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및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혁신적 패러다임 제시
《보이지 않는 존재들》은 철학, 과학, 역사, 종교, 문학, 신화, 예술 등을 넘나들며 기후 위기의 근본 원인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한 책이다. 지금의 기후 위기는 ‘인간이 지구의 중심’이라는 그릇된 믿음에서 시작된 후, 수십만 년 동안 서서히 진행되었다.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로서 다른 모든 존재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잊은 채 오직 인간만이 홀로 번성할 수 있는 길을 찾아온 대가이다.
저자는 세상을 대하는 우리의 가치관을 바꾸지 않는 한 이 위기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고 강변한다. 또한 인간중심주의와 자본주의,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자연과의 연결감을 되찾고, 데이터와 수치가 가리키는 수많은 위기의 증거를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생태 및 기후 위기의 중요성과 시급성에 관해 대안을 제시한 이들은 많지만, 이 책만큼 다각적으로 접근하여 혁신적인 패러다임을 제시한 경우는 드물다. 이 책을 통해 세상이 인간으로만 구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리가 어떻게 망각했는지, 이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왜 모두를 위해 더 밝은 미래를 여는 단서가 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기후 위기를 다룬 많은 담론이 암울한 미래를 예측하는 데이터와 수치에 집중해 위기감을 고조하거나 죄책감을 불러일으켰다면, 이 책은 우리가 근원적으로 집중해야 할 생명 존중의 철학을 바탕으로 환경 위기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고, 실제로 행동할 수 있도록 이끈다.
불안감을 조성하는 예방책이 아닌 진정한 회복으로 이끄는 대안
기후 재앙과 생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지금까지의 접근법은 단순히 ‘예방’을 위한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소비 행위에 대해 개인적인 책임을 지고,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차를 타는 것 등이다. 이런 조치들은 ‘탄소발자국’이라는 신조어를 유행시켰는데, 이 개념은 ‘우리 개개인이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 암울한 예후를 피할 수 있다’라는 환상을 품게 했다.
기후 위기나 생태 위기를 논할 때면, 상황의 심각함을 보여주는 수많은 데이터와 수치를 통해 개인의 행동 양식을 바꿔야 한다는 의무감과 불안감을 한 번쯤은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인류가 살아온 방식을 바꾸려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시각과 사고방식,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하다. 이 책은 전통 생태 철학과 불교 사상을 바탕으로 환경 위기에 대한 근원적이고 혁신적인 접근법을 제시하며, 지구라는 이 놀라운 행성에 살아가는 우리 존재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저자가 생명 세계의 신비에 처음 눈뜨게 된 톨킨의 작품들과 애니미즘의 주창자인 에드워드 타일러, 생태학자인 발 플럼우드 등 저명한 학자들의 이론을 풍부한 예시로 보여주며, 이를 통해 주변 생명체를 일방적으로 바라보는 인간으로서의 삶이 아니라 다른 존재들의 생명성을 인정함은 물론,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인간 중심적이지 않은 삶의 방식을 택하기를 제안한다.
자연 세계를 향한 관계 지향적 접근법과 새로운 생명 철학
인류 역사의 긴 시간 동안, 우리는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성적 의식을 지녔다고 믿으며 나머지 수백만의 생물종은 ‘자연’과 ‘재원’으로만 취급해 무차별적으로 파괴하고 착취했다.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라고 하면 유령이나 초자연적 존재를 떠올릴 수도 있지만, 이 책에서는 번영과 개발의 가치 아래 우리가 적극적으로 외면한 수많은 존재를 광범위하게 아우르는 말이다.
극단적인 인간중심주의가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수많은 문제를 불러왔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반면, 우리 선조들은 인간 이상의 존재들로 구성된 세계에 의식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며, 이들과의 관계 맺기를 인간으로 존재하는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했다. 이런 ‘애니미즘’의 철학은 일반적인 선입견처럼 원시적이고 미신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 세계에 대한 관계 지향적 접근법이자 생명 존중의 사상이다.
인간 또한 생태계의 일부일 뿐이며, 삶은 항상 공감과 보살핌을 기초로 한, 다른 존재들과의 관계 속에서 펼쳐진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새로운 미래를 향해 한 발짝 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인간이 지구를 독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하며, 모든 생명이 공존하고 함께 번영할 수 있는 지구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행동하게 하는 귀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에릭 잠파 앤더슨Erik Jampa Andersson 지음 | 김성환 옮김|한문화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