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롯한 동북아 지역에서 예로부터 즐겨오던 ‘바둑’이 두뇌의 기능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 연구팀은 뇌 영상연구를 통해 장기간의 바둑훈련이 두뇌 기능을 발달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신경과학에 관한 최신동향을 담고 있는 ‘프론티어스 인 휴먼 뉴로사이언스(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 10월호에 게재됐다.
재단법인 ‘한국기원’과 같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협회 소속의 평균 12.4년 바둑을 훈련한 바둑 전문가를 대상으로 뇌의 기능이 일반인들과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를 규명하고자 했다.
연구에서는 17명의 바둑 전문가(비교군, 평균 연령 17세, 남: 14명, 여: 3명)와 16명의 일반인(대조군, 평균 연령 17세, 남: 12명, 여: 4명)을 대상으로 MRI 영상의 하나인 fMRI(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를 촬영했다.
fMRI는 뇌 혈액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의 농도 변화를 측정하여, 뇌 신경세포의 활동 정도를 알아보는 검사이다.
비교군과 대조군은 뇌 기능을 명확히 검사하기 위해, 검사 전 외부 자극 없이 충분한 휴식을 취한 상태에서 fMRI를 촬영했다.
▲ 바둑전문가들에서 우측 편도체(Amygdala), 측좌핵(Nucleus accumbens)과 안와전두엽 사이에서 유의한 기능적 연결성의 증가가 관찰되었음.(자료=서울대학교병원)
그 결과 비교군이 대조군보다 정서적 처리와 직관적 판단에 관여하는 편도체와 안와전두엽 부위의 기능이 활성화됐다. 공간적 위치정보를 처리하는 두정엽 부위에서도 같은 현상이 관찰됐다.
▲ 바둑전문가들은 일반 성인에 비하여 우측편도체와 안와전두엽 사이의 기능적 연결성의 증가가 현저히 증가되었음.(자료=서울대학교병원)
즉 바둑 전문가는 일반인보다 정서적 처리, 직관적 판단을 처리하는 뇌 부위들이 서로 잘 연결되어 있다. 이는 하나의 자극에 대해 일련의 목적에 부합하는 역할을 더욱 잘 수행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공간적 위치정보를 처리하는 두정엽 부위도 마찬가지다.
권 교수는 “이러한 발견은 인간의 뇌 기능을 이해하는데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장기간 반복된 수련을 통하여 뇌 기능이 변화할 수 있다는 기존 가설을 지지해주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한편, 권 교수 연구팀은 이미 지난 2010년 한국기원과의 협력으로 오랜 기간 바둑훈련을 받아온 프로바둑 기사들이 대뇌 백질의 해부학적 연결성이 증가해있음을 뇌영상 학술지인 ‘뉴로이미지(Neuroimage)’에 게재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이에 한발 더 나아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통하여 기능적 측면에서 뇌의 연결성을 분석했다.
글. 신동일 기자 kissmesdi@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