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피질, 눈에 보이는게 다가 아니다

브레인 탐험 04

브레인 39호
2013년 03월 31일 (일)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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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사진기처럼 정보를 그대로 뇌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 당신들의 역할은 시각정보를 각각의 요소별로 정리하고 종합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되나?

훗, 개런티가 얼만데 그것만 할 수 있나? 두정엽 쪽의 시각피질, 특히 오른쪽이 손상되면 몸의 왼쪽 방향에서 들어오는 모든 정보는 무시된다. 마치 세상과 몸의 왼쪽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게 된다. 이처럼 본다고 해서 다 보는 것이 아니다. 본다고 느끼는 것, 주의를 기울이는 감각, 생각을 한다는 것 그 자체에도 우리는 관여하고 있다. 또 역으로 의식과 감정을 시각정보로 바꾸기도 한다.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부분은 이해되지만 어떻게 의식과 감정이 시각정보 자체를 바꿀 수 있나?

V1과 V2가 처리한 작품들은 다른 영역으로 전해지고 역으로 각 영역의 끊임없는 정보교환과 비평이 이루어진다. 인간의 시각은 생각보다 선택적이며 실제로 사물을 본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인상에 불과하다. 무엇을 보느냐, 무엇 때문에 보느냐에 따라 눈은 다르게 움직이고 최종적인 정보가 달라진다. 우리의 시각은 사물의 정보와 함께 과거의 기억, 상상력, 사물과 사건에 대한 감정과 판단 등 의식적인 부분의 결합이다.

로마의 카이사르가 말한 것처럼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존재”이기도 하다. 반면에 의식하고 있는 시각이 착각하는 부분을 무의식에서는 바르게 처리하기도 하는데, 이는 각각의 영역과 경로가 어느 정도 독립해서 기능하고 보완하기 때문이다. 이 바닥이 늘 그렇듯 시각도 여러 영역과 계층의 경쟁과 연합이다.

우리의 시각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인가?

눈에 보이는 것이 절대적이지는 않다는 의미다. 착시라는 현상도 우리 뇌가 유연하게 시각정보들의 빈곳을 채우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때로는 지나쳐서 환각이 일어나기도 하고 얼굴 인식에 특화된 뉴런들 때문에 구름, 연기, 지형을 보고도 얼굴로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각의 이러한 특성은 문명과 예술이 가능하게 만든다. 문자를 인식하는 것도, 선 몇 개로 이뤄진 만화도, 설계도의 입체감도 각각의 점과 선을 종합해서 처리하는 능력 덕분이다. 또 인상파의 점묘법, 모나리자의 미소와 시선, 샤갈의 맑은 청색 같은 미술기법도 시각뉴런과 시각피질의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단지 빛으로 위치를 파악하는 것에 지나지 않던 감각이 진화해 이처럼 복잡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 놀랍다. 아직 풀리지 않은 시각의 비밀을 통해 인간 의식의 비밀도 함께 풀어줄 것이라 기대하겠다. 

글. 브레인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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