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교육, 뉴질랜드 마오리 청소년들의 건강한 정체성 형성에 기여

뇌교육, 뉴질랜드 마오리 청소년들의 건강한 정체성 형성에 기여

[인터뷰] 얼스빌리지 코로 칼먼(Koro Carman)

▲ 코로 칼먼 <사진제공=코로 칼먼>
 

코로나19 확산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가장 엄격하게 이동 제한 조치를 취했던 뉴질랜드도 작년 8월부터 입국 제한을 전면 해제했다. 그리고 중단되었던 뉴질랜드의 얼스빌리지에서 열리는 명상여행도 재개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얼스빌리지는 이승헌 세계지구시민운동연합 총재(국제뇌교육협회장)가 전 세계 청소년들이 뇌교육을 통해 지구시민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지구시민학교를 운영하기 위해 뉴질랜드 북섬의 울창한 숲 속에 개발한 곳이다.  

올해 4월 일주일간 명상여행에 직접 참석하면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로 힘들었던 시간 속에서도 얼스빌리지 곳곳에 자연과의 일체감 속에서 깊은 명상을 체험할 수 있는 아름다운 장소들이 새롭게 개발되어 우리를 반겼기 때문이다. 


▲ 얼스빌리지의 울창한 숲 속에 마련된 명상의 공간들 <사진제공=얼스빌리지>
 
▲ 얼스빌리지의 야외 수련장 <사진제공=얼스빌리지>


얼스빌리지에는 한국이나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 방문하는 명상여행단 뿐만 아니라 뉴질랜드 내국인들을 위해 뇌교육과 명상 트레이닝 프로그램들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 중 나의 관심을 끈 건 마오리 청소년 정신건강을 위한 뇌교육 프로젝트였다. 

마오리 젊은이들의 자살률은 전 세계적으로도 아주 높은데, 2015년부터 진행된 한 마오리 청소년 자살방지 프로그램 개발 프로젝트에 뇌교육의 원리와 훈련법들이 도입되면서 코로나 발발 전까지 지속되었다. 몸을 통한 트라우마 치유, 마오리족으로서의 자긍심 회복이 주요 내용이었다. 


▲ 2017년 뉴질랜드 케리케리에서 열린 뇌교육 심포지엄에서 마오리 청소년 자살방지 프로그램 연구 과정을 발표하는 릴리 조지 박사와 프로젝트 참여 마오리 청소년들 <사진제공=국제뇌교육협회>


새롭게 시작된 뇌교육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코로 칼먼(Koro Carman)씨는 작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국학원에서 인사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뉴질랜드 최북단 서쪽에 있는 호키앙가(Hokianga)라는 지역 출신의 마오리족이다. 25년 넘게 마오리족의 자연과 문화를 소개하는 관광업을 해왔다고 한다.  

그는 뉴질랜드에서 지구시민운동을 구상하면서 마오리족이 중요시하는 나무와 숲 등을 찾아다니던 이승헌 총재에게 관광 안내를 하면서 뇌교육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그는 2020년부터 Brain Education and Research라는 회사에 합류하여 현재 프로젝트 개발과 청소년 멘토링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학교나 청소년 단체, 지역사회에 뇌교육을 소개하는 일이다. 


▲ 글로벌사이버대학교의 K-명상 원격과목인 '뇌교육명상: 스트레스관리 및 자기역량강화' 과정 수료식에서 이승헌 총재와 코로 칼먼 <사진제공=코로 칼먼>


현재 마오리 청소년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고, 뇌교육은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나는 한국에 돌아온 후 칼먼씨를 화상으로 만나 여기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은 인터뷰의 주요 내용이다. 


Q. 작년에 얼스빌리지에서 마오리 청소년을 위한 뇌교육 리트리트(Maori Youth Leadership Retreat)를 열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뉴질랜드에서 뇌교육이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재원 마련을 위해서 많은 대화가 필요했습니다. 테푸니 코키리(Te Puni Kōkiri)라는 기관과 먼저 이야기를 했는데요. 이 기관은 마오리족 발전을 위한 뉴질랜드의 정부기관입니다. 마오리 청소년들을 위한 사업에 자금을 지원합니다. 그래서 이 기관과 미팅을 갖고 뇌교육으로 마오리 청소년들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그 다음 단계로 테히링가 자선기금(Te Hiringa Charitable Trust)과 대화했습니다. 

이 삼자간의 협업을 통해 지원금을 확보하고 난 후 프로그램을 설계했습니다. 15세에서 24세의 청소년들이, 8일간 얼스빌리지에 머무르면서 뇌교육을 체험하는 리트리트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 다음 단계로 마후루(Mahuru)라는 기관을 통해 지역에서 프로그램에 참가할 마오리 청소년들을 선정했습니다. 마후루는 마오리 청소년들의 권리증진과 멘토링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마오리 청소년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습니다. 문제 청소년들도 많습니다. 이들 중 10명의 청소년들을 선발하게 되었습니다. 


