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 만난 사람] 뉴로게이저 이흥열 대표

[편집장이 만난 사람] 뉴로게이저 이흥열 대표

“뇌분석서비스로 브레인케어 시장 선도, 첫 항해 시작”

▲ (주)뉴로게이저 이흥열 대표

2014년 설립된 뉴로게이저가 아동청소년 뇌분석 서비스 ‘앨사이어니(Alcyone)’를 처음 선보인 ‘제1회 세계 뇌과학과 뇌산업 컨퍼런스(WNNC, World Neuro science & business Conference)’의 성공적 개최 후, 신사동에 자리한 뉴로게이저 뇌이미징센터(NBIC, Neurogazer Brain Imaging Center)에서 이흥열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만 10세~15세 아이들이 와서 MRI를 촬영하는 곳이기도 하다.  


[Box] 뉴로게이저는?
 

▲ 뉴로게이저 아동청소년 뇌분석서비스

2014년 5월 설립됐으며, 2000년대 중반 통신분야 IT 전문가로 활약했던 이흥열 대표이사와 세계적 뇌과학 권위자인 이대열 최고과학책임자(CSO)겸 존스홉킨스대학교 블룸버그 특훈교수 두 형제가 공동창업 했다. 창업 초기부터 함께하는 과학자문위원 중 뇌신경과학 전공분야의 석좌교수 2명과 영국 왕립학회회원이 있을 정도로 강력한 맨파워(man power)가 강점.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AI 플랫폼을 이용한 뇌분석(BAS, Brain Analysis Service)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과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SaMD(Software as a Medical Device)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뇌과학과 AI 기술을 접목하여 인간의 뇌 발달 과정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있게 해주는 ‘뇌분석 서비스’ 영역을 선도적으로 개척해 나가고 있다.


Q. MRI 센터가 일반 병원과 사뭇 느낌이 다릅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뇌를 촬영하는 공간이잖아요. 어쩌면 첫 경험의 순간인데, 병원처럼 딱딱한 분위기에서 환자복 입고 돌아다니는 그런 환경을 제공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부모님도 밖에서 아이들을 보실 수 있고, 아이들도 자신의 뇌를 만나는 의미 있는 체험의 시간이니까요.
 

▲ 서울 신사동에 자리한 뉴로게이저 MRI센터


Q. 컨퍼런스 얘기부터 해야겠는데요. 석학들의 전문적인 강연과 첫 서비스 론칭까지 성황리에 마친 것 같은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한 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세계적인 석학들이었는데 이구동성으로 얘기하더라구요. 오전 강연에 이어, 오후 시간이 되어도 참석자들의 높은 집중도에 많이 놀랬다고.

개인적으로는 제 발표 자리에서 울컥할까 솔직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2014년 설립 이후, 참으로 많은 인내의 시간과 남다른 여정을 가진 이후 세상에 선보이는 자리였으니까요.
 

▲ 뉴로게이저가 주최한‘제1회 세계 뇌과학과 뇌산업 컨퍼런스(WNNC, World Neuro science & business Conference)’
▲ ▲ ‘제1회 세계 뇌과학과 뇌산업 컨퍼런스'에서 영국 옥스포드대 팀 베런스 교수가 '뇌와 인공지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뉴로게이저 공동창업자이자 세계적 뇌과학 권위자인 이대열 최고과학책임자(CSO)겸 존스홉킨스대학교 블룸버그 특훈교수
▲ 이흥열 대표가 뉴로게이저의 비전을 발표하는 장면


Q.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뇌분석서비스(BAS, Brain Analysis Service)’의 타이틀 ‘Alcyone'이 궁금하더라구요. 무슨 뜻인가요?

황소자리의 3등성 별의 이름입니다. 최고과학책임자(CSO)인 이대열 교수와 둘 다 ’스타트렉‘의 팬인데, 우리가 뉴런들을 항해하는 항성이 됐으면 좋겠다.

연령대별로 브랜딩이 필요한데 그럼 브랜딩을 어떻게 할까 하다가, ’A’로 시작되는 항성부터 뉴로게이저가 도착하는 느낌으로 이름을 적어 나가자.

그래서 첫 번째 뉴로게이저가 도착한 항성이 ‘Alcyone’이라는 항성이 되고 그 항성에는 10세~15세의 아이들이 있는 거죠. 그럼 다음 연령대가 높아지면 또 다른 항성의 이름이 나오겠죠.


Q. 스토리텔링에서 MRI센터 디자인도 남다르고. 세계적인 뇌과학자인 형과는 다른 시간을 살아오셨는데, 대표님이 걸어온 시간이 궁금하네요. 

뉴로게이저를 세우기 바로 전에는 통신분야 IT 전문가로 있다가 회사를 창업해서 운영했었지만, 사회 초창기에는 회계 분야 일을 했었습니다.

