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천재 이제석의 두뇌활용법

창의성은 창의적 태도에서 나온다

브레인 26호
2013년 01월 15일 (화)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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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출신의 광고쟁이가 20대에 세계 3대 광고제의 하나인 ‘원쇼 칼리지 페스티벌’ 최우수상을 시작으로 광고계의 오스카상이라는 클리오 어워드 동상, 미국광고협회의 애디 어워드에서 금상 2개 등 1년간 국제 광고제에서 29개의 상을 휩쓸었다.

이후 2년 동안 미국의 메이저 광고회사에서 일하고, 2009년 ‘이제석광고연구소’를 설립해 기존 광고의 패러다임을 뒤집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인터뷰는 뉴욕에 머물던 이제석 대표와 한 차례의 스카이프 통화 이후 한국에서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졌다.

한국에서 광고회사에 취직하지 못하고 ‘간판쟁이’로 일하다가 한순간에 뉴욕행을 결심했다. 두려움이 없지 않았을 텐데, 무엇이 그런 결정을 가능하게 했나?
내가 목표로 하는 것, 뚜렷하게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뭐랄까 초자연적인 힘이 나오는 것 같다. 사실 공부는 해라해라 하면 잘 되질 않지만, 진짜 하고 싶거나 이루고 싶은 목표가 생기면 그것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보인다. 사람들이 머리로는 ‘이거 해야 한다’라는 이유나 명분을 붙이곤 하는데, 사실 가슴 설레는 것이 있다면 당연히 하게 되는 것 같다.

좋아하는 것이 있어도 그것을 자신의 꿈과 목표로 정하고 현실을 바꾸는 것은 두려운 일 아닌가?
무엇보다 개인이 추구하는 것과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보편적 기준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회적 기준과 다른 자신의 생각에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지 못한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거나 다르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 내가 틀렸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학교 다닐 때도 친구들과 다른 생각, 다른 행동을 했던 학생이었는데, ‘내가 남들과 다른 것은 당연한 것이다’라는 강한 확신이 있었다. 남들 따라 그럭저럭 사는 것이 싫었고, 남들과 다른 무언가에 대한 호기심과 모험심이 있었다.

광고가 번뜩이는 아이디어의 산물이라면, 뇌의 창의성에 관해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스스로 창의적이란 것에 어떻게 생각하나?
많은 이들이 내게 ‘참 창의적이다’라는 얘길 한다. 그리고 ‘그것이 선천적인 것이냐, 후천적인 것이냐’고 묻는다. 나는 창의적인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창의적인 태도는 선천적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세상을 다르게 보는 시각은 어릴 적에 형성된 태도나 습관이 좌우하는 것 같다.

결국 창의적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는 능력보다 습관화된 태도가 더 중요하다. 흔히 영재라고 하는 아이들도 모두 뛰어난 인재로 성장하지는 않는다. 결정적인 시기에 어떠한 물꼬가 트이는지, 그리고 그 줄기가 잘 뻗어갈 수 있도록 방향을 잡고 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태도의 중요성을 얘기했는데 태도를 오래도록 유지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한다. 난 하기 싫은 것을 해본 적이 없다. 지금은 물론이고 어릴 때도 하기 싫은 것은 죽어도 안했다. 대신 하고 싶은 것은 밤을 새워서라도 한다. 그래서 하기 싫은 과목의 선생님하고는 트러블이 많았다. 하고 싶은 것을 할 때는 진도 나가는 것도 빠르다. 그래서 마인드컨트롤을 한다.

스스로 재미있는 쪽으로 나를 자꾸 옮겨가는 것이다. 만약 내가 물고기라면 사막에 있는 나를 바다로 가게 하든지, 물이 나오도록 땅을 파든지 하지 사막에서 허우적대고 있지는 않는다. 할 때는 강렬하게 하고, 하기 싫은 것에는 목매지 않는다. 우리 교육은 참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많이 가르치는데, 참으면서 하는 데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광고작업이란 결국 뇌를 최고의 창의적 상태로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밤에 일찍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 그리고 작업 중에는 술, 담배를 절대 하지 않는다. 뇌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는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다. 뇌와 몸은 서로의 일부이기 때문에 뇌가 잘 돌아가도록 몸 상태를 좋게 관리하는 데 시간을 많이 투자한다.

