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여름 휴가 기간에 읽은 책이 화제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한국명 이만열)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의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이다. 박 대통령은 “휴가 중에 여러 책과 보고서를 읽었는데 그중에서 특히 마음으로 공감하는 책”이라며 “우리나라의 우수성과 가능성에 대해서 잘 기술돼 있었다”고 말했다.
기자는 지난 2013년 이 책의 출간과 관련하여 “한국이 세계에 내놓을 것은 현대자동차, 삼성텔레비전이 아니라 홍익인간 정신과 같은 전통문화에 대한 재발견”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주목했다. 이는 올해 문화체육관광부가 국가브랜드로 주목하는 한국 고유의 정신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홍익인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5,000년 역사와 전통문화를 갖고 있으면서도 그 뿌리를 끊고 단절하여 문화적 정체성과 자신감을 훼손했다”라고 지적했다. 그것은 무엇일까? 반만년의 절반에 가까운 단군조선의 역사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일제의 역사 왜곡을 들 수 있다.
정영훈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일제는) 단군이 가르쳐지고 단군이 잘 알려짐으로써 한국인의 민족적 자부심이 고무되고 단군을 구심점으로 한민족이 정신적으로 결속되는 것을 두려워했다”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그들은 조선사편수회 작업 등 어용학술을 동원하여 단군을 황당한 전설이라 가르쳐 그 의미를 축소하는 한편 단군 유적마저 파괴해버림으로써 한국인의 의식 속에서 단군을 아주 지워버리고자 노력하였다. 물론 그 같은 작업의 궁극적 목표는 한민족 자체를 말살시켜버리는 것이었다”라고 밝혔다.(단군학연구의 현황과 과제, 고조선단군학 1999)
박 대통령은 “저는 후반기에 문화융성에 틀을 강화해서 우리의 찬란한 문화의 무한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데 매진하려고 한다”면서 “국무위원들께서도 온고지신(溫故知新)하면서 세계로 나가는 발상의 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반만년의 찬란한 문화유산에서 단군조선의 홍익인간 정신을 빼놓고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임마뉴엘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한국이 일류국가로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한국 기업들이 홍익인간 정신을 기반으로 한 혁신에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홍익인간 정신이 한국 교육의 기반으로 자리 잡으면 현재 한국교육이 가진 장점, 즉 좋은 교과서와 높은 수준의 선생님 뜨거운 교육열과 긍정적으로 합쳐져 세계에서 선례를 찾기 힘든 훌륭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올해 후반기에는 단군조선의 건국을 기리는 ‘개천절’이 있다. 일본과 독립전쟁을 치르며 중국에 있던 상해임시정부도 이 날을 기렸다.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박 대통령이 말한 온고지신은 반만년의 찬란한 역사의 구심인 단군을 바르게 알리고 그의 홍익인간 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데 있다. 그 시작은 올해 개천절 경축식에 국무총리를 보내지 않고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글. 윤한주 기자 kaebin@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