그 다음에 뛰어든 게 광고회사였어요. 아침 6시에 가서 새벽 4시에 들어와도 즐거운 거예요. 광고 카피가 어떤 이미지랑 결합 되어서 하나의 광고를 만들어내는 게 저한테는 그게 설레더라구요.

이후, 브랜드 마케팅까지 경험하면서 스토리텔링과 브랜딩에 대한 고민들이 많았습니다. 이곳 MRI센터나 뉴로게이저란 이름, 이번 리포트의 첫 타이틀에도 그러한 고민을 담은 것입니다.
 

▲ 서울 신사동에 자리한 뉴로게이저 MRI센터 전경.


Q. 2014년 뉴로게이저를 설립했습니다. 존스홉킨스대학교 블룸버그 특훈교수로 있는 세계적인 뇌과학자인 이대열 교수를 비롯해 뇌과학 분야 강력한 맨파워가 뉴로게이저의 큰 강점인데, 두 분이 공동창업을 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요.

뉴로게이저에 대한 고민은 사실 2011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형과는 다른 길을 걸어오다, 서로 하고 있는 일들을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부터죠.

그리고 IT 분야에서는 클라우드라는 개념이 나오기 시작하고, 컴퓨팅 파워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분석이나 연구를 할 수 있는 최적기라고 저는 판단을 했던 거예요. 그리고 이제 이대열 교수랑 얘기를 본격적으로 하고 나서 설립을 하죠. 

그런데,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제가 뇌를 이해하고 있었어야 되는 거예요. 그래서 형이 소위 내노라 하는 교수들과의 미팅을 연결해 주면서 혹독하게 트레이닝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만난 많은 학자분들과 뉴로게이저가 지금도 함께 하고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Q. 뉴로게이저는 21세기를 대표하는 분야라 할 수 있는 AI와 신경과학의 만남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뇌질환 분야 등 비정상적 뇌가 아닌 정상적인 뇌, 특히 아동청소년의 뇌를 첫 타겟으로 선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부모님 두 분 다 교육자셨어요. 형은 어릴 적부터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고, 상대적으로 형만큼 해라는 것이 저를 옥죄었어요. 저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음악이 좋았던 아이였어요. 그런데, 되돌아보면 20대 중반까지 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 채로 산 거에요.

지금 대부분 부모의 아이들에 대한 설득 자체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한 것이 아닌 거죠. 우리 다음 세대의 삶이 우리 세대보다 못해지는 걸 바라지는 않을 거에요. 그러면 아이를 잘 이해해야 하거든요. 아이들이 성장기에 겪는 그런 것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면, 아이들의 개성과 아이덴터티를 존중할 수 있지 않을까요.
 

▲ 뉴로게이저가 내어 놓은 아동청소년 뇌분석 서비스 ‘앨사이어니(Alcyone)’

220페이지에 달하는 아이의 뇌를 분석한 보고서를 보게 되면,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아이가 보여요. 아이에게 더 관심을 갖게 되고, 소통하려고 노력하게 되고. 이 보고서가 할 수 있는 가장 순기능은 저는 그거라고 보는 거예요. 부모의 기준점에서 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거죠.

2천명의 부모님들을 만나는 동안 제가 제일 마음에 와 닿았던 것 중에 아이를 홈스쿨링 시키고 있다는 부모가 계셨어요. 연구에 왜 참여하셨냐고 물으니, 아이를 더 이해하고 싶어서 라고 했습니다. 저는 답이 거기 있다고 생각해요. 부모들은 아이들을 혹독하게 몰아붙이는 이유가 무지에서 출발하는 거죠. 우리나라 말에 “내 배로 난 자식인데 내가 모를까 봐”라는 얘기처럼요.

뇌과학이 가장 한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아이의 뇌를 잘 이해하게 되는 것. 뉴로게이저가 세상에 내어놓는 뇌분석서비스를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조금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라는 다소 몽상가적인 기대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건 교육이 아니에요. 아이의 행복한 삶을 부모가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서, 교육사업이 아니라 ‘BAS(Brain Analysis Service, 뇌 분석서비스)’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Q. 이 보고서를 훑어 보니까, 지금은 인간의 뇌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인간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맞습니다. 현재 167개 항목인데, 항목들을 조율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어요. 연구진들이 수만 편의 논문을 분석하고, 제가 만났던 분들의 니즈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이니까요.

Part I, Part II는 뇌의 성장과 발달상태, 수리능력, 과학창의성, 제2언어 학습능력, 학업성취도 등 다양한 능력과 적성 등이 포함되어 있어 아이의 뇌와 관련된 대부분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Part III가 뇌 위험도에 대한 부분입니다. 

