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치매에 걸리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부모님이 치매에 걸리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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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102호
2024년 01월 16일 (화)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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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님이 치매에 걸리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사진. 게티이미지)



초로기 치매는 진행 속도가 빠르다

산책길에 노부부가 손을 꼭잡고 걷는 모습을 종종 본다. 그 다정한 풍경이 알고 보면 부부 중 한 사람이 치매인 경우가 드물지 않다. 치매 환자 100만 시대를 살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 85세 이상 인구 2명 중 1명이 치매이다. 부부 중 한 쪽은 자를 돌봐야 한다. 특히 젊은 치매, 초로기 치매는 고령의 노인보다 진행 속도가 빠르다.

치매는 생활습관의 영향이 큰 후천적 질병이다. 환자 본인은 물론 돌봄을 맡은 가족이 신체적정신적경제적으로 힘든 상태로 갈 수밖에 없다. 생활습관을 조절해 뇌를 관리하는 것만이 치매를 예방하는 유일한 길이다.


치매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에 따르면 치매 환자가 지난 5년 동안 7,310명에서 11만 7,854명으로 54퍼센트 폭증했다. 40~50대에 발병하는 초로기 치매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초로기 치매는 노년기 치매보다 뇌세포의 손상 속도가 훨씬 빠르다. 중앙치매센터에 의하면 초로기 치매는 전체 치매 환자의 11퍼센트를 차지한다.

초로기 치매인 경우 사회활동을 아직 왕성하게 할 수 있는 청장년층의 노동력 상실을 의미한다. 사회적으로 큰 손실일뿐 아니라 가정 차원에서도 가족 돌봄과 경제적 부담이 커서 매우 힘들어진다. 치매 환자들이 사회와 단절되지 않도록 지자체와 관련기관에서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 생활할 수 있게 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치매 조기 발견 시스템이다. 최대한 조기에 진단하면 치매 증상을 돌이키거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중앙치매센터에 의하면 치매 환자 관리 비용이 20조 원을 돌파해 2024년에는 63조 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치매 환자의 증가는 국가경제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치매,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치매 환자 실종 문자가 시도 때도 없이 울린다. 문자 내용만 살펴봐도 50~60대 초로기 치매가 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홀로 집을 나와 거리를 배회하는 치매 환자가 하루 40명에 이른다. 치매를 앓는 가족을 잃어버린 남은 가족의 심정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일 수밖에 없다.

예전과 달리 길눈이 어두워졌다는 것은 시공간 파악능력이 떨어졌다는 증거다. 자주 가던 길을 잃어버리고, 주차해놓은 장소를 자꾸 잊는다. 시간도 잊고, 목적지를 잊은 채 우두커니 서 있다가 정처 없이 배회하기도 한다. 이사를 했음에도 이전에 살던 집을 찾아가는 것도 초기치매 증상이다. 심하면 집안에서 화장실을 찾아가기도 힘들어진다. 이 같은 전조증상이 나타나면 판단력과 인지능력이 떨어져 사회생활이 어려워진다.


치매에 관해 미리 공부해 두는 것이 최선의 대책

요즘은 부모를 모시고 사는 가정이 많지 않고, 대부분 맞벌이로 바쁘게 살아간다. 그러다가 예상치 못하게 부모가 치매인 걸 알게 되면 큰 충격에 빠진다. 부모를 전적으로 돌볼 수 없는 상황이라면 마음이 더욱 힘들어진다. 무엇을 어떻게 할지 모른 채 가정은 혼란에 빠진다.

치매 환자가 실종되었을 때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위험한 일이 발생한다. 건강 악화, 영양실조, 교통사고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몇 년 전 필자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80대 치매 환자가 실종됐다. 공무원, 군인, 경찰, 마을주민들까지 나서서 불행하게도 5일 뒤 저수지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런 일을 겪고, 또 시시때때로 울리는 실종 문자를 볼 때면 아직도 치매 예방 교육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예방 교육을 통해 치매에 관해 미리 공부해 두어야 증상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부모님을 지켜드릴 수 있다.

장년층 부모가 있는 청년층 자녀들에게 치매 예방 교육 먼저 해야 공원 벤치에 앉아 계시는 80대 치매 환자를 경찰관이 발견했다.
“할머니 집이 어디세요?”
“어제 서울에 왔는데 처음이라 길을 잃어버렸어.”
“어디서 오셨는데요?”
“전라도.”

가방 속에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경찰관이 112 신고시스템을 통해 조회하니 인근에서 4시간쯤 전에 실종신고가 들어와 있었다. 할머니의 아들과 대화를 해보니 할머니는 62년 전에 서울로 올라와 지금까지 살고 계신다고 한다. 열일곱 살 나이에 서울로 올라와 무섭고 두려웠던 그 시절이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 있었던 것 같다.

방송 프로그램 <미운 우리새끼>에 출연했던 가수 이상민의 어머니가 5년 전 치매가 발병해 아들도 못 알아보고 투병 중이라고 한다. 예전에 일시적인 치매 섬망 증세가 있었는데, 어느 날 병원에서 행방불명됐다가 다음 날에야 엄마를 찾았다고 한다. 엄마는 놀랍게도 옛날 중국집을 했던 동네에 계셨다고. 이상민은 엄마의 옛날 기억이라도 남아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7년 전 치매인 어머니가 실종된 이후 찾지 못한 한 시장님과 면담을 한 적이 있다. 그 시장님은 치매 예방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계셨기 때문에 공무원, 자원봉사자, 통장, 이장, 부녀회장까지 교육하자고 먼저 제안하셨다. 하지만 어떤 연유로 담당자가 반대해 치매 예방 교육은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었다.

