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지방 식이로 인한 비만이 암 성장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립암센터(원장 양한광) 김수열 박사 연구팀이 고지방 식이로 인한 비만이 암 성장을 촉진하는 원인을 새롭게 규명했다.
기존에는 비만이 호르몬 변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암 성장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졌으나, 연구팀은 암세포가 직접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테라노스틱스' 2025년 5월호에 게재됐으며, 암 치료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비만이 암 성장을 촉진하는 이유는 간이나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렙틴이나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1과 같은 염증성 호르몬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김수열 박사 연구팀은 암세포가 직접 지방산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지방산산화' 과정을 통해 빠르게 성장한다는 점을 증명했다. 이는 암세포가 당분을 주로 활용한다는 기존의 '와버그 효과(Warburg Effect)' 이론과는 다른 새로운 발견이다.
연구팀은 23주간 고지방 식이를 제공한 마우스 췌장암 모델에서, 같은 열량의 탄수화물 식이를 제공받은 마우스보다 체중이 두 배, 종양 크기는 두 배 이상 커지는 현상을 관찰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고탄수화물 식이가 고지방 식이에 비해 암세포 성장을 최대 80%까지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지방산산화를 유도하는 핵심 유전자인 'SLC25A20'을 억제했을 때, 고지방 식이를 섭취한 상태에서도 암세포의 성장이 정상 식이 수준으로 억제되는 것을 확인했다. 일부 사례에서는 종양이 완전히 사라지는 '완전관해'까지 관찰됐다.
또한 면역세포가 살아있는 자연 발생 마우스 췌장암 모델에서 SLC25A20 유전자가 결손된 경우, 생존율이 평균 7주(23주에서 30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수열 박사는 "SLC25A20은 암세포에 지방을 공급하는 핵심 통로로, 이를 차단하면 암이 에너지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게 된다"며 "부작용이 거의 없어 새로운 항암 치료법의 최적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암센터는 현재 자회사인 NCC-Bio(대표 김수열)와 함께 SLC25A20 유전자를 표적으로 한 항암 신약 개발 및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식이요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동시에, 암 치료의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