진행되는 노화는 자연의 섭리이나, 노화의 속도는 개인별 편차가 크게 나타납니다. 누군가는 노화가 상대적으로 천천히 일어난다는 이야기입니다. 노화의 편차를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명상이 노화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낯선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명상의 노화 방지 효과는 기존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09년 저명한 학술지 <Neuroimage>에 게재된 논문을 살펴보면, 오랜 기간 명상 훈련을 한 그룹의 경우 일반인에 비해 기억력과 깊은 관련이 있는 해마(Hippocampus) 영역의 부피가 더 큰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그 외 연구들에서도 명상 훈련이 기억력 감퇴 예방뿐 아니라 회복에도 효과가 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처럼 명상이 중장년층의 인지 능력 감퇴 예방과 회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확인됐지만, 성장기 청소년들의 인지 능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는 아직 충분한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경험적으로 명상이 학업 성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침을 알고 있지만 이에 대한 학술자료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때문에 한국뇌과학연구원은 청소년기 학생들을 대상으로 명상이 인지능력, 특히 작업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때 명상 훈련 후 뇌활동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서 휴대용 EEG를 활용해 작업기억력 과제 수행에 따른 뇌파의 변화를 함께 살펴봤습니다. 작업기억력은 기억된 정보를 이용하여 의사결정 및 추론을 하는 데 활용되는 능력으로, 단순히 정보를 기억하는 단기기억력과는 구분됩니다.
우리는 학생들이 짧은 시간동안 효율적인 명상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동적 명상의 하나인 ‘HSP짐’ 동작 세 가지를 매일 9분 간 2회, 총 3주간 수행하도록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그리고 3주간의 명상 훈련 전과 후 작업기억력의 변화를 측정했습니다.
▲ 동적 명상인 ‘HSP짐’ 훈련 후 베타 파워와 작업기억력 간의 연관관계를 나타낸 그래프. 베타 파워가 변화한 만큼 작업기억력이 향상된 결과를 얻었다.
▲ 동적명상 중 하나인 'HSP Gym' 훈련 장면 (= 한국뇌과학연구원)
분석 결과 3주간 명상을 한 학생들의 경우 일반 학생들에 비해 유의미하게 작업기억력이 향상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작업기억력을 관장하는 것으로 알려진 배측전전두엽(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에서 작업기억력과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이는 뇌파의 변화를 밝혀냈습니다.
이는 그림과 같이 명상 훈련으로 해당 뇌 영역의 뇌파 중 베타 파워가 변화한 만큼 작업기억력이 향상됐음을 의미합니다. 베타 신호와 관련된 뇌신경 활동은 작업기억과 관련 없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필터링 하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습니다. 이 논문(Meditative Movement Affects Working Memory Related to Neural Activity in Adolescents:A Randomized Controlled Trial)은 2020년 국제저널 <Frontiers in Psychology>에 게재됐습니다.
위와 같은 연구들을 통해 우리는 명상이 중장년층의 인지 능력뿐 아니라 성장기 청소년의 인지 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뇌파와 작업기억력의 연관성 분석을 통해 명상 훈련이 뇌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침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인지 능력 외에도 명상이 가져다주는 다양한 효과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명상에 대한 논문 편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고, 앞으로도 더 많은 명상의 효과들이 연구를 통해 증명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다만 그 효과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해도 명상이 가져다 줄 다양한 선물을 누리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글. 강호중 한국뇌과학연구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