필자 역시도 예전에는 치매에 대해 무지해서 엄마에게 전조증상이 있었음에도 결국 지켜드리지 못했다. 50대 초반의 젊은 엄마를 하루아침에 잃어버린 슬픔, 지켜드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지금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고통을 겪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것이 치매 예방 교육이다. 장년층 부모가 있는 청년층 자녀들에게 치매 예방 교육이 절실하다. 자신이 치매에 걸리지 않기 위한 관리법을 알고, 또 부모님에게 전조증상이 있을 때 빨리 알아챌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 사진. 게티이미지


심폐소생술처럼 치매 예방 교육도 의무적으로 시행하자

혈관성 치매인 엄마를 2년 반 동안 돌본 딸과 얼마 전에 인터뷰를 했다. 딸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집을 뛰쳐나왔다고 했다. 엄마가 혈관성 치매라는 것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런 힘겨운 상황에서 아무 지원도 받지 못했다는 그는 심폐소생술을 교육하듯 치매 예방 교육도 하루빨리 의무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고 거듭거듭 강조했다.

경기도의 한 경찰공무원은 노년에 접어든 친정엄마가 혹여 치매 증상이 있지 않을까 늘 노심초사했다고 한다. 그래서 필자의 치매 예방 강의에 더욱 관심을 갖고 들었는데, 하루는 귀가 시간이 늦어진 엄마로부터 “여기 버스 정류장에 내리긴 했는데 집으로 가는 길을 잃어버렸어”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 순간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면서 엄마에게 움직이지 말고 전화도 끊지 말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계시라고 하고는 서둘러 뛰어갔다고 한다. 다행히도 엄마는 버스 정류장에 그대로 서 계셨다. 다음 날 바로 엄마를 병원에 모시고 가서 MRI 촬영을 하고 검사를 한 결과 치매 초기로 확인됐다면서 내게 무척 고맙다고 했다. 엄마를 지켜줄 수 있어서 고맙다고.


가족 중에 치매 환자가 있다면 꼭 알아두어야 할 사항

치매 예방 교육에 전념한 세월이 길어지면서 이런저런 사연과 마주하게 된다. 강의 중에 인연을 맺은 사람들에게서 종종 전화를 받기도 한다. 그들은 대부분 “우리 엄마는 치매 안 걸릴 줄 알았어요. 어떻게 해야 하죠?” “아빠가 치매라네요. 온 가족이 충격에 빠졌어요. 무엇부터 해야 하나요?”라고 묻는다. 치매 예방 교육을 받으면서도 설마 본인 가정의 일이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다.

가족 중에 치매 환자가 발생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환자와 함께 가까운 지구대로 가서 지문 사전등록을 한 다음 “우리집 치매 환자입니다. 혹시 길을 잃게 되면 집으로 모셔와 주십시오”라고 말을 해두는 게 좋다. 지문 사전등록은 지구대, 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서 할 수 있다. 지문 사전등록이 돼 있는 경우, 치매 환자 실종 시 평균 20분 만에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찾기까지 86시간이 걸리고, 치매 환자의 3퍼센트는 영원히 돌아오지 못한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치매 사전등록 현황은 2022년 4월 기준 32.4퍼센트에 불과한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치매 환자가 실종됐을 때 신원 파악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만큼 환자 가족이 애타게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다.

또한 보건소에서는 치매 인식표를 무료로 발급해주고 있다. 치매 환자 이름, 주소, 연락처 등의 정보를 입력하고, 개별 고유번호와 관련기관의 전화번호까지 기록해 환자가 가족의 품으로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길을 가다가 배회하는 치매 환자를 발견하면 먼저 치매 인식표를 소지하고 있는지 확인해보기를 권한다.

배회감지기(GPS 위치 추적기)를 부착해 두는 방법도 있다. 길을 잃은 환자의 위치를 알려주는 소형 위치 추적기다. 목, 허리, 손목 등에 착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경우 배터리가 다 되면 위치 추적을 할 수 없지만, 배회감지기는 통신사와 연계되어 있어 계속 위치 추적이 가능하다.

또한 치매 환자의 복장은 되도록 밝은색이 좋다. 밝은색 옷을 입으면 눈에 좀 더 쉽게 띄어 발견하기가 용이하다. 신발에는 형광 스티커를 부착하고, 모자도 밝은 색상이면 좋다.

환자를 찾을 때는 사라진 지점에서 직선 방향으로 찾기 시작한다. 아이들과 치매 환자는 골목골목 다니지 않고 오로지 앞만 보고 간다. 가령 높은 산이 앞에 있으면 그 산을 넘는다. 환자의 건강상태로는 산에 올라가지 못할 거라고 흔히들 오해하는데, 그 산을 넘는다.

어릴 적 동네에 치매인 할머니가 계셨다. 걸음도 잘 걷지 못하는 분이었는데, 어느 날 할머니가 사라지고 온 동네 사람들이 찾아 나섰다. 할머니는 엉뚱하게도 산에 나무를 하러 갔던 이에게 발견되었다. 그것도 산 꼭대기에서.

글_김숙희
누리치매예방교육센터 센터장.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통합헬스케어연구소 연구원.
《굿바이 치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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