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파로 생각을 읽을 수 있을까?

집중리포트_뇌파 활용, 어디까지 가능한가?

브레인 87호
2021년 07월 17일 (토)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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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리포트] 1부. 뇌파, 궁금한 이야기

일론 머스크(Elon Musk), 생각만으로 게임하는 뉴럴링크 원숭이 공개 

뇌파 신호를 통해 몸을 움직이지 않고 생각만으로 기기를 제어할 수 있을까. 마치 텔라파시처럼 말이다. 

▲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에 올린 실험영상

4월 9일, 세계적인 혁신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뉴럴링크가 뇌에 컴퓨터 칩을 심은 원숭이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 영상을 트위터에 게재했다. 3분 27초 분량의 영상에서 원숭이는 조이스틱을 잡지 않고 뇌 활동만으로 화면 속 막대를 자신이 원하는 위치로 움직이는 게임을 하는 모습이 담겼다.  

초기 실험에 참여한 9살 원숭이는 화면상의 막대를 조종해 움직이는 공을 받아내는 ‘퐁’이라는 비디오 게임을 학습했고, 이후 비디오 게임 화면 앞에 있는 빨대를 통해 바나나 스무디를 마시면서 게임을 진행했다.  

일론 머스크는 이 영상을 ‘멍키 마인드퐁(Monkey Mindpong)’ 실험이라고 소개하면서 “원숭이가 뇌 속 칩을 이용해 텔레파시로 비디오 게임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실험을 토대로 인간 두뇌에 이식할 칩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뉴럴링크’는 조이스틱을 붙잡은 원숭이가 손과 팔을 움직여 게임을 하는 동안 뇌에서 발생하는 신경 정보를 2000개의 작은 전선과 연결된 컴퓨터 칩을 통해 데이터화하는 식으로 뇌 작용과 조이스틱의 움직임을 연동시키는 모델링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뉴럴링크는 원숭이가 조이스틱을 잡지 않더라도 뇌에서 발생하는 신경 정보만으로 비디오 화면상의 막대가 움직이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뉴럴링크(Neuralink),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뇌연구 스타트업  

뉴럴링크는 전기차 양산, 우주여행, 화성 식민지 개척 등 실험적 프로젝트로 주목받아온 일론 머스크가 인간 뇌와 컴퓨터 결합이라는 새 도전 과제를 제시하며 2017년 3월 설립한 뇌연구 스타트업. 

뉴럴링크는 ‘신경 레이스(neural lace)’라고 부르는 기술을 개발한다. 생각을 업로드하고 다운로드할 수 있는 작은 전극을 뇌에 이식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창업팀 일원으로 알려진 맥스 호닥(Max Hodak)은 아직 ‘배아’ 단계로 묘사했다. 호닥은 인터넷을 통해 접근 가능한 로봇 실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트랜스크립틱(Transcriptic)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머스크가 제안한 것은 ‘피질 직결 인터페이스(direct cortical interface)’이다. 컴퓨터와 두뇌를 연결함으로써 인간이 더 높은 수준의 기능에 도달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인간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속도로는 AI의 빛처럼 빠른 정보 처리 속도를 당해낼 수 없으므로 아예 뇌를 컴퓨터화해 AI와 맞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뉴럴링크는 지난해 8월엔 뇌에 칩을 심은 돼지를 선보여 화제를 불러 모으기도 했다. 돼지에 이어 이번에는 원숭이 뇌에 칩을 심은 것이다. 뉴럴링크의 목표는 단기적으로 무선 칩을 통해 뇌 질환 및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향후 뉴럴링크가 개발하는 무선 칩은 ‘인간과 인공지능(AI)의 공생’이라는 개념에서부터 머스크 CEO가 주창한 ‘개념적 텔레파시(conceptual telepathy·글을 쓰거나 말하지 않고도 서로의 생각을 전자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활용 영역이 무궁무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0대 유망 기술 BCI(Brain-Computer interface), 핵심은 ‘뇌파’ 
 

미국 MIT 대학과 세계경제포럼 등에서 10대 유망 기술로 선정된 BCI(Brain-Computer interface). BCI 기술이란 사람의 뇌 활동을 측정하여 생각, 의도, 감정 등을 분석하고 이러한 정보를 명령으로 변환하여 다양한 외부기기를 제어하거나 사용자의 의사, 의도를 외부에 전달하는 기술 말한다.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키보드와 마우스가 사용하여야 하지만 뇌파로 기기를 조작하는 BCI 기술을 사용하면 어떤 신체적 움직임 없이 생각하는 것만으로 명령을 내리고 기기를 움직이게 할 수 있다.  

