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훈련해 통증을 완화할 수 있을까?

뇌를 훈련해 통증을 완화할 수 있을까?

뇌과학 리뷰

브레인 100호
2023년 08월 10일 (목)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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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에 대한 뇌의 반응을 바꿀 수 있을까? 신경과 의사로 뇌와 통증의 상관관계에 관한 선도적인 연구를 수행해온 리처드 앰브론Richard Ambron은 “신경 말단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전구를 켜거나 끌 때 사용하는 스위치를 떠올려보자.

빛의 양을 세밀하게 조절하고 싶은 경우 스위치를 가변저항기로 바꿔 전구를 켜고 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흐리거나 밝게 할 수도 있다. 이와 유사하게 발생하는 활동전위의 수를 늘리거나 줄이기 위해 말단 세포막의 역치를 변경시킴으로써 통증의 심각성과 지속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고 한다.

통증관리에 관한 그의 새로운 시각을 담은 책 《통증의 뇌과학》은 ‘뇌과학으로 밝히는 통증의 비밀’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뇌가 통증을 인식하는 과정부터 통증 완화를 위한 방법까지 최신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원리적 설명을 담은 이 책의 주요 부분을 리뷰한다.
 

▲ 사진_게티이미지코리아



가장 좌절감을 주는 것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만성통증
 

우리는 일상적으로 크고 작은 통증과 함께 살아간다. 통증은 우리 몸에 이상이 발생했음을 알려주는 일종의 경고 신호다. 통증이 발생하면 자연스럽게 부상 부위를 보호하고 통증의 원인을 찾아내 제거하려고 한다. 만약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면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거나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는 큰 문제를 방치하게 될 수 있다.

국제통증연구협회(IASP)는 통증을 ‘실제 또는 잠재적인 조직 손상 또는 그러한 손상 측면에서 서술되는 것과 관련된 불쾌한 감각 및 정서적 경험’으로 정의한다. 가벼운 베임이나 화상 또는 찰과상으로 인한 통증은 일반적으로 하루 이내에 줄어들며, 연고나 밴드 같은 일반의약품으로 완화되지만, 통증이 지속되면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수술 후 통증은 증상이 며칠 이상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유형의 통증도 강력한 진통제로 관리하면 일주일 전후로 통증이 완화된다.

더 심각한 상황은 몇 달 또는 몇 년 동안 지속되는 만성통증을 겪을 때다. 만성통증(Chronic Pain)은 병변이나 침습적 개입에 대한 비정상적인 반응으로 3개월 이상 매일 통증을 경험하고 예상되는 치유 기간을 초과해 지속되는 상태다. 예를 들면, 요통 및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 과민성 대장 증후군, 암 통증 및 특정 형태의 신경병증성 통증 같은 상태가 있다.

대부분의 만성통증은 수반되는 모든 문제와 함께 장기간 아편계 진통제 사용을 제외하고는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다. 가장 좌절감을 주는 것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만성통증이다. 예를 들어 섬유근육통은 말초 조직에 이상이 있다는 증거 없이 만성적으로 광범위한 통증과 압통(통각과민 및 무해통증)을 특징으로 하는 근골격장애다. 또 하나의 곤란한 경우는 특별한 병이 없을 때도 뇌가 신체의 특정 구조에서 오는 통증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러한 유형의 또는 건강염려증 환자로 낙인찍힌다. 
 

만성통증은 통증 기전을 이해해야만 치유할 수 있다.

만성통증으로 고통받는 사람은 집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불안, 두려움, 우울증에 시달린다. 또한 멈추지 않는 고통은 가족관계를 파괴하고, 통증으로 인한 생산성의 상실은 경제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대략 3천만 명이 만성통증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대다수가 아편제를 함유한 약물 외에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아편제는 중독과 내성이라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약물 남용이 만연한다. 2017년 통계에 따르면 아편제 진통제 과다 복용으로 7만여 명이 사망했다. 어떤 기준으로 보아도 만성통증은 통증 기전을 이해 해야만 치유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의 비극이다.

