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생물의 뇌 속 구석구석을 볼 수 있는 광학 현미경 기술이 개발됐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박정훈 교수는 미국 퍼듀대 교수팀과 공동으로 고해상도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다개구 보정 광학현미경’을 개발했다.
▲ 살아있는 쥐의 뇌 내부를 고해상도로 이미징한 모습. 왼쪽은 뉴런의 구조를 나타내며 오른쪽은 뇌 내부의 면역세포 분포를 나타낸다. 사진제공=UNIST
일반 광학 현미경은 빛으로 세포 같은 미세한 물체를 비춰 상을 확대하고 관찰한다. 이때 관찰대상이 되는 세포나 조직은 얇게 잘라야 한다. 시료가 두꺼우면, 광초점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해 고해상도 이미지를 얻기 어렵다. 이는 빛이 만나는 물질에 따라 굴절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같은 점을 보완하여 ‘다개구 보정 광학현미경’은 살아있는 쥐의 뇌 속 신경세포와 혈관 등 생체 내부 깊숙한 곳을 고해상도로 보여준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넓은 영역의 생체조직 내부를 현미경으로 실시간 관찰 가능하다.
▲ 살아있는 쥐의 뇌 속을 관찰하는 장면 사진제공=UNIST
박정훈 교수는 "생체조직을 통과하면서 여러 번 산란된 빛은 기존에 목표했던 경로를 벗어나기 쉽다”며 “빛이 입사되는 파면 모양을 특수하게 설계하면 복수산란으로 일그러진 빛의 경로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한 발 더 나아가 다개구(Multi-Pupil) 현미경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넓은 영역’에서 고해상도 이미지를 얻는 기술이다.
▲ 박정훈 UNIST 생명과학부 교수 / 사진제공=UNIST
다개구 현미경은 하나의 대물렌즈를 마치 여러 개의 독립적인 렌즈처럼 사용하는 신기술이다. 연구진은 총 9개의 독립적인 개구를 구현해 서로 다른 깊이에 대한 정보를 동시에 얻었다. 살아있는 쥐의 뇌에서 고해상도 뉴런 분석과 미세아교세포의 면역 활동은 물론 뇌혈관의 깊이별 동역학까지 관찰한 것이다.
박정훈 교수는 “뇌 활동을 이해하려면 넓은 영역에 분포된 뇌세포 사이에서 역동적인 연결 관계를 직접 봐야한다”며 “이번 기술로 뇌뿐 아니라 살아있는 생체조직 깊숙이 고해상도로 실시간 관찰할 수 있는 창(window)이 생긴 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신개념 다개구 보정광학 현미경을 이용하면 생명현상을 자연 상태 그대로 관찰할 수 있다"며 "현재 실험실에 국한돼 있는 광학 현미경 기술을 임상으로 확대할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대했다.
이 연구 결과는 생화학 연구방법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가 있는 ‘네이처 메소드’ 9일자에 실렸다.
글. 김영철 인턴기자 kyc07063@naver.com / 사진. 울산과학기술원(UN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