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는 현대 조각 거장, 론 뮤익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는 현대 조각 거장, 론 뮤익

국립현대미술관 7월 13일까지...개막 20일 만에 10만 명 방문


▲ <마스크 II> 2002, ⓒ Fondation Cartier ⓒ MMCA ⓒ Ron Mueck Photographer ⓒ Kiyong Nam
 

그리스 신화에는 조각가 피그말리온이 자신의 조각상과 사랑에 빠져 신에게 빌어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하는 이야기가 있다.

현대 조각의 세계적 거장 론 뮤익의 전시를 보면 현대판 피그말리온을 보는 듯하다. 그의 손길에 조각상은 실제 생명으로 태어날 듯 하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현대 조각의 세계적 거장 《론 뮤익》 전을 4월 11일부터 7월 1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한다. 

프랑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Fondation Cartier pour l’art contemporain)과 공동주최하는 전시는 호주 출신 조각가 론 뮤익의 작품세계 전반을 조망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 회고전이다. 

30여 년 동안 꾸준히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며 놀라움을 선보여 온 작가 론 뮤익의 창작 시기를 대표하는 조각 작품 10점과 스튜디오 사진 연작 12점, 다큐멘터리 필름 두 편 등 총 24점을 선보인다.

1958년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난 론 뮤익은 장난감 제조업을 하는 부모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꼭두각시 인형과 다양한 생물 모형을 만들었다. 1986년부터 영국에서 거주하며 론 뮤익은 영화와 텔레비전 분야에서 마네킹과 소품을 제작했다. 1996년 작가 폴라 레고(Paula Rego)의 의뢰로 조각 <피노키오>를 만들며 본격적인 예술 활동을 시작했다. 

1년 후 자신의 아버지를 소형 나체 조각상으로 표현한 작품 <죽은 아버지>(1996–97)가 런던 왕립미술원에서 열린 Sensation: Young British Artists from the Saatchi Collection 전시에서 주목을 받으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비록 표상을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내가 포착하고 싶은 것은 삶의 깊이다.” - 론 뮤익

론 뮤익의 작품을 처음 보면 충격을 받는다. 침대에 누운 거대한 인물로 가로 6미터가 넘는 작품 <침대에서>(2005)나 실제 크기의 4배가 되는 작가의 자화상 <마스크 II>(2002) 등 놀랍도록 정교하고 실제보다 더 진짜같다.
 

▲ <침대에서> 2005, ⓒ Fondation Cartier ⓒ MMCA ⓒ Ron Mueck Photographer ⓒ Kiyong Nam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모습이지만 작품을 가만히 보면 이상하게 그들의 내면이 궁금해진다. 론 뮤익의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인물들의 눈빛이 공허하다. 360도를 돌며 조각상의 눈을 마주치려 시도하지만 결코 눈을 맞출 수 없다. 작가는 현대인이 일상에서 느끼는 외로움, 취약함, 불안감 같은 내면의 감정과 존재론적 성찰을 작품에 담아냈다.
 

▲ <나뭇가지를 든 여인>2009, ⓒ Fondation Cartier ⓒ MMCA ⓒ Ron Mueck Photographer ⓒ Kiyong Nam
 

또한, 작가는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게 하며 시대의 자화상을 마주하게 만든다. 그의 작품은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질문과 함께 관객을 성찰의 자리로 이끌며, 우리가 현실 세계에서 실재하고 있다는 감각과 그 의미를 깨닫게 한다. 
 

"인간의 두개골은 복잡한 오브제이다. 우리가 한눈에 알아보는 강렬한 그래픽 아이콘이다. 친숙하면서도 낯설어 거부감과 매력을 동시에 주는 존재다.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주의를 끌어 외면할 수 없게 만든다." - 론 뮤익
 

▲ <매스>2016-2017 [사진=전은애 기자]


특히 이번 전시에서 압도적으로 눈길을 끄는 <매스>(2016–2017)는 인간의 존재와 삶, 죽음에 대한 근원적 의미를 되돌아보는 론 뮤익의 예술 세계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오늘날 전쟁, 전염병, 기후 위기, 자연재해 등 재난이 일상이 된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2017년 호주 멜버른의 빅토리아 국립미술관이 의뢰해 제작한 ‘매스’는 1백 개 대형 두개골 형상을 쌓아 올린 작품으로 전시 공간마다 다르게 구성한다. 작품의 제목만 보아도 그 복합적 의미를 엿볼 수 있다. 

‘mass’라는 단어는 더미・무더기・군중을 의미할 수도 있고, 종교의식을 뜻할 수도 있다. 두개골의 상징성 역시 다층적이다. 미술사에서 두개골은 인간 삶의 덧없음을 상기시키지만, 동시에 대중문화에서 흔히 등장하며 고고학적 발견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론 뮤익은 각 전시 장소의 건축과 특성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구성하기에 ‘매스’는 전시할 때마다 새로운 의미와 다양한 맥락을 드러낸다.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자리 잡은 위치의 역사적인 의미와 미술관의 건축적 특징을 고려하여 특별한 설치 방식을 제안함으로써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새롭고 경이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 Still Life_Ron Mueck at Work, Film written and directed by Gautier Deblonde, 2013, Film HD, 48 mins, © Gautier Deblonde.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잘 볼 수 없었던 작가의 창작 과정과 예술가로서의 삶과 내면을 엿볼 수 있다. 다큐멘터리 <스틸 라이프: 작업하는 론 뮤익>은 시각예술가 고티에 드블롱드(Gautier Deblonde)가 18개월간의 촬영을 통해 완성되었다. 
 

▲ Still Life_Ron Mueck at Work, Film written and directed by Gautier Deblonde, 2013, Film HD, 48 mins, © Gautier Deblonde.
 

런던 북부에 있는 작가의 스튜디오와 전시 설치 과정에서 촬영된 다큐는 조각이 점진적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작업하는 작가의 반복적인 동작, 깊은 집중과 헌신은 마치 수행자의 몸짓처럼 고요하고 섬세하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최 중인 이번 전시는 개막 20일 만에 10만 명을 돌파하며 큰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글.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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