‘뇌파(EEG)’는 우리의 생체에서 직접 발생하는 신호이기 때문에 특정 동작 없이 컴퓨터나 기계를 작동시킬 수 있고 두피에 시술하지 않는 비침습형 방식을 이용하기 때문에 인체에 아무런 해가 없다. 또한 뇌파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받아 사용할 수 있어 응답 속도의 차이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밸류에이츠는 BCI 시장 규모가 연평균 14.3%씩 성장해 오는 2027년에는 35억85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라,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은 범국가적 차원의 연구와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이미 2013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당시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를 출범시켰고, 같은 해 유럽연합(EU)은 인간 뇌 프로젝트(Human BrainProject)를 진행하였다. 민간 차원에서도 국내외에서 뇌파를 이용해 드론을 조종하거나 자율주행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생각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사물을 조작하는 기술이 현실화되고 있는 BCI 기술은 뇌파 형태로 전달되는 두뇌 속 전기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한 다음, 그 내용을 해석해 전자 기기나 로봇을 조작한다.  

1970년대부터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지만, 두뇌에서 나오는 미약하지만 복잡한 전기 신호를 측정하는 첨단 센서(전극 장치)와 AI(인공지능) 기반 데이터 분석 기술이 발전한 2010년대 들어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이 외에도 정량 뇌파(QEEG)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신경정신과적 증상을 개선하거나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데 뉴로피드백(neurofeedback)이 범용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국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약물치료의 한계에 부딪히며 뉴로피드백에 대한 관심과 도입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뇌의 목소리 뇌파(EEG), 언제부터 측정되었나? 

1875년 영국의 생리학자인 R.케이튼은 처음으로 토끼와 원숭이의 대뇌피질에서 나온 미약한 전기활동을 검류계로 기록하였다. 사람의 경우, 1924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인 H.베르거가 처음으로 기록하였다. 뇌의 활동에 따라 일어나는 전류, 바로 뇌파를 말한다. 

뇌파는 뇌기능의 일부를 표시한다. 현재로서는 고등한 정신현상, 예를 들면 사고나 감정, 의지 등은 뇌파의 파형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뇌 전체의 활동상태, 예를 들면 눈을 뜨고 있는지, 잠을 자고 있는지에 대한 의식 수준 정도는 뇌파에 상당히 정확하게 나타나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뇌파는 이제 단순히 사람의 상태를 나타나는데 사용되는 것을 넘어서고 있다. 일부에서는 뇌파를 이용하여 보안 기술을 개발하여 일부 성공하기도 하였다. 뇌파를 이용하는 기술은 IT 분야와 의료분야를 중심으로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Box] 일론 머스크의 천재성이 발휘된 뉴럴링크 원리 

BCI는 보통 외과 수술로 두개골 속 뇌 표면에 센서를 심어 직접 뇌의 전기 신호를 읽는 ‘삽입형(Invasive)’과 헤드셋 같은 장치로 두피를 통해 간접적으로 뇌의 신호를 읽는 ‘비(非)삽입형(Non-Invasive)’ 두 가지가 있다.  

뉴럴링크는 뇌와 정보를 주고받는 정밀도를 높이고자 두개골에 구멍을 내고 50원짜리 동전 크기의 센서 칩을 삽입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다만 뇌에 직접 전극을 꽂는 기존 삽입형 방식이 아니라 대뇌 피질을 감싸는 외부 보호막인 경막(dura)에 칩을 심어 센서의 탐침이 일으키는 염증이나 감염 등 뇌 손상 우려를 불식하려 한다. 

삽입형 방식은 더 많은 뇌 신호를 측정할 수 있지만, 두개골을 건드리는 외과 수술이 병행된다는 점에서 진입 장벽이 높다. 그래서 뉴럴링크는 관련 수술을 마치 라식 수술처럼 쉽게 만들어주는 칩 이식 수술용 로봇부터 개발했다.  

로봇은 AI로 뇌를 스캔한 후 혈관을 건드리지 않는 범위에서 상당수의 전극을 심고 대뇌의 신호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전극 하나는 약 1만개 정도의 뉴런을 담당하며, 라식수술 정도로 간단하다고 주장한다. 일론 머스크의 천재 엔지니어로서의 능력과 혁신가의 모습이 뉴럴링크에서도 발휘되고 있는 셈이다. 

글. 브레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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