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을 전후로 몇 년 사이에 건강과 노화에 대한 젊은층의 관심이 급증했다. 건강한 음식을 먹고 술과 담배를 멀리하며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는 이들에게 필수적인 또 하나의 요소는 바로 ‘운동’이다.
최근까지 MZ세대 사이에서도 유행한 골프와 같이 사교 활동을 목적으로 한 스포츠도 있지만, PT나 러닝, 수영처럼 순전히 체력과 근력을 단련하는 운동에 대한 관심과 선호도 높다. 그중에서 달리기, 즉 러닝은 혼자서도 또는 여러 사람과 모여 크루를 형성해서 할 수도 있는 운동이라 특히 인기가 있다.
런데이 앱이니 러닝 크루니 이러한 것들은 전혀 없었던 20년 전부터 달리기를 해온 서울대 재활의학과 정세희 교수는 새내기 의사 시절부터 러너로도 경력을 쌓았다. 의사로서 보낸 시간과 러너로서 달린 시간이 거의 일치하는 셈이다.
달리기와 운동, 뇌 이야기를 전하는 저자의 블로그는 네이버 선정 이달의 블로그에도 뽑혔을 정도로 알찬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하다. 바쁘기로 소문난 의사가 어떻게, 그리고 왜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던 걸까? 그리고 왜 자신을 찾아오는 환자들과 수천 명에 달하는 블로그 구독자들 또 이 책 『길 위의 뇌』를 집어들 독자들에게 달리기를 비롯한 운동을 절대 거르지 말고 꾸준히 쌓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걸까?
뇌를 보는 의사, ‘브레인러너’ 정세희에게 운동은 단지 취미 활동이나 체력 단련을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직 의사가 본 운동의 효과와 운동 부족의 무서움
늙고 병들었을 때 우리를 구할 수 있는 건 ‘운동 잔액’
『길 위의 뇌』에서 저자는 자신이 의사로서 만난 수많은 환자들의 케이스와 학자로서 알게 된 여러 연구 결과를 언급하며 건강할 때 운동 습관을 들이는 것이 얼마나 그리고 왜 중요한지 보여준다. 평소에 아무 증상이 없었던 것을 건강이라 믿고 ‘몸이 즐겁고 편한 대로’ 살아온 사람들은 병을 얻었을 때 극복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힘이 현저히 떨어진다.
운동을 하며 몸이 겪게 되는 긍정적인 부하(負荷)를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치료와 재활을 금세 포기한다. 그러나 평소에 운동량을 성실하게 저축한 사람들은 보다 더 쉽게 회복한다. 자신의 몸에 남은 운동 잔액을 이용해서 힘든 회복과 재활 과정을 잘 견뎌낼 수 있는 것이다.
한 푼 두 푼 모을 땐 티도 안 나고 ‘역시 티끌은 모아봐야 티끌’이라며 허무하게 느껴지지만 급한 사정이 생겼을 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비상금처럼 운동도 마찬가지라는 저자는 지금 몸의 편안함을 추구함에 따라 미래에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르게 될 수 있는지 의료 전문가로서 독자들에게 냉정하게 충고하고 있다.
『길 위의 뇌』가 궁극적으로 전하려는 메시지는 “규칙적인 운동만이 건강을 지킬 수 있다”이다. 병원 진료도, 처방약도, 영양제도 다 좋지만 우리의 건강을 가장 견고하게 지탱해 줄 단 하나의 기둥은 우리가 날마다 저축한 ‘운동’뿐이란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정세희 교수 역시 ‘의사’로서 달리기의 건강 이득을 강조하고 달리기를 비롯한 꾸준한 운동을 하지 않았을 때 어떤 노후를 맞이하게 될지 경고하고 있다면, ‘러너’로서는 달리기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정보와 달리기에서 얻는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달리기를 언제 시작하면 좋은지, 주법(走法)은 어떻게 바라보고 선택해야 할지, 달리기 권태기는 어떻게 넘겨야 할지부터 달리면서 즐기는 사계절의 풍경과 달리면서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보스턴마라톤 참가기까지 달리는 사람들에겐 공감과 묘한 경쟁심을, 아직 달리기 전인 사람들에겐 ‘나도 러닝을 시작해 볼까?’하는 동기부여를 자극할 수 있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