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구진이 과학계의 오랜 숙제인 뇌 기능 조절 물질의 이동 통로를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기능커넥토믹스 연구단 황은미 박사팀과 이창준 박사팀, 박재용 경상대 의과대학 교수팀이 공동으로 뇌 기능 조절물질인 포타슘의 이온농도를 조절하는 통로를 발견했다고 6일 밝혔다.
발견된 통로는 뇌의 핵심기능인 신호전달 물질이 통과하는 통로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뇌를 구성하는 대표적 세포는 신경세포와 성상교세포이다. 신호 전달이 이루어지는 신경세포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주변의 성상교세포가 스펀지처럼 포타슘 이온을 흡수해야 한다.
포타슘 스펀지 역할은 성상교세포에서만 발견되는 유일한 현상으로 신경세포 외부의 포타슘이온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는 포타슘 이온이 어떤 통로를 통해 이동하는지 알 수 없었다.
연구팀은 이온이 이동하는 통로를 밝히기 위해 갓 태어난 생쥐의 뇌에서 성상교세포를 분석하고 트윅(TWIK-1)과 다양한 자극에 반응해 포타슘을 통과시키고 세포막 전위를 결정하는 데 관여하는 트렉(TREK-1) 2개의 이온통로만이 존재함을 알 수 있었다.
▲ 성상교세포의 포타슘이온 농도 조절과 뇌기능에 관한 모식도
연구진은 2개의 이온 통로가 포타슘 스펀지 역할의 핵심이라고 판단하고 유전자 조합 및 바이러스를 활용해 각각의 이온통로의 활동을 조절한 결과를 관찰했다. 그 결과 2개의 이온통로들은 개별적으로 작용할 때는 기능을 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뇌가 정상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뇌에 존재하는 칼슘이나 포타슘(칼륨) 등 다양한 이온들의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칼륨이라고 알려져 있는 포타슘 이온은 농도가 갑자기 증가하게 되면 심한 경우 발작이나 경련 등이 일어나고, 반대로 농도가 낮아지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가 일어난다.
이처럼 이온의 농도가 미치는 영향은 이미 많은 연구로 밝혀진 반면, 이 이온들이 어떤 통로를 통해 이동하는지는 그동안 오랜 숙제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이온통로들이 화학적 결합을 통해 새로운 단백질로 합성돼야 이러한 기능이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다. 이와 함께 이번에 발견한 이온통로가 글루타메이트가 배출되는 통로라는 사실도 발견했다. 글루타메이트는 세포간에 신호를 전달하는 뇌의 핵심요소이다.
▲ 황은미 박사
KIST 황 박사(논문 1저자)는 “이번 연구를 통해 포타슘 스펀지 역할의 이온통로를 확인했고 포타슘이온 농도의 조절실패로 인한 뇌전증, 우울증, 불안장애 등의 신경계 질환에 대한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추진하는 세계적인 연구센터 개발사업(WCI)과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MRC)의 일환으로 수행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온라인판 5일자에 게재됐다.
글.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