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한번 증상이 시작되면 멈추지 않고 삶을 잠식해나간다. 지금까지 알려진 치료 방법으로는 병의 진행을 완전히 막을 수 없어 고령화 시대의 그늘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국내 연구진이 뇌 속에서 치매 원인물질이 확산되는 경로를 찾아내 치매를 예방하거나 막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해부학세포생물학교실 윤승용 교수 연구팀은 최근 반도체 제조 기술을 응용해 베타 아밀로이드가 뇌의 특정 부위에 쌓이면서 다른 부위로 전파되어가는 경로를 알아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 윤승용(사진 왼쪽) 교수와 김동호 교수(사진 오른쪽).
전체 치매 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은 뇌 세포막에 있는 단백질 성분이 대사되는 과정에서 베타 아밀로이드와 같은 이상 단백질이 생성된다. 이것이 뇌 안에 쌓이면서 뇌신경세포간의 연결을 끊거나 뇌세포를 파괴시켜 치매 증상을 일으킨다.
치매 발현에 가장 주요한 역할을 하는 베타 아밀로이드가 뇌 안에 쌓이는 과정에 대한 연구는 있었다. 하지만 뇌 안에서 어떻게 확산되는지의 전파 기전에 대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베타 아밀로이드의 전파경로를 관찰하기 위해 반도체 제조 기술을 응용해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미세통로를 만들었다. 그리고 뉴런 신경세포는 통과하지 못하지만 신경세포의 한 구성요소인 축삭돌기(axon)는 통과할 수 있도록 굵기를 조절했다.
이에 베타 아밀로이드를 형광 처리하여 축삭돌기 칸에 투여하고 관찰한 결과, 베타 아밀로이드가 축삭돌기 끝 부분을 통해 미세통로를 거쳐 신경세포체에 역방향으로 전달된 후 순차적으로 다음 신경세포로 전파되는 것을 확인했다.
▲ A단계: 베타 아밀로이드를 형광 처리하여 축삭돌기에 투여, B단계:베타 아밀로이드가 축삭돌기 끝부분을 통해 미세통로를 거쳐 신경세포체에 역방향으로 전달, C단계: 베타 아밀로이드가 순차적으로 신경세포로 전파
윤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치매를 일으키는 핵심 원인물질 중 하나인 베타 아밀로이드 전파를 통해 치매가 악화되는 기전을 확인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치매 원인물질이 신경 네트워크를 통해 전파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후속 연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치매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거나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릴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의학 전문 학회지 ‘신경과학저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글. 신동일 기자 kissmesdi@daum.net ㅣ 사진, 자료. 서울아산병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