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된 뇌의 부위를 대체할 수 있는 실리콘 칩 ‘인공해마’가 10년 연구 끝에 미국 연구팀에 의해 개발되었다. 영국의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지에 의하면 남캘리포니아 대학의 시어도어 버거 박사팀이 개발한 이 칩은 장기 기억을 담당하는 전뇌의 해마회 부분에 이식돼 그 기능을 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한다. 쥐와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가 좋으면, 알츠하이머병, 뇌졸중, 간질 등 뇌질환으로 기억력을 상실한 환자들에게 이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리콘 칩은 해마회가 경험했던 일들을 기억으로 저장하기 전에 암호화하는 방식을 본떠 만들어졌다. 이를 위해 버거 박사팀은 먼저 쥐의 해마를 여러 조각으로 잘라 각 부위를 전기신호로 자극했다. 이 과정을 수백만번 되풀이하면서 전기적 입력에 따른 출력의 양상를 관찰, 서로 상응하는 신호들을 찾아냈다. 이렇게 얻은 정보를 조립해 전체 쥐 해마회의 수리적 모형을 만들고 이를 칩에다 옮기는 방식을 사용했다.
버거 박사는 우선 뇌척수액에 살아 있는 쥐의 뇌를 띄어 놓고 칩의 기능을 실험한 후, 실제 쥐와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을 할 예정이다. 동물 실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이 칩을 사람에게도 적용하는데 뇌 속이 아닌 정수리에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직접 심지 않는 이유는 뇌 조직을 손상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뇌에서 해마는 전자장치로 가장 본뜨기 쉽고, 많이 연구된 부위이며, 기능면에서도 장기기억만을 다루는 것으로 한정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뇌 보철 분야에서 처음 시도되는 영역이 되었다고 한다. 과연 인간이 앞으로 인공뇌를 만들 수 있을지, 인공해마의 성공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글. 뇌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