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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에 대한 인식의 변화
필자가 처음 명상을 시작했을 무렵만 해도 명상에 대한 선입관이나 편견이 강해서 명상법 자체가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었다. 인생에 특별한 목적이 있거나 깨달음을 원하는 범상치 않은 사람들만이 하는 수련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당시 명상에 집중하던 나를 어머니는 한없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고, 나 자신도 다른 사람들에게 편하게 권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근래 ‘웰빙wellbeing’과 ‘뇌’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증가하면서 명상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많이 개선되고, 명상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새롭게 조명이 되고 있다(필자를 걱정하던 어머니는 현재 필자보다 더 열심히 명상을 하고 계시다).
명상은 의식, 주의, 지각, 정서, 자율신경계 등의 변화를 포함하는 복잡한 정신 작용이다. 동양에서는 명상이 주로 힌두교, 불교, 특히 선불교 같은 종교의 전통적인 수행 방법의 하나로 알려져 있고, 대표적인 명상법으로는 요가, 참선, 기공 등이 있다. 서구 사회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초월명상(Transcendental Meditation, TM) 같은 동양의 명상법이 널리 알려졌는데, 명상의 기반을 이루는 종교색은 최소화하고 명상의 정신적·신체적 효과를 강조하는 실용주의적 입장에서 대중에 보급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명상은 일부에서만 행해지다가 최근 들어서 일반 대중에게 다양한 형태로 소개되고 있다. 또한, 심리적·의학적 치료 방법의 하나로 이용되기 시작하여 현재는 완화요법 혹은 통합의학의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과학의 영역에 들어선 명상
명상이 서구 사회에 알려지면서 명상의 효과와 기전을 밝히고자 하는 과학적 연구도 뒤따르기 시작했다. 1931년 요가를 할 때 사용하는 규칙적인 호흡이 일상적인 호흡과 비교해서 24.5% 정도의 신체 산소 소비량의 증가를 가져온다고 보고한 것을 시작으로, 1950~1960년대에는 인도 요가 수행자의 자율신경 조절 능력 등을 뇌파나 근전도 등의 생체 신호를 통해 살펴보는 사례 위주의 연구가 많았다.
이후 1970~1980년대에 와서는 의학적 연구 방법론을 사용하여 명상의 신체적 효과를 입증하려는 연구 경향을 보이다가 자기공명 영상촬영(MRI), 단일광자방출 단층촬영(SPECT), 양전자방출 단층촬영(PET) 등 뇌영상 연구 방법이 크게 발전하면서 1990년대 들어서는 명상 연구에 뇌영상 기법을 도입해 신경과학적 측면에서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 후 명상할 때 나타나는 뇌 기능과 구조의 변화를 보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명상과 관련된 신경과학적 연구는 1987년 티베트 불교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와 뇌과학자들의 모임이 생겨난 후부터 더욱 활발해졌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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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달라이 라마는 1989년 노벨 평화상 수상 당시 “과학과 불교 모두 우리에게 만물의 근본적인 조화에 대해 가르쳐준다”고 언급한 바 있다. 1980년대에 과학과 불교 간의 의사소통을 촉진시키기 위해 발족된 이 회의를 통해 뇌과학자들은 매일 수시간씩 명상을 하는 티베트 불교의 선승들을 대상으로 명상 시 나타나는 정신 현상의 생물학적인 기반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2005년 ‘뉴로사이언스학회(Society for Neuroscience, SfN)’ 정기 총회에 달라이 라마가 초대되었을 때는 일부 연구자들이 종교와 과학 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며 다소 논란을 일으켰지만, 달라이 라마는 마음을 연구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명상 수행에 대해 이야기하며,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줄이고 긍정적인 감정을 강화함으로써 나타나는 인간의 행복에 대해 연구할 필요성이 있음을 설파했다.
비파사나Vipassana, 하타요가Hatha Yoga, 수다르산 크리야Sudarshan Kriya 등 다양한 명상법들에 대한 연구가 이뤄졌으나, 명상 수행 시 사용하는 방법 및 이에 수반된 정신 작용의 차이에 따라 명상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집중 명상(Concentration Meditation or Focused Attention)으로, 지정한 하나의 객체에 선택적으로 주의력을 집중하는 방법이다. 예컨대 호흡할 때 콧구멍 근처의 국소적 감각에 집중하다가 자세 때문에 무릎에 통증이 오면 신경이 그쪽으로 가게 된다. 이때 집중력이 분산된 것을 알아채고 다시 원래의 콧구멍으로 초점을 가져오는 것을 수행함으로써 주위 변화에 관계없이 의도하는 대상에만 집중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어떠한 대상에도 초점을 두지 않고 마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관조하는 명상법(Open Monitoring)이 있다. 이는 자기 정신의 암시적 측면들을 투영함으로써 스스로 지각할 수 있게 한다. 이 두 가지 명상 기법은 여러 가지 명상법에 어느 하나가 두드러지게 또는 두 가지 모두 적용되기도 하지만, 둘 다 몸이 가벼워지고, 감정적 반응성이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상이 불러오는 다양한 심신의 변화
명상은 다양한 의학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상을 하면 혈압, 맥박 등 심혈관계 기능과 혈당, 혈중지질이 안정되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혈중 농도가 감소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또 신체의 일주기성 리듬과 관련되어 있다고 알려진 멜라토닌의 경우, 명상 중에 혈장 멜라토닌 수치가 급격하게 상승한 연구 결과가 보고 된 바 있다.