▲ 마오리 청소년 리더십 리트리트 참가자들 <사진제공=얼스빌리지>


Q. 마오리 청소년들이 가족관계에서나 자신에 대해서 경험하고 있는 문제들은 주로 어떤 것들인가요? 

전 세계 청소년들이 다 마찬가지일거예요.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어요. 우울감과 분노와 같은 문제들이죠. 물론 소외계층의 청소년들에게는 그런 가정환경으로 인한 문제들도 있죠.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은 마오리족 청소년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을 스스로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알려주고 지원하는 것입니다.

이번 리트리트 참가자들에게서 볼 수 있었던 변화의 공통점은 더 큰 성장을 위해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들을 익히는데 관심이 높았습니다.


Q. 리트리트에서는 어떤 활동들을 했나요? 

국학기공, 명상, 요가, 무예 등의 훈련 시간이 있었습니다. 마오리와 한국 문화에 대해 배우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다양한 체험을 했죠. 뇌교육이 활용하는 모든 훈련법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참된 모습을 발견하고 삶의 목표와 방향을 찾도록 돕는 것입니다. 대부분 자신 안에서 시작하지만 자연 환경 속에서 훨씬 효과적입니다.

뉴질랜드는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가진 축복받은 나라입니다. 그럼에도 이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단절되어 있습니다. 소음도 많고 모두 바쁩니다. 그래서 항상 그곳에 있었음에도 우리가 갖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잃기가 무척 쉽습니다. 

그런데 얼스빌리지는 이곳에 온 사람들이 자연 속에서 인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 목적이 이 얼스빌리지를 특별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인류는 그동안 자연과의 연결이 끊어졌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뇌교육을 통해 잃어버린 자연과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얼스빌리지의 모토가 '자연 속에서 인성을 회복하라(Discover Humanity in Nature)'입니다.


▲ 마오리 청소년 리더십 리트리트 참가자들 <사진제공=얼스빌리지>
 
▲ 마오리 청소년 리더십 리트리트 참가자들 <사진제공=얼스빌리지>


Q. 뇌교육을 접하게 된 뉴질랜드의 청소년들이 앞으로 어떻게 성장해 가기를 바라나요? 

그들이 뇌교육을 한번 체험해 보는 것에서 끝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청소년들이 뇌교육 훈련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물론 모두가 계속 하고 싶은 것은 아니겠지만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기회를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 마오리 청소년 리더십 리트리트 수료식과 참가자들의 밝은 모습 <사진제공=얼스빌리지>

뇌교육이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을 보아왔고 청소년들이 자각의 순간을 체험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들이 미래를 향해 성장하기 위해 정말로 필요한 어떤 것을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뇌교육은 결국 사람들이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이곳에 와 일하고 있는 청년 지구시민리더들에게서 좋은 예를 볼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뇌교육 훈련을 해온 지구시민리더들은 매우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편협하지 않고 마음이 열려 있습니다. 뇌교육을 통해 훈련이 되었다고 생각되는데요. 중요한 것은 보는 시야만 확장된 것이 아니라 잘 수용한다는 점입니다. 

뇌교육으로 계속 훈련해온 지구시민리더들과 그렇지 않은 우리 청소년들을 비교해보면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 청소년들도 지구시민리더처럼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널리 보고 기꺼이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고 매일 매일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그것이 자신들 뿐만 아니라 인류를 위한 것이니까요. 


▲ K-Culture Day에 참석한 마오리 청소년들과 지구시민리더들 <사진제공=코로 칼먼>


Q. 청소년들이 긍정적인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자신이 속한 문화에 대한 자긍심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한국과 마오리족은 식민지화를 거쳐 문화적 정체성을 다시 세우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지금 마오리 청소년 세대의 상황은 어떠한가요? 이들이 건강한 문화적 정체성을 세우는데 당면한 어려움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지금 뉴질랜드에서는 우리의 문화를 재발견할 수 있는 많은 기회들이 더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미 마오리 학교가 있었고요. 유아들과 아동들을 위한 마오리 학교가 있습니다. 그리고 마오리 청소년들을 위한 고등학교도 있습니다. 그리고 마오리 TV 방송과 라디오 방송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마오리족의 새해가 국경일로 지정되었습니다. 좋은 일이죠. 매년 마오리 전통 공연 대회가 크게 열리구요, 최근에는 자금 지원도 확정되었습니다. 마오리족의 문화가 트렌드가 되고 있습니다. 정부와 조약을 맺고 정부 기구의 생활 문화에도 마오리 문화가 접목되고 있습니다.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오리 문화가 점점 일상적인 것이 되어 가고 있으니까요. 어떤 것이 일상적인 것이 되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이제 과제는 마오리 청소년 세대들이 그 문화의 주인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만드는 것입니다. 마오리 문화로 연결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해요.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형성된 부정적인 자기 인식도 있어요. 그런 것들은 바꾸어야겠지요. 그 중 하나의 문제가, 사회보장제도에 의존해서 연금을 받고 있는 가정의 경우에요.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면 매주 아주 작은 돈만 받지요. 그리고 그것이 몇 세대를 거쳐 계속 그래왔다면 그걸 바꾸는게 쉽지 않아요. 과제지요.  

