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난치성 질환인 특발성 폐섬유증(Idiopathic Pulmonary Fibrosis, IPF)의 진행을 촉진하는 핵심 분자 기전을 규명하고, 세포노화를 표적으로 삼은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이화여자대학교(총장 이향숙) 약학대학 이윤실·박소연 교수 공동연구팀은 서울대 약학대학 오원근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세포노화의 핵심 인자인 'p16INK4a' 단백질이 세포 내 노폐물 제거 시스템인 자가포식을 억제해 폐섬유증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밝혔다.
또한, p16INK4a를 억제하면 저하됐던 자가포식 기능이 회복되면서 폐섬유화가 완화될 수 있음을 확인해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
▲ 이윤실 교수, 박소연 교수, 민정연 석박사 통합과정생, 진승현 석박사 통합과정생 [사진=이화여자대학교 제공]
특발성 폐섬유증은 폐 조직이 점차 딱딱하게 굳어 호흡 기능이 저하되는 치명적인 난치성 질환으로, 주로 고령층에서 발생한다. 현재 사용되는 치료제는 질병 진행 속도를 늦추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 근본적인 치료법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연구팀은 세포노화와 자가포식 이상이 각각 독립적으로 질환에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증폭시키는 악순환 구조를 형성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세포노화 단백질인 p16INK4a가 세포노화와 자가포식 기능을 억제하는 핵심 분자 연결고리로 작용하며, 이로 인해 손상된 세포와 노폐물이 축적돼 폐섬유화가 더욱 가속화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나아가 p16INK4a를 억제하면 자가포식 기능이 회복되고 폐 조직의 섬유화가 감소한다는 결과도 확인했다. 이는 노화와 자가포식 장애가 하나의 병리 축(senescence–autophagy axis)을 이루어 질환을 악화시킨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 축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 전략이 폐섬유증 치료에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의의는 그동안 별개로 다뤄지던 온 세포노화와 자가포식 이상을 하나의 병리 축으로 통합해 설명하고, 이를 연결하는 핵심 분자 표적인 p16INK4a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특발성 폐섬유증뿐 아니라 노화가 관여하는 다양한 만성 질환의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도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연구팀이 올해 4월 발표한 노화 기반 폐질환 치료 전략에 관한 종설 논문(Review, Trends in Pharmacological Sciences, 2026)의 후속 연구 성과다.
▲ 자가포식 억제 핵심인자인 세포노화인자 p16을 타깃으로 한 약물개발 타당성 흐름도 [사진=이화여자대학교 제공]
앞선 연구가 세포노화와 자가포식 이상을 폐질환 치료의 유망한 표적으로 제시했다면 이번 연구는 두 현상을 연결하는 핵심 기전을 규명하고 실제 치료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성과는 기존 약물을 새로운 적응증에 활용하는 약물재창출(Drug Repurposing) 연구와 환자 맞춤형 노화 표적 치료제 개발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될 전망이다.
이윤실 교수는 “노화를 기반으로 한 질환 기전 이해는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접근”이라며 “이번 연구가 세포노화와 자가포식을 동시에 조절하는 차세대 치료제 개발과 임상 적용을 위한 중요한 학술적 토대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화학·분자생물학 분야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 <신호전달 및 표적 치료(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 STTT)> (IF=81.2, 상위 1%)에 지난 6월 15일 온라인 게재되면서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