미국에서 인기있는 한국의 단학 |
마음챙김 명상의 경우, 만성통증 환자에서 통증의 경감과 함께 통증 관련 약물 사용이 감소하고 자긍심이 향상된다는 보고도 있다. 또 초기 유방암과 전립선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마음챙김 명상을 실시했을 때 명상 전에 비정상적이던 인터루킨과 감마인터페론의 면역관계 지표가 정상화되고, 일반인들에게 단기간 마음챙김 명상을 수행하도록 했을 때 명상을 수행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인플루엔자 접종 후에 항체가 더 많이 만들어지는 등 명상이 면역학적 반응과도 관련이 있음을 알려주는 연구 결과들이 계속 보고되고 있다.
임상적인 측면에서도 명상이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낸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었다. 구체적으로는 명상이 우울, 불안, 분노, 피로감, 스트레스 증상 등을 감소시키고, 활력감이나 긍정적인 정서를 증가시키며, 잠재력이나 창의력 개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보고되었다. 또한 명상이 재발성 주요 우울증 환자의 재발률을 절반으로 감소시켰다는 논문도 발표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최근 명상 연구가 주목 받는 이유는 인지 기능과 감정 조절에 파급되는 효과 및 뇌가소성(Neuroplasticity)을 시사하는 뇌의 기능적·구조적 변화 때문일 것이다. 신경인지 기능과 관련하여 명상이 주의집중력(attention), 시각-운동 속도(visuo-motor speed), 단기 기억력(short-term memory), 작업 기억력(working memory), 집행 기능(executive function) 등의 다양한 인지 기능의 영역에서 향상을 가져온다는 결과들이 보고되어왔다. 최근에는 8주간의 요가 수련이 우울증 환자의 경계(vigilance), 기억력, 불안을 호전시키고, 수련 경험이 없는 정상 대조군들도 5일간의 짧은 명상수련만으로 주의력이 향상된다는 보고가 있었다.
명상하면 뇌가 달라진다
명상의 효과를 설명해주는 기전으로, 눈을 감을 때 나타나는 알파파의 활성도가 전두엽 부위에서 가장 크다는 보고가 있으며, 일본의 선승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참선 시 명상의 깊이에 따라 다른 뇌파 양상을 보였다는 보고도 있다. 15년에서 40년의 기간에 걸쳐 1만 시간에서 5만 시간 동안 티베트 전통 명상(Nyingmapa and Kagupa)을 시행한 8명의 티베트 불교 수도승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감마파의 크기와 뇌 영역 간 감마파의 동기화가 함께 증가하며 오랜 수련을 한 고승일수록 더 높은 크기의 감마파가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결과에 대해 연구자들은 명상이 뇌 신경세포들 간의 교류와 시간적 조직화의 증가를 가져온다고 해석하였다. 또한 티베트 승려들은 일반인과 비교하여 명상 전에도 이미 높은 감마파 활동을 보였기 때문에 명상이 뇌에 지속적인 변화를 가져온다고 보았다.
근래에 시행된 뇌 영상 연구들 또한 명상에 수반된 뇌의 기능적·구조적 변화들을 보고하고 있다. 티베트 명상을 오랫동안 해온 사람 여덟 명을 대상으로 명상 전과 직후에 단일광자방출 단층촬영(SPECT)을 시행하였을 때, 명상 전에 비하여 명상 후 오른쪽 전전두엽, 띠이랑 하부와 안와 전두엽, 배외측 전전엽두과 시상 등에서 혈류량이 증가되었다고 보고 하였다. 또 쿤달리니 요가를 4년 이상 수행해온 다섯 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명상 시 뇌의 활성도를 양전자방출 단층촬영(PET)을 통해 조사하였을 때 명상을 하는 동안 전두엽, 두정엽, 중뇌, 앞쪽 띠이랑(Anterior Cingulated Cortex, ACC), 해마 등에서 뇌의 활성도가 증가하였으며 명상의 전반부보다 후반부에서 상기 영역들의 활성도가 더 증가하였다.