통증 완화는 역사가 기록된 이래 인류의 목표였다. 특히 서양 문화는 고대에는 엘릭서와 아편제 그리고 최근에는 침해수용성 경로에서 분자 표적을 공격하도록 특별히 설계된 약물과 같은 약리학적 제제에 크게 의존했다.

통증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고통이 신체적 원인뿐 아니라 심리적 원인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아편제조차도 모든 유형의 만성통증을 효과적으로 완화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체성감각 시스템에서 단일 효소, 채널 또는 수용체를 저해하는 것이 모든 형태의 만성통증을 감소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음을 사용해 통증에서 주의를 분산시키는 방법

한편으로 신경과학의 최근 발전을 감안하면 통증 조절에 비약리학적 접근을 고려할 만하다. 우리가 이렇게 희망적인 이유는 통증을 조절하는 세 가지 필수 요소, 즉 신경 매트릭스의 체성감각 및 정서적 모듈과 대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듈과 시스템은 독립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상호 연결된 광대한 네트워크의 구성요소이므로 이제 이들을 통증 매트릭스로 그룹화할 수 있다(그림). 신경 매트릭스의 확장은 전전두엽 및 섬피질의 회로활동이 정서적 시스템의 모듈을 조절한다는 것을 반영한다.
 

▲ 통증 매트릭스는 신경 매트릭스를 구성하는 정서 시스템(실선)과 체성감각 시스템(점선)의 연결로 구성된다. 시상하부의 신경세포는 통증에 대한 신체반응을 제어하는 자율신경계를 활성화한다.


통증 매트릭스 내 특정 모듈의 활동을 제어함으로써 통증을 개선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주의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본질적으로 최면, 플라세보 또는 명상을 통해 일어나는 것처럼 마음을 사용해 통증에서 주의를 분산시키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최면의 단점은 소수(10퍼센트)만이 통증을 완화하는 데 필요한 깊은 최면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플라세보는 더 많은 사람에게 통할 수 있지만 결과는 신뢰의 정도에 달려 있다. 명상은 훈련이 필요하지만 가장 많은 환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고 위험이 낮으며 비용이 많이 들지 않기 때문에, 만성통증에 대한 최고의 비약리학적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다.
 

통증을 줄이는 명상요법

통증을 줄일 수 있는 마음챙김 명상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주의집중(Focused Attention)이라는 방식이 있다. 집중된 주의를 기울이는 동안 수행자는 계속해서 반복되는 단어인 만트라Mantra 또는 호흡 같은 단순한 기능에 초점을 맞춘다. 이 방식은 일단 숙달되면 수행자는 많은 준비 없이 이 상태에 들어갈 수 있다.

이 상태는 두 가지 방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준다. 첫째, 영상 연구에 따르면 활동성 편도체가 만성 섬유근육통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주의집중이 편도체의 활성화로 인한 두려움을 줄여준다. 즉 예기치 않게 일어나는 통증에 대한 두려움을 제거해 기분과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둘째, 주의집중은 통증을 악화시키는 스트레스 유발 염증인자의 합성을 차단한다.

다른 한 가지는 개방 모니터링(Open Monitoring)이라는 방식이다. 집중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동안 방해가 되는 고통과 같은 모든 생각이나 경험을 평가한 다음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무시한다. 다른 말로 하면 개방 모니터링은 통증에 대한 자각을 고통으로부터 분리한다.

이는 수행자가 의도적으로 통증에서 주의를 돌리는 마음챙김 상태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숙련된 수행자가 진통과 같은 방식으로 통증 매트릭스 내 구성요소의 활동을 의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더욱이 전대상피질(ACC)과 같은 통증 매트릭스의 주요 구성요소를 조작함으로써 마음챙김은 신체적, 심리적 통증을 약화시킬 수 있다. 문제는 이 정도 수준의 능숙함에 도달하려면 시간, 인내 및 헌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래에는 명상의 숙련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피드백을 통한 통증 매트릭스의 주요 구성요소(전전두엽PFC와 섬피질IC)를 조작하는 것을 빠르게 훈련하여 통증관리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글_강윤정 한국뇌과학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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