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학교 입학 후 상상조차 해보지 않은 다양한 경험해

벤자민학교 입학 후 상상조차 해보지 않은 다양한 경험해

[특별기획] 세상을 바꾸는 인성영재를 만나다 15편 - 김상훈 군

"내 꿈과 비전을 찾고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뭘 잘하고 뭘 좋아하는지 몰라 항상 답답했어요. 신 나게 놀아본 적도 없고, 무언가 열심히 끝까지 해 본 적도 없었고요. 그러던 중 벤자민학교를 알게 되어 1년 동안 내 꿈과 비전을 찾아보고 싶어 선택했습니다."

사람으로 태어나 17년 남짓 살면서 공부밖에 하지 않았다. 그런데 자꾸만 뭘 해봤는지, 뭘 잘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적으란다. 특기적성란의 흰 여백은 유독 넓었고, 아무리 써도 칸이 채워지지 않았다.

김상훈(17·경북 영천) 군이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에 입학한 이유는 스스로 뭘 좋아하고, 원하는지 알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꿈을 찾고 싶었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1기 김상훈 학생(17)(사진=전은애 기자)

상훈이가 다니는 벤자민학교는 인성을 기본 바탕으로 학생 개개인의 재능을 일깨워주고,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하는 학교로 교육과정이 독특하다. 필수교육과목 중 하나는 아르바이트이다. 학생 스스로 자기만의 시간표를 만들어 아르바이트, 학원, 봉사활동과 함께 자신만의 벤자민 프로젝트를 1년 동안 진행한다.


아르바이트 사장님 이제는 든든한 후원자

상훈이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중식당 주방보조로 아르바이트한다. 벤자민학교 입학 후 처음 구한 아르바이트인데 단 한 번의 이직도 없이 성실하게 일하는 중이다.

주방보조로 시작했지만 설거지부터 재료준비, 밀가루 반죽까지 불과 칼 쓰는 일 빼고는 다 하는 만능보조다. 매일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하던 학생이 종일 주방에 서서 일하려니 힘든 건 당연하다. 식당 주방의 싱크대는 180cm가 넘는 상훈이의 키보다 너무나도 낮았고 해야 할 설거지거리가 많은 날에는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팠다. 더군다나 요즘 같은 더운 여름에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주방에서 일하는 건 곤혹스럽다.

▲ 김상훈 군은 아르바이트 하는 식당에서는 설거지부터, 밀가루 반죽, 재료 손질까지 만능주방보조다.(사진=본인 제공)

“몇 번이나 그만두려고 했는데 사장님이 너무 좋으세요. 처음에는 일반 고등학교에 다니지 않는다 하니 이상하게 보긴 하셨는데, 벤자민학교에 대해 설명도 해드리고 제가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바뀌셨어요. 이제 학교 일로 알바를 빠져야 한다면 무조건 다녀오라고 하세요.”

상훈이는 얼마 전 사장님의 소개로 지역 행사에서 강연자로 초청받았다.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꿈’을 주제로 발표하는 자리였는데, 이날 상훈이는 벤자민학교를 통해 찾은 자신의 꿈과 벤자민학교에 대해 소개했다. 이날 강연이 끝난 후 사장님은 상훈이를 다시 보게 되었다며, 자신의 고등학생 아들을 벤자민학교 생활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는 ‘벤자민캠프’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자신의 꿈을 가늠해 보다

“수학 선생님이 꿈이었어요. 그 이유가 단순히 수학을 좋아하기 때문이었죠. 가르치는 것이 적성에 맞는지도 모르겠고 마냥 막연한 꿈이었어요.”

수학을 좋아하는 상훈이는 매주 2번씩 아르바이트 끝나고 수학 학원에 간다. 현재 인문계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과정을 독학 중이다. 몇 달 전에는 수학교사로서의 자신의 적성을 가늠해 볼 기회도 생겼다. 근처에 사는 중학교 3학년 사촌 동생 2명에게 수학 과외를 시작한 것이다.

▲ 사촌동생 수학과외 중인 상훈 군(사진=본인제공)

“가르치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어요. 친구들에게 문제 푸는 방법을 알려 준 적은 있지만, 수학원리를 설명하고 풀이과정을 대입시켜 설명해 본 적은 없거든요.”

중학교 3학년 수학이라도 해도 1년 전에 배운 거라 상훈이도 다시 공부하면서 가르쳐야 한단다. 돈은 받지 않지만 그래도 정성을 다해 가르치고 있다.

“내가 이해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이 어려운 일인 걸 배우고 있습니다. 공식에 대입해서 숫자를 집어넣으면 답이 나오는 건데, 집어넣지를 못하더라고요. 하하하.

제가 가르치는데 적성이 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것 같아요. 그래도 밤 11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학교였더라면 동생들 수학 과외는 결코 생각조차 못 했을 거예요. 내가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것에 일단 만족스럽습니다.”


매일 쓴 일지보며 성장하는 자신을 보게 돼

벤자민학교 학생들은 생활기록부를 스스로 작성한다. 온라인 카페에 자기만의 생활기록부를 매일 기록하고, 친구와 부모님들과도 공유한다. 상훈이는 벤자민학교 생활을 통해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매일 작성한 일지를 통해 느낀다고 했다.

“초등학교 졸업 후 일기라는 걸 써본 적이 없었어요. 오랜만에 쓰려니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 늘 이거했다 저거했다 이렇게만 적었어요. 어느 날 선생님께서 뭘 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걸 통해 어떤 걸 느꼈는지 어떻게 변했는지를 적으라고 해서 그 뒤로 일지 쓰는데 30분~1시간씩 최선을 다해 작성해요.”

▲ 지난 15일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열린 인성영재심포지엄에서 벤자민학를 소개하고 있는 김상훈 학생(사진=전은애 기자)

“일지 정리하면서 오늘 하루 내가 뭘 느꼈고 얼마나 변했나를 쓰면서 정리도 되고, 그렇게 하나씩 쌓여 시간이 지나 다시 돌아보면 옛날에 이렇게 생각했었구나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신기해요. 몇 달 사이에 제가 많이 바뀌었더라고요.”

상훈이는 최근 인근에서 열리는 각종 지역행사에 열심히 참여 중이다. 사람들에게 벤자민학교를 소개하고, 왜 인성교육이 중요한지 설명한다. 지난 15일에는 포항시에서 열리는 ‘인성영재심포지엄’에서 600명이 넘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소개하기도 했다.

▲ 지난 8월 6일 대구 국채보상공원에서 국민인성회복을 위한 전국달리기 행사에 참여한 벤자민학생들. 왼쪽부터 전도승, 김상훈, 김현곤 벤자민학교 1기 학생들(사진=김상훈 학생 제공)

“학교 입학 할 때만 해도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어요. 제가 계획했던 대로 된 것도 있지만,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된 것도 있어요. 한 가지 확실한 건 벤자민학교 오길 정말 잘했다는 거죠. 제가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많은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기사 클릭]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김상훈 군 어머니 이정향 씨 인터뷰
"학교와 사회의 차이 몸으로 부딪히며 배워"

글.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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