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작동하는 방식은 이성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이성이 닿지 않는 영역에서 감정은 촉발되고, 행동에 어떤 작용을 하고, 찌꺼기를 남긴다. 스스로 알아내긴 어렵기 때문에 감정의 작동 방식은 만인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다.
특정 감정들이 우리의 일상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한 영화 '인사이드 아웃'이 전 세계적인 흥행을 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저자는 '인사이드 아웃'의 감정 자문을 맡았던 심리학자다. 인간 정서에 대한 연구를 오래 해온 그는 사실 단 하나의 감정에 깊이 빠져있다. 경외심이다.
그는 경이로운 순간들에서 경외심을 많이 느낄수록,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한 과도한 몰입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신에게 덜 집착하면 타인이 보인다. 그는 경외심이 공동체의 회복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
수십 년 전만 해도 심리학자들은 공포나 혐오처럼 인간 생존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감정만 연구했다. 그런데 혁명적 사고의 전환이 일어나며 우리가 어떻게 사회적 기본욕구를 채울 수 있도록 진화했는지에 관심이 쏠렸다.
우리는 협력하고 공동체를 꾸리고 공유된 정체감을 강화하는 문화를 창조하는 능력 덕분에 지금껏 살아남았다. 그리고 이 모든 행동은 바로 경외심에 의해 촉발되고 확장된다.
대커 켈트너는 이 책에서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경외심에 대한 연구 결과들을 선보인다. 경외심이 다양한 사회와 역사와 문화 속에서, 개인의 삶 속에서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 우리 뇌와 신체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일상 속 경외심의 경험을 쌓음으로써 어떻게 인간 본성 가운데 가장 인도적 측면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지 밝혀낸다.
이 책에서 그는 경외심이라는 감각의 특징과 그것이 우리의 자의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류는 경외심을 어떻게 문화에 담아왔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자신의 체험담을 들려주며 경외심의 중요성을 무한히 강조한다.
저자가 15년 이상 연구한 이 감정의 정수가 모두 담겨 있다. 평소 깊이 생각해 볼 일 없었던 경외심이란 감정에 대한 여러 겹의 소개를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어느 부분이 환기된다.
인류 역사상 가장 분열되고 파편화된 지금, 온갖 위기로 사람들이 위태로워진 현재, 우리에게는 경외심이 간절히 필요하다. 열린 마음으로 이성을 벼리고, 위대한 관념과 새로운 통찰에 귀 기울이고, 면역계 염증 반응을 줄이고, 몸을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가장 필수적인 감정이 다름 아닌 경외심이다.
자신이 가진 것을 주변에 나누고 견고한 관계망을 구축하며 자신을 둘러싼 자연과 사회에 이로운 행동을 하려는 마음이 들게 하는 감정도 경외심이다.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예술, 음악, 종교의 창작 활동에 영감을 주는 감정 역시 경외심이다.
《경외심》은 경외심 연구의 선구자 대커 켈트너의 목소리를 통해 어떻게 하면 우리 삶을 지탱하는 생명력으로 경외심을 자리 잡게 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현실적이고도 섬세한 안내서다. 이 책을 찬찬히, 느릿느릿 읽어나가며 일상 속 경이의 순간을 찾아보고 경외심의 길로 다가가보기를 권한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