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g&filepath=RecommendedBook)
우리는 눈을 통해 본다. 또 뇌를 통해 보기도 한다. 우리가 접하는 정보의 70%가 시각을 통해 들어올 만큼 인간의 시각 의존도는 높다. 뿐만 아니라 말하는 능력, 읽는 능력, 시력, 얼굴과 공간을 지각하는 능력…. 이것들이 없는 삶을 우리는 상상하기 어렵다. 올리버 색스는 <마음의 눈>에서 이 필수적인 감각들을 잃고도 세계를 항해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놀라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신경과의사이자 작가인 올리버 색스 박사는 전문의로 활동하면서 만난 환자들의 사연을 책으로 펴내, 인간의 뇌와 정신 활동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들려주는 작가이다. 그는 <마음의 눈>에서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며, 시각과 뇌의 복잡 다단한 관계를 책을 통해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책이 눈길을 끄는 것은 오른쪽 눈에 흑색종(암의 일종)이 생기며 색스 박사가 의사에서 환자로 입장이 바뀌는 것이다.
박사는 색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암점으로 시야가 흐려지고, 한쪽 눈으로만 세상을 보게 되면서 환자의 입장을 깊이 이해하고 자기 나름의 방법을 개발하며 장애를 이겨내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렸다. 발병 후 증상의 경과를 객관적이고 명료하게 관찰하고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면서도 환자의 입장에서 느낀 좌절감과 적응 과정을 솔직하게 쓰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 문제 없이 건강한 사람들이 장애를 겪는 사람들에 대해 지니기 쉬운 편견을 넘어서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대개 장애가 없는 사람들은 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어딘가 부족하거나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보통 사람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일 때가 많다. 책에서는 시각장애를 극복한 훌륭하고 멋진 사례를 소개한다.
21살에 시각장애인이 된 오스트레일리아 심리학자 졸탄 토리는 내면의 눈을 키우는 훈련을 통해 홀로 지붕 수리를 할 수 있다. 오히려 새롭게 생긴 시각 표상 능력 덕분에 예전에는 사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고, 기계 같은 장치의 내부, 해법과 모형, 설계를 그려 볼 수 있게 된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편두통> 등 환자에 대한 따뜻한 인간애와 과학자로서 예리함을 가진 색스 박사는 이번 책에서도 시종일관 휴머니티를 잃지 않는다. 그는 눈과 관련된 여러 장애들은 단순히 신경학적인 장애일 뿐, 심리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이를 심리적이라거나 정신적인 장애로 받아들이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환자들은 더욱 위축되거나 자신의 질병을 심각한 것으로 여긴다.
색스 박사는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지닌 만큼, 이러한 장애에 적응하고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데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올리버 색스 ㅣ 이민아 옮김 ㅣ 알마 ㅣ 228쪽 ㅣ 17,500원 ㅣ 양장
글.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