청소년들이 -강요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마오리 문화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해요. 그건 마오리족 뿐만 아니라 식민지화를 겪은 모든 토착민들의 과제에요. 


Q. 마오리 청소년들이 건강한 정체성을 세우는데 뇌교육이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마오리 문화를 일상생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아요. 핵심은 간단해요. 자랑스럽게 우리가 누구인지 이야기할 수 있으면 돼요. 식민지화되기 전 우리 조상들은 교역을 즐기던 민족이었습니다. 기술 없이도 전 세계를 항해했어요. 뉴질랜드를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게 되는 것이에요. 

전부터 이승헌 총재님께서 한국에서 한민족의 문화를 회복하기 위해 많은 일을 하셨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작년에 한국을 방문해서 국학원과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벤자민인성영재학교 등 그동안 해오신 일들의 결과를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어요. 뉴질랜드에만 있으면 보기 어렵거든요.


▲ 벤자민인성영재학교(왼쪽)와 국학원(오른쪽)을 방문한 코로 칼먼 <사진제공=코로 칼먼>


하루는 점심을 먹으러 국학원 구내 식당에 내려갔는데, 많은 십대 학생들이 식사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 학생들이 여기서 뭘 하는지 물어봤어요. 자신의 문화와 역사를 배우러 왔다고 하더군요. 놀라웠어요. 

우리는 우리 자신이 되기만 하면 돼요. 그것이 뇌교육 아닌가요? 좀 더 나은 버전의 우리 자신이 되는 것 말이죠. 우리는 진정한 우리 자신을 찾고, 그것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으면 돼요.

뇌교육을 통해 성장하고 지구시민리더가 되는 학생들의 모습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 뇌교육이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모델이에요. 이승헌 총재님이 벤자민인성영재학교를 세우신 것도 그런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좀 더 많은 마오리 청소년들이 뇌교육을 배울 수 있도록 하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요?

지금 지역의 한 마오리 학교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뇌교육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트레이너가 학교를 방문해서 9학년과 10학년 학생들에게 한시간씩 수업을 합니다. 우선은 뇌교육을 수업을 하는 학교 수를 늘려가면서 많은 학교에서 뇌교육에 대한 인식이 높아질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정규 교육과정 안에서 뇌교육을 가르칠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물론 뇌교육을 지도할 수 있는 트레이너 양성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리고 마오리 청소년들 사이에서 뇌교육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 말하자면 뇌교육 홍보대사를 발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얼스빌리지에서 열리는 뇌교육 리트리트는 일회성 프로그램이지만, 거기서 또래들에게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는 리더를 만들 수 있습니다. 

뇌교육의 종주국인 한국에 가서 직접 배우는 것도 아주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는 뇌교육을 배우는 학생들이 많고, 또래끼리 체험을 나누는 것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국에 단지 일주일 있었을 뿐인데도 한국에 푹 빠졌어요. 누군가 일년 동안 한국에서 뇌교육을 체험한다면 그 사람의 체험은 다른 사람들에게 뇌교육을 알리는데 아주 강력한 플랫폼이 될 겁니다. 

또래끼리 교류해야 한다는 것의 좋은 예가 있습니다. 우리가 K-Culture Day 이벤트를 했었는데요. 한 10명 정도 왔습니다. 2~3번 정도 한 것 같고요. 다시 하면 좋겠습니다. 15세에서 16세 정도 청소년들이 왔습니다. 지구시민리더들과 시간을 보냈는데요, 관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국 문화에 관심 있었기 때문이죠. 특히 한류는 뉴질랜드에서 매우 인기가 높습니다.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 지구시민리더십 과정은 뉴질랜드 얼스빌리지, 지구시민힐링센터 등 지구시민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사업장에서 근무하면서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통해 지구시민으로 성장하는 과정이다.  

정리. 김지인 국제뇌교육협회 국제협력실장 jiin_kim@ibrea.org

ⓒ 브레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 뉴스

설명글
인기기사는 최근 7일간 조회수, 댓글수, 호응이 높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