학교 다닐 때도 밤을 새워본 적이 별로 없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보통 마감에 쫓겨 잠을 안 자며 작업을 하는데, 그때도 물론 긴장하니까 뇌가 반응하긴 하겠지만 그것은 건강을 해치는 긴장이다. 설레는 긴장을 해야지 몸을 해치는 긴장은 안 좋다고 본다. 나는 스스로 기분을 업 시켜서 하는 스타일이다.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도 집중력을 유지하려면?
사실 집중력이란 것이 오래 가지 않는다. 하루에 3시간 하고 접을 때도 있다. 오랜 시간 앉아 있으면 뭔가 일을 한 것 같다고 느끼지만, 내 경험상 12시간을 작업해도 집중력이 낮으면 아무 성과가 없다. 단 한 시간을 하더라도 내 몸과 마음을 다해 뇌세포를 다 동원해서 하면 훨씬 효과적이다.

내가 최고의 뇌 상태를 유지하는 시간은 하루 한 시간이다. 한 시간 동안 집중해서 에너지를 다 쏟아내면 된다. 그 다음 한 시간은 효율이 반으로 줄어든다. 세 번째는 또 줄어든다. 아예 머리를 재부팅을 해서 하는 게 낫다. 한 시간을 해도 엄청나게 많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그 외에는 친구들과 놀고 쉬는 게 낫다. 잠을 푹 자고 나면 또 작업을 할 수 있다. 집중력을 요하는 일은 오전에 배치하고, 잡무들은 주로 집중력이 낮은 시간대에 한다. 그래서 스케줄을 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나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일을 먼저 하는 편이다.

런 두뇌활용 습관은 언제 형성됐나?
대학교 때다. 4년 동안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달렸다. 1분 1초를 헛되이 쓰지 않았다. 미술학원 강사도 하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학교생활도 열심히 했다. 그러면서 연애도 했다. 그 많은 일들을 해결하려다 보니 어느 순간 테트리스처럼 떨어지는 일들을 분류하는 습관이 생겼다.

지금도 대학원 수업을 들으면서 사업을 병행한다. 하지만 잠은 8시간 이상 푹 잔다. 일단 사람이 밤을 새우면 뇌가 멎어버린다. 그래서 나는 ‘브레인스토밍Brain Storming’이라는 단어를 참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폭풍이 몰아치듯 뇌를 사용해야 답이 나오지 그냥 되지는 않는 것 같다.

뇌가 한계상황에 직면하면 스스로 답을 찾는 기능이 있다고 한다. 뇌교육에서는 뇌 속에 답이 있다는 의미로 ‘뇌답’이라는 용어를 쓴다.
의미 있는 말이다. 나는 뇌를 폭풍적으로 쓴다고 하지만 명상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회의할 때 보통 ‘브레인스토밍’이라는 걸 하는데, 그것은 여러 사람이 함께 아이디어를 내면서 생각의 넓이를 수평적으로 확장해준다.

그런데 명상은 뇌를 수직적으로 움직이게 해준다. 브레인스토밍은 시야를 넓혀주는 개념이고, 깊이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은 명상이다. 명상이란 나에게 수심 몇 백 미터까지 내려가서 싱싱한 해산물을 건져내는 것과 같다. 가만히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몇 시간 멍 때리고 있으면 많은 것들이 떠오른다.

명상을 배웠나?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맞벌이여서 집에 늘 혼자 있는 편이었다. 내가 공부를 잘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혼자 생각하고 그림 그리며 보낸 시간이 많았다. 어려서부터 명상감각을 터득한 것 아닐까. 나는 가만히 앉아서 여기도 저기도 가볼 수 있는 명상이 좋다. 커피 한 잔 놓고 앉아서 생각하는 순간이 행복하다. 그런데 요즘엔 일을 많이 벌이다 보니 그런 시간이 점점 없어져 고민이다.

