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Y염색체는 퇴화하는 길로 가고 있어, 언젠가 사라져 없어진다. Y염색체가 사라지면 남성은 태어나지 않는 것일까?
Y염색체의 소멸은 곧 인류의 멸망을 의미할까? 애초에 Y염색체는 왜 계속 퇴화하고 있는 것일까?
꾸준한 성염색체 진화 연구를 통해 염색체학회상, 젊은과학자상 등을 수상한 저자는, 과학계를 충격에 빠뜨린 ‘Y염색체 소멸설’부터 새로운 성의 개념에 이르기까지 Y염색체에 얽힌 다채롭고 놀라운 이야기를 검증된 최신 연구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Y염색체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과학적으로 통찰한 이 책은 당신을 남녀라는 이분법적 고정관념에서 해방시키며 다양하고 유연한 성의 세계로 안내해 준다.
과학이 포착한 Y염색체의 비극과 불안한 남성의 미래, 그 실체를 해부하다
2002년, 세계적인 과학 잡지 「네이처」에 ‘The future of sex(성의 미래)’라는 제목의 논문이 게재되었다. ‘남성이라는 성별을 결정하는 Y염색체는 수억 년에 걸쳐 퇴화하고 있으며, 그 속도로 볼 때 Y염색체는 언젠가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의 연구였다.
단 1페이지에 불과한 이 짧은 논문은 세상에 공개된 후 과학계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다. Y염색체가 과연 언젠가 사라질 운명인지, 이른바 ‘Y의 비극’이 정말로 먼 미래에 실현될지에 대해 첨예한 논쟁이 오고 갔다.
이 논문의 대표 저자는 유전학자이자 당시 호주국립대학의 교수였던 제니퍼 그레이브스 박사이다. 『Y의 비극』의 저자 구로이와 아사토는 그레이브스 박사의 대담한 발상에 영향을 받아 Y염색체 연구에 인생을 바치게 되었다고 말한다.
논문이 발표된 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많은 발견이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Y염색체는 밝혀지지 않은 것도 많은 미지의 영역이다. Y염색체는 왜 계속 퇴화하고 있는 것일까? 생물학적 성과 사회적 성은 어떻게 다를까? Y염색체의 소멸은 곧 인류의 멸망을 의미할까?
Y염색체와 성에 관한 검증된 최신 연구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나간 이 책을 통해 오늘날 Y가 짊어진 비극과 남성들이 당면한 미래를 만나볼 수 있다.
당신의 고정관념을 통째로 뒤엎을 Y염색체와 성에 대한 새로운 과학적 시선
『Y의 비극』은 총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과 2장에서는 유전자와 호르몬, Y염색체가 어떤 역할을 하고 우리의 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3장에서는 생물의 성은 두 종류로 제한된 것이 아니며 매우 유연한 본모습이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4장에서는 성에 어떤 ‘베리에이션’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그리고 5장에서는 성별에 따른 차이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중 하나인 ‘남녀의 수명 차이’에 대해 다루었으며, 마지막 6장에서는 많은 이들의 관심사인 ‘성별에 따른 뇌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책에서 논하는 Y염색체와 성의 미래를 단순히 ‘종말’이나 ‘소멸’이라고 간단히 단정하기엔 성의 개념은 너무도 유동적이며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연구를 하면 할수록 ‘성’의 실체는 많은 이들이 가지고 있는 ‘남녀’라는 이분법적인 이미지와 큰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성별에 따른 차이는 결코 고정되어 있지 않고 수많은 베리에이션이 있으며, 때로는 성차를 뛰어넘는 개인차(개성)가 있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의 제목인 ‘Y의 비극’은, 비극에서 더 나아가 그 너머에 있는 다양하고 유연한 성의 세계를 전망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분히 역설적이다.
많은 연구자들이 Y염색체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애쓰고 있고 연구는 나날이 진보하고 있다. 반면 좀처럼 원인을 밝히는 데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Y염색체는 분명 엄청난 수수께끼와 매력을 품고 있어 지금껏 많은 과학자들을 매료시켜왔다.
이 책을 계기로 독자들 역시 Y염색체라는 늪에 빠지게 된다면, 그리고 지금껏 우리를 가두고 있던 이분법적 관념에서 벗어나 성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면 그보다 기쁜 일은 없을 것이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