이 보고서는 의료정보가 아니고, 아이에게 낙인을 찍는 것도 아니에요. 아이의 다양한 역량을 바라보고, 무언가 환경을 바꿔주는 것 만으로 아이가 조금은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데 우리가 그것을 방치하는 게 맞는지. 마중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하자는 거죠.
 

▲ 뉴로게이저의 BAR(뇌분석리포트)는 2022년 샌디에고에서 열린신경과학학회(SFN)에서 많은 호응을 받았다.


Q. 뉴로게이저의 핵심역량이라 할 수 있는 연구그룹, 의료정보 활용의 유연성 측면에서 한국은 다소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왜 한국에서 첫 시작을 하시나요. 

몇 가지 이유가 있어요. 이대열 교수가 2017년에 낸 ‘지능의 탄생’ 책이 한국에서 먼저 나오고, 다음에 옥스포드 출판사에서 나왔습니다. 한국에서 공부한 이대열 교수가 세계적인 뇌석학이 되었는데, 자신이 공부한 걸 나누려면 대한민국 사람들하고 먼저 나누는 게 낫다는 입장이 있어요.

두 번째는 한국인의 뇌와 미국인의 뇌, 동양인의 뇌와 서양인의 뇌가 조금 달라요. 기업의 헤드 그룹이 한국인 이고, 저는 우리나라 아닌 곳에서 시작을 하는 것이 사업적 리스크가 더 높다고 봅니다. 그리고 제가 상대방을 가장 잘 설득할 수 있는 거는 아무래도 한국이기도 하구요.


Q. 인간의 지능과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는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뇌과학 석학그룹과 함께 하는 뉴로게이저의 도전이 갖는 의미는 무척이나 크다고 보여집니다. 특히, 두뇌발달이 가장 활발히 진행되는 아동청소년기에서 특정 시점의 뇌분석을 하는 것인데, 어느 정도 주기적으로 검사를 하면서 변화를 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맞습니다. 뉴로게이저에서는 3년을 권장하고 있어요. 뇌의 주기를 어떻게 관찰했을 때 가장 다이나믹한 변화가 있을까 봤을 때 이대열 교수도 2년 반 정도면 충분하다고 하는데, 사업적으로는 오히려 3년을 얘기합니다. 우리나라의 교육 체계를 감안해서도 그래요. 

뭐냐 하면 중학교 가기 전에 아이의 뇌 건강은 한번 좀 들여다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가기 전에 한 번, 마지막으로 성인이 되기 전에 한 번 정도 해줄 수 있으면 아이가 어떠한 성향이 어떠한 차이를 보이면서 성장했는지 예측도 해줄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150만원 비용도 가계에 부담이 되니까요.
 


Q. 세계적으로 가장 교육열이 뜨겁다는 한국인 만큼, 뇌에 대한 관심도 높습니다. 출판계에 뇌과학 서적이 과학서적 1위를 기록했습니다. 수많은 학부모들을 만나셨다고 하셨는데, 뇌분석서비스에 대한 한국에서의 전망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전망에 대한 신념이 있으니까 출시를 했겠지요. 그리고 저희가 지금 가져가고자 하는 거는 공장 찍듯이 막 줄 세우고 찍고 싶지는 않아요.

그리고 이 서비스는 일단 의료계 의사의 처방으로부터 시작되어야 되기 때문에 병원에 너무 많은 부담을 주고 싶지도 않고. 일단은 월 100명으로 한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를 컨퍼런스에서 이렇게 펼쳐 보였지만 내용을 꼼꼼히 보지는 못하셨을 거예요. 모든 분들이 그렇죠. 그래서 이제 이것들이 노출이 되고 그것들을 경험한 사람들이 평가가 이 이 사업의 방향성을 결정하게 될 거라고 봅니다.


Q. 뇌 진단 분야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시는 것이라 볼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뇌훈련 및 계발 영역에서 교육시장이 존재합니다. 학교나 심리상담센터에서 뇌파측정이 이루어지고 있고, 교육부가 두뇌훈련 분야 브레인트레이너 자격을 국가공인화 하기도 했습니다. 뇌 진단분야와 훈련분야의 연계도 예상이 되는데, 어떠신가요.
 

▲ 이흥열 대표가 컨퍼런스에서 뉴로게이저의 비전을 발표하는 장면

결국에 사업이라는 게 숲을 만들어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 숲에 어떤 나무가 생길지 어떤 동물들이 와서 그 숲 속에 자기 삶을 꾸릴지는 모르겠어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거는 우리 플랫폼이 거대한 그런 뇌 과학의 정보를 나누고 함께 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어 드릴 테니 많은 분들이 좀 더 과학에 기반해서 사람들에게 좀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하면, 뉴로게이저가 국가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정리. 장래혁 편집장 | 사진. 김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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