신경전달물질과 관련된 PET 연구에서는 도파민과 경쟁적으로 수용체를 차지하는 방사능 표지자 11C-라크로프라이드racropride를 투여하고 명상 전후의 활성도를 측정하였을 때 명상을 한 사람들의 뇌 영상에서 선조체의 11C-라크로프라이드의 활성도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선조체에서 방출되는 도파민 양이 명상에 따라 증가한 것을 의미한다.|
기능적 자기공명 영상촬영을 이용한 연구에서는, 집중 명상 수행자와 대조군 간에 지속적 주의력 관련 뇌 부위의 활성에 차이가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2007년에 발표한 이 연구에서는 정상 대조군에 비해 평균 1만9천 시간 이상 명상을 한 수련자에게서 지속적 주의력과 관련된 부위가 더욱 활성화되었지만, 명상 수련군 내에서는 수련 기간이 더 길어질수록(평균 4만4천 시간) 오히려 덜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명상 수련이 일정 기간 이상 축적되면 적은 노력으로도 뇌를 효율적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로 2007년 시행된 한 연구에서는 하나의 목표물에서 다른 목표물로 주의집중력을 이동시켜야 할 때 명상 수련군에서 훨씬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음을 보고하였다. 이는 명상이 뇌의 기능을 주위 자극의 변화에 따라 효율적으로 재분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혐오적인 감정적 자극으로부터도 빨리 분리될 수 있도록 해주어 감정의 유연성을 극대화시킴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통증에 대한 뇌의 반응과 관련해서도 명상 수련군에서 통증에 대한 시상 및 전체 뇌의 활성화가 40~5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에 구조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명상의 효과
최근에는 이런 뇌의 기능적인 변화와 더불어, 구조적 자기공명 영상촬영(structural MRI)을 통해 명상을 통한 뇌의 구조적 변화를 시사하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2005년 라자르Lazar 등이 시행한 연구에서 주의력, 감각 정보 처리와 관련된 뇌 부위인 오른쪽 전전두엽과 오른쪽 앞섬이랑의 회색질 두께가 명상 수련군에서 증가했고, 그 효과는 나이가 많고 명상 수련 기간이 길수록 더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3년 이상 매일 수행한 참선 수행자의 경우, 정상적인 노화에 따른 뇌 피질 두께의 감소가 나타나지 않아 명상이 정상 노화에 따른 인지 저하를 막아줄 수 있는 예방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장 최근인 2009년에는 호흡과 심혈관계 조절 기능을 하는 뇌간의 연수와 앞쪽 소뇌의 회색질 밀도도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져 호흡수 및 심박수, 혈압 등 자율신경계에 미치는 명상의 효과에 대한 기전에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최근 뇌과학 분야에서는 새로운 방향의 연구들이 계속 시도되고 있다. 특히 마음과 몸의 통합 관점에서 감정, 의식 등 인간의 정신 현상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그 예다. 명상은 마음과 몸에 통합적으로 작용함으로써 뇌를 관리하는 좋은 훈련법일 뿐 아니라, 앞으로 인간의 정신 현상과 뇌 기능을 연구하는 데 좋은 창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뇌에 구조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명상의 효과최근에는 이런 뇌의 기능적인 변화와 더불어, 구조적 자기공명 영상촬영(structural MRI)을 통해 명상을 통한 뇌의 구조적 변화를 시사하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2005년 라자르Lazar 등이 시행한 연구에서 주의력, 감각 정보 처리와 관련된 뇌 부위인 오른쪽 전전두엽과 오른쪽 앞섬이랑의 회색질 두께가 명상 수련군에서 증가했고, 그 효과는 나이가 많고 명상 수련 기간이 길수록 더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3년 이상 매일 수행한 참선 수행자의 경우, 정상적인 노화에 따른 뇌 피질 두께의 감소가 나타나지 않아 명상이 정상 노화에 따른 인지 저하를 막아줄 수 있는 예방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장 최근인 2009년에는 호흡과 심혈관계 조절 기능을 하는 뇌간의 연수와 앞쪽 소뇌의 회색질 밀도도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져 호흡수 및 심박수, 혈압 등 자율신경계에 미치는 명상의 효과에 대한 기전에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최근 뇌과학 분야에서는 새로운 방향의 연구들이 계속 시도되고 있다. 특히 마음과 몸의 통합 관점에서 감정, 의식 등 인간의 정신 현상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그 예다. 명상은 마음과 몸에 통합적으로 작용함으로써 뇌를 관리하는 좋은 훈련법일 뿐 아니라, 앞으로 인간의 정신 현상과 뇌 기능을 연구하는 데 좋은 창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글·강도형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