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제를 사용했을 때의 뇌파는 자연 수면 뇌파와 같을까?

집중리포트_뇌파 활용, 어디까지 가능한가?

브레인 87호
2021년 07월 17일 (토)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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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리포트] 1부. 뇌파, 궁금한 이야기

수면욕은 식욕과 마찬가지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충족해야 하는 욕구입니다. 욕구를 충족시키려면 양과 질이 다 적정해야 합니다. 양질의 음식을 적정량 먹어야 만족스러운 식사가 되듯, 잠도 적정한 시간 동안 질 좋은 수면을 취해야 개운한 아침을 맞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불면증,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같은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이들이 무척 많습니다. 수면장애는 피로감과 무력감을 누적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건강을 해치고, 위험한 사고를 유발하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수면장애를 습관으로 받아들이며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수면의 질을 파악하는 뇌파 검사 

성인의 하루 권장 수면 시간은 보통 8시간이지만 사람마다 적정 수면 시간은 다를 수 있습니다. 짧은 시간 자도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있고, 9시간 정도 자야 눈이 떠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숙면의 조건을 얘기할 때는 수면 시간보다 수면의 질이 더 중요합니다.  

수면의 질은 잠잘 때의 뇌파를 검사하면 알 수 있습니다. 뇌파(EEG, Electroencephalography)란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입니다. 뇌는 뇌세포들과 그들을 연결하는 신경섬유들이 복잡하게 전기회로 형태로 얽혀 있는 우리 몸의 중심 컴퓨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컴퓨터는 우리 몸의 여러 감각 정보, 즉 시각•청각•후각•촉각 등을 받아들여서 종합적으로 느끼고 연합하고 추론하고 판단하여 결정한 정보를 다시 몸의 각 부분으로 송출하여 적절한 운동과 반응을 통제합니다.  

이런 과정이 연속으로 반복되어 일어나면서 뇌세포들 사이에서 아주 복잡한 전기신호가 발생하고, 이는 연결된 신경세포로 전달됩니다. 이때 신경세포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전기신호를 기록한 것을 뇌파라고 합니다. 뇌파는 측정하는 위치에 따라 뇌 조직 안쪽으로 전극을 찔러 넣어서 기록할 수도 있고, 뇌 표면에 밀착시켜 기록할 수도 있으나, 일반적으로 뇌파라고 하면 안전하게 머리 피부 표면에서 기록하는 ‘두피 뇌파(scalp EEG)’를 이야기합니다. 

자연 수면과 약물 유도 수면의 차이 

수면 중인 사람은 눈을 감은 채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의사소통도 되지 않기 때문에 ‘잠잘 때는 뇌도 쉬는 시간이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잠자는 동안의 뇌는 깨어있을 때와 다른, 아주 중요한 일을 수행합니다. 그래서 깨어있을 때와 잠들었을 때 우리 뇌에서는 다른 종류의 뇌파가 발생하고, 뇌파의 패턴도 다르게 나타납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잠들었을 때의 뇌파와 수면제를 복용하거나 수면마취 상태에서의 뇌파는 서로 다른 점이 있을까요? 세 가지 수면 모두 겉으로 보기에는 차이가 없고, 어쨌든 잠을 자고 있는 상태이니 뇌파 반응도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상식적인 판단일 겁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약물로 유도된 수면 뇌파와 자연 수면 뇌파는 다르게 나타납니다.  

우선 수면제와 수면마취제의 차이부터 짚어보겠습니다. 둘 다 수면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큰 분류상으로는 수면제와 수면마취제 모두 ‘수면제(수면 유도 약물)’에 속합니다. 그 중 마취 상태에서 여러 가지 시술이나 수술을 해도 문제가 없는 상태에 도달하게 하는 약물을 수면마취제라고 따로 분류합니다.  

수면 유도 약물인 수면제나 수면마취제를 복용하면 외형적으로는 잠이 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뇌 활동을 억지로 잠재운 상태입니다. 만약 술을 잔뜩 마시고 잠든다면 자는 동안 피로 회복이 제대로 될까요? 곤하게 늘어져서 자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피로 회복 효과는 매우 떨어질 것입니다. 수면제나 수면마취제를 복용한 경우에도 수면 중 피로 회복 효과가 자연 수면에 미치지 못하고, 수면 시 뇌가 수행하는 인지 기능 강화 작용도 약화합니다.  

물론 잠들지 못하는 불면 상태보다는 약물에 의한 수면 상태가 상대적으로 나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자연 수면에 비하면 모든 면에서 수면 효과가 떨어지고, 뇌파 측면에서도 자연 수면 뇌파와 약물에 의해 유도된 수면 뇌파는 다른 패턴으로 기록됩니다.  

수면 중 뇌파의 특징은 강한 동조화(synchronization) 현상입니다. 동조화 상태를 통해서 수면 중 피로 회복과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 기능 향상 등의 중요한 과정이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수면제나 수면마취제 같은 약물에 의해 유도된 수면 중에는 동조화 현상이 저하됩니다. 이는 곧 약물 유도 수면이 자연 수면에 비해 피로 회복, 기억력과 인지 기능 향상 효과 측면에서 부족한 수면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연하게도 우리에게는 약물을 사용하지 않는 자연적인 수면이 최종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불가능해서 일시적으로 수면 유도 약물을 사용하더라도 그 약물들의 의존성, 습관성, 중독성 등을 반드시 기억하여 최소량으로 단기간 사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생활 습관을 점검해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들을 없애고 운동과 일광 노출을 늘이면서 건강한 수면을 취해야겠습니다. 

글 이일근 / 서울브레인신경과 원장. 신경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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