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시보(Placebo effect)란 치료효과가 없는 것으로 간주되는 물질이나 처치를 의미하는데, 임상시험의 컨트롤로서만이 아니라 이것 자체가 하나의 연구대상이 되어 2000년 들어서 특히 그 신경생물학적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가 심도 있게 이루어져 왔다. 플라시보는 ‘위약(僞藥)’이라고도 일컬어지는데 이는 환자에게 약이라고 위장하여 주었을 때 약이 아니지만 약과 같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특징 때문이다.
# 플라시보 약임을 알고 먹을 때도 효과 있을까?
그런데 만약 환자에게 이것은 진짜 약이 아니고 플라시보라는 것을 밝히면 어떻게 될까? 플라시보 효과가 없어질까?
플라시보 연구로 유명한 하버드 의대의 Ted Kaptchuk 교수는 이 재미있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하여 실험을 구상하였다. 2009년에서 2010년에 걸쳐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플라시보 약을 처방한 그룹과 아무것도 처방하지 않은 그룹 사이의 증상을 비교하는 실험이었다.
특이한 점은, 플라시보 약을 처방받은 그룹에서 이 약에는 “설탕과 같이 비활성 물질로 만들어진 플라시보 약은 몸과 마음의 자기 힐링과정을 통하여 과민성대장증후군 증상에 유의미한 개선을 한다는 것이 임상에서 보여져 왔다”라고 써져 있었다.
즉 플라시보 약을 처방받은 그룹은, 이 약이 플라시보이긴 하지만 임상적으로 증상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정보를 받은 것이다. 결과는 플라시보를 받은 그룹이 아무 처치도 받지 않은 그룹에 비해 과민성대장증후군 증상에 유의미한 개선이 보여 졌으며, 충분한 안도 및 삶의 질 향상이 보여진 것이다.
▲ 하버드 의대 Ted Kaptchuk 교수 논문
▲ 하버드 의대 Ted Kaptchuk 교수 논문
# 나에게 주는 긍정 메시지의 힘
즉, 이 연구는 환자들이 약물이 플라시보라고 알고 있어도 적어도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증상의 개선에 있어서 아무처치를 받지 않은 그룹에 비해 유의미한 효과를 나타냄을 보임으로써, 자신의 증상의 개선을 위해 무언가를 하였다는 점 또는 플라시보 약이 증상에 개선을 줄 수 있다는 정보가 이들 환자 몸의 메커니즘을 변화시켰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것은 자신에게 어떤 정보를 주는 지가 자신의 건강을 만드는데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 한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오늘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정보를 스스로에게 전달하고 있는지, 다른 사람에게 어떤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지,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나와 우리 주위, 사회의 건강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있는지, 이 강력한 플라시보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자신의 잠재력에 대한 책임감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은 명상이 아닐까.

글. 양현정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뇌교육학과/융합생명과학과 교수
신경과학 측면에서 명상의 효과, 뇌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하고 있는 양현정 교수는 일본 동경공업대학 생명공학과에서 생명정보(Biological Information)를 전공하여 학사,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2010년부터 기초과학 분야 세계적인 연구소인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다, 2017년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융합생명과학과 교수로 부임했으며 한국뇌과학연구원 부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출처] ‘Placebos without Deception: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in Irritable Bowel Syndrome’, PlosOne, Vol.5, Issue 12,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