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터뷰] 한국형 고교 완전 자유학년제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생들의 이야기
[1편] 춤과 노래로 사랑을 전하고 싶은 3기 윤채은 양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 교장 김나옥) 문화학습관 인성전문가 초청 특강이 지난 10월 2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굿 시어터에서 열렸다. (관련기사▶바로가기) 시끌벅적한 행사 리허설 현장 속 사람들에게 선보일 공연을 연습하는 학생들이 보인다. 그중 "하나둘, 하나둘" 구령을 하며 안무를 지도하는 한 학생이 있다.
첫 번째 인터뷰 주인공인 벤자민학교 3기 재학생 윤채은 양(18, 대구학습관)은 벤자민학교와 벤자민갭이어 학생들로 이루어진 벤자민 힐라 퍼포먼스(Benjamin Healinglife Performance, 이하 BHP)공연단 멤버이다. 윤 양의 첫 인상은 팀원들을 이끄는 '리더'의 모습이었다.
▲ 벤자민학교 3기 윤채은 양 <사진=황현정 기자>
"평소 '리더’에 관심이 많아요. 누구나 기댈 수 있는 편안한 사람이 된다는 게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사람들이 저를 믿는다는 뜻이니까요. 굉장히 값진 자리라고 생각해요.”
그녀가 리더에 관심 갖게 된 계기는 올해 7월 4일부터 14일까지 11일간 진행된 제1회 동해안 지질대장정이다. 지질대장정은 경상북도 울진에서 독도까지 약 300km를 걷고 배로 이동하는 것으로 동해안 지오투어리즘 사업단에서 주최하고 경북 동해안 5개 시∙군(포항 경주 영덕 울진 울릉)에서 주관했다.
"지질대장정은 벤자민학교 학생들뿐 아니라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 100여 명이 참여한 프로그램이었어요. 그곳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며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 채은 양은 지난 7월 4일부터 14일까지 동해안 지오투어리즘 사업단에서 주최한 '제1회 동해안 지질대장정'에 참여했다. 지질대장정은 경북 울진에서 독도까지 약 300km를 답사하는 활동이었다. <사진= 윤채은>
특히 저에게 조언을 해주며 멘토가 되어주신 분들이 많았어요. 정말 좋은 말씀 많이 들었지만,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같이 간 벤자민 친구들이 저보다 나이가 어려 아이들을 이끄는 언니, 누나 역할을 했어요. 그 과정에서 '좋은 리더란 뭘까?'라는 고민을 했죠.
지질대장정을 하며 친해진 안전요원 선생님께서 "좋은 리더란 경청하는 사람이다"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평소에 말하기 좋아하는데 그런 제 모습을 돌아보았어요. 이 말을 계기로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려고 노력 중이에요."
윤 양은 지쳐 있는 사람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자신만의 방법으로 응원하며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공연단 활동이나 지질대장정 등 다양한 프로젝트와 활동을 할 때 사람들이 지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힘내라고 애교도 부리고 춤추며 노래 부르는 등 귀여운 짓(?)을 많이 해요. (웃음)
저는 벤자민학교에 들어오기 전 자존감이 부족했어요. 항상 이기적이고 물질적인 것만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목표한 것을 조금이라도 달성하지 못하면 저 자신을 자책하며 매를 주는 성격이었어요.
▲ 채은 양은 지질대장정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소통하는 법'과 '리더십'을 배웠다. <사진=윤채은>
그런데 지치고 힘든 사람들을 위해 손을 잡아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제 모습을 보면서 '아 나도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알았어요. 또 사람들이 저로 인해 웃으니까 같이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저 자신을 많이 사랑하게 된 것 같아요."
고등학교 재학 시절 윤채은 양의 친구들은 그녀의 변화된 모습에 놀라워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했어요. 그러나 벤자민을 다니며 나보다는 전체를 보려고 하다 보니 그 마음이 친구들에게도 느껴진 것 같아요. 철없이 노는 생각만 하던 아이가 진지하게 나 자신과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고민하니까 놀라워했어요.
학교 1년 쉬는 것을 반대하던 친구들도 바뀐 제 모습을 보고 "멋있다", "잘 지내는 것 같아 다행이다", "축하한다", "부럽다." 등의 반응을 보여요. 그럴 때면 뿌듯해서 '벤자민학교에 입학하길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해요."
윤 양은 자기 자신을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나눠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다.
▲ 윤채은 양은 벤자민 힐라 퍼포먼스 공연단의 멤버이다. 이들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황현정 기자>
"벤자민학교 공연단을 하며 전국을 돌아다녔어요. 많은 분들이 호응해 주셨고 뮤직비디오도 찍었어요. 일반 학교에서는 할 수 없었을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이 활동을 통해 내가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할 때 행복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저는 내 안에 있는 많은 사랑을 춤과 노래로 나누고 싶어요. 예를 들면 희망의 의미가 담긴 춤을 춘다든지 노래를 부른다든지 다양한 공연을 하고 싶어요. 무대 위에서 저는 순수하고 밝은 에너지가 넘치는 '에너자이저'거든요.
벤자민학교는 앞으로 내가 살아갈 삶의 시작점이에요. 1년 경험하고 배운 것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전하고 소통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글. 황현정 기자 guswjd752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