스트레스가 생길 때는 어떻게 해소하나?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힘이 부칠 때가 있고,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하느라 산만해질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쉬는 것 밖에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쉬는 방법은 아주 기분 좋은 일을 하는 것이다.

친구들과 놀면서 수다 떠는 것도 좋고, 가장 손쉽고 효과적이게는 잠을 자는 것이다. 수면이라는 게 신비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자고 나면 뭔가 많은 것들이 정리되고 새롭다.

작은 개인적 목표보다 크고 높은 가치를 지녔을 때 뇌가 더 활발하게 반응한다고 할 수 있는데, 당신의 광고철학에는 기존 광고와는 다른 가치가 있어 보인다.
매우 중요한 얘기다. 흔히 ‘가슴은 뜨겁고 머리는 시원하게’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심장과 뇌를 따로 떼어 얘기한다. 사실 감성적인 차원과 이성적인 차원은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서로 지대하게 영향을 주고받는 것 같다.

많은 학문들이 이성적인 사람들, 특히 서구에서 주도해왔다고 볼 수 있다. 서구 학문을 공부할 때마다 인간의 감성적인 부분을 많이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앞으로의 세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감성적인 부분, 정신적인 영역이 부각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구의 것들은 딱딱하고 단단하고 크다. 이에 비해 동양의 감성은 세밀하고 부드럽다. 사람의 몸이든 하나의 문화이든 그것이 완성되려면 우선 뼈대가 단단해야 하는데, 그러한 구조는 대부분 19~20세기에 마련됐다. 앞으로는 그것을 완성해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뭔가가 필요하다. 아마 동양적인 것 속에 필요한 그것이 있지 않을까.

공익광고에 집중하는 것도 그러한 생각이 반영된 것 같다.
나는 덕德, 정精, 은혜恩惠 같은 것들에 상당히 중요한 가치를 둔다. 주가처럼 오르고 내리는 것이 아닌 그냥 절대적인 가치다. 누군가에게 그런 가치를 전한다는 것은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얼마 올리고 하는 것과는 다른 일이다. 산술적인 마인드로는 공익광고를 할 수 없다.

내가 볼 때 사람들이 사는 이유는 행복하기 위해서다. 그런 관점에서 내가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광고라는 것이 사람들에게 실제 행복을 주지는 못한다. 그럴 것 같은 유혹을 할 뿐이다. 나는 광고를 통해 사람들에게 실제로 뭔가 줄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한다.

불행한 사람만이 아닌 우리 누구나를 위한 일을 하고 싶다. 이것이 행복에 도달하는 과정이 아닐까 한다. 이것이 내 기준이고 철학이다.
 

《광고천재 이제석》 책을 보면 ‘홍익인간 하라’라는 장이 있다. ‘홍익인간’은 한민족의 건국이념이자 대한민국의 교육이념이기도 하다. 뇌를 쓰는 최고의 지향점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을 어떻게 생각하나?
즐겨 썼던 단어는 아니지만 개념 자체는 일맥상통한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라는 것은 사람 사는 데 있어 기본인 것 같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이 홍익인간적이지 않다면 말이 안 될 것이다. 특히 현대사회에 와서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많이 변한 것 같다.

자본주의와 사회적인 시스템들은 홍익인간의 정신문화보다 훨씬 역사가 짧다. 지금의 사회기준이나 시스템은 권력을 가진 특정인들이 만든 것이다. 생명의 법칙, 우주의 법칙에 비하면 정말 어리석은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각박하게 세상적인 기준을 쫓아가는 것은 그보다 크고 가치 있는 뭔가를 잃는 일이기도 하다.

20대 때 이름을 알렸다. 30대에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우리 회사의 슬로건이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세상을 밝힙니다’이다. 나는 꿈을 절반 정도는 이룬 것 같다. 지금 알맞은 트랙에 올라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과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것들로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메시지를 주고 싶다. 공익광고라는 테마는 무덤까지 가져갈 것이다. 이제는 뻗어나가 국제비영리기구들과 함께 공존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일을 하고 싶다.  

글·장래혁 editor@brainmedia.co.kr │사진· 김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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