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일류 교육이 지향해야 할 목표, 바로 인성”

“전세계 일류 교육이 지향해야 할 목표, 바로 인성”

[대한민국, 인성에서 길을 찾다] 민사고 윤정일 교장과 벤자민학교 김나옥 교장

브레인 48호
2014년 09월 17일 (수)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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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을 바탕으로 한 능력 있는 인재를 찾는 것은 국가와 기업 등 어느 단위에서든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국내뿐 아니라 하버드, 코넬, 브라운 등 아이비리그를 비롯해 세계적인 대학교에 진학시키며 주목받은 인성교육의 전통명문 민족사관고등학교(이하 민사고) 윤정일 교장(이하 윤)과 새롭게 주목받는 신생명문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 김나옥 교장(이하 김)이 만났다. [대한민국, 인성에서 길을 찾다] 기획이 지난 9월 3일 두 명문학교 교장의 만남을 취재했다.

“오늘 꾸는 꿈이 미래 자신의 모습, 기왕이면 큰 꿈 가지길”

▲ (좌)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김나옥 교장과 (우) 민족사관고등학교 윤정일 교장이 대담을 나누고 있다

김) 교육에 관한 한길을 걸어오고 계시는 만큼 교육과 학문에 애정이 특별하신 듯 합니다. 직접 쓰신 자서전 <꿈을 이루려면 포기하지 마라>에서도 학생들, 후배들에게 용기를 주려고 하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요즘 학생들에게 어떤 말씀을 해주고 싶으신지요?

윤) 민사고에 온 지 7년 째인데, 매년 학생 선발을 위해 심층면담을 합니다. 나는 장래의 꿈이 뭐냐고 많이 물어요. 그런데 이래서는 대한민국에 미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이 꿈이 커야 하고 또 자신보다 남을 위한 꿈이어야 하는데, 학생들의 꿈이 너무 작고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한 꿈이 많았습니다.

10리를 가자고 생각하는 것과 달리, 100리를 가려면 일찌감치 자고 준비할 것이고요. 꿈에는 가격이 없습니다. 오늘 꾸는 꿈이 미래 자신의 모습이지요. 기왕이면 큰 꿈, 높은 꿈을 가지라고 전해주고 싶습니다.

김) 20리 길을 걸으면서도 공부하셨다는 어린시절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귀감이 될 것 같습니다. 학생 뿐 아니라 교직자 모두에게 모델이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책을 보면서 제가 멘토로 모셔야겠다 싶었습니다.

학교를 들어오면서 민사고 학생들이 국제 올림피아드 수상했다고 세워 둔 기념비를 봤습니다. 정말 꿈의 고등학교라고 할 수 있는데, 아무나 못 오는 곳이기도 하지요. 대한민국에서 민사고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윤) 우리나라 중등·고등 교육을 선도하는 모델이 되는 것입니다. 민족주체성과 전통문화의 가치관을 내재하고 세계 교육과 경쟁하는 글로벌 리더를 만들려고 합니다. 나는 대한민국에 이런 학교가 있다는 역사적 사명감을 가지고 리더를 길러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네, 대외적 경쟁에서 꼭 대한민국의 선도적 역할이 필요합니다. 그러자면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확고한 국가관과 정체성을 가진 민사고가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의 교육인사들과도 많은 일을 해오셨습니다.

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교육 분야의 리더는 서양 사람들이고 동양은 따라가는 분위기 입니다. 늘 이론을 계발하는 게 서양이고 소비자는 동양이지요. 언제까지 그럴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세계 여러 국가의 교수들과 협의회를 구성하고 서울대에서 가장 먼저 회의를 열고 창립회장도 맡았습니다. 당시에 '스포츠에도 올림픽이 있고 각 분야마다 협회가 있는데 교육분야만 없다. 오픈마인드로 얘기하면 좋겠다.'라고 설득하여 WERA(세계교육학회, World Education Research Association)로 이름하여 만들었습니다. 한국에도 그에 맞춰 KERA(한국교육학회, Korea Education Research Association)를 만들었죠.

김) 민사고를 2012년에 세계 명문고교들의 조직인 G-20 High School 학교로도 가입시키셨습니다.

윤) 하하, 내가 원래 일을 만들고 제시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김) 창의적인 것 말씀이시죠?

윤) 네, 내가 민사고로 오면서 강조했던 것이 국제교류입니다. 그래서 영국 유명 학교 5곳, 미국 4곳, 캐나다 2곳을 선정해 방문하고 교장단을 만나서 우리학교의 교육실적에 대해 알리고 토론도 하고 했습니다. 그 학교들이 짧은 시간에 어떻게 이렇게 좋은 업적을 내느냐며 놀라워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민사고를 G-20 High School 회원학교로 초청하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가입하게 되었죠. 우리끼리만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국제적으로 교류하며 남이 뭐하는지도 보고, 우리가 뭐한다고 얘기해주고 해야 발전할 수 있습니다. 민사고에도 국내외 학교들이 벤치마킹하러 옵니다.

“인성과 리더십 교육, 교육과정에 스며들게 해야”

김) 국내외에서 관심을 가지고 탐방하거나 견학을 올 때 민사고의 어떤 것에 가장 감명 깊어 합니까?

윤) 인성에 대한 것과 리더십에 대한 것입니다. 다른 학교에서도 리더십 교육을 강화한다고 하는데, 특별교육만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교육과정에 그것을 녹여내고 있습니다. 1학년이 처음 입학했을 때 우선 내가 리더가 해야할 일과 안 되는 일에 대해 특강을 합니다. 그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품격을 갖추도록 각 교사의 교과과정에서 전달합니다.

민사고에서 한 학기 혹은 몇 년을 지나면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고 교육해요. 우리 학생들은 복도나 길에서 마주치는 족족 인사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날마다 부모님의 안부를 묻는 신성혼정(晨省昏定)을 합니다. 그리고 부모는 너희를 위해 일하고 떠받쳐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하지요. 추석에 집에 가면 부모님께 뭔가 하나 하고 오라고, 다녀와서 물어보겠다고 했어요.

요즘 학교 교육 시스템이 입시에서 인성을 안봅니다. 나는 '지덕체(知德體)'가 아니라 '체덕지'라고 강조합니다. 체력과 인성이 우선이 되어야 하는데, 학부모도 점수에 급급해서 더욱 음악, 미술, 체육 과목이 없어져요. 그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효도하라고 해서 효도하는 게 아니에요. 단체 활동이나 인성 강조할 수 있는 시간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학교에서는 한복을 교복으로 하고, 국궁을 필수로 하며 전통문화를 체득합니다. 아침마다 30분씩 기체조를 합니다. 또한, 체육을 매우 강조합니다. 9월 13일에는 '3세대 민속체육대회'가 열립니다.

김) 할아버지, 아버지, 학생이 참여하는 것이군요! 분위기가 아주 좋겠습니다.

윤) 잔치죠. 할아버지도 손자 보고 싶지 않겠습니까? 학생들도 응원가를 준비했어요. 도민체전 때에도 110명이 출전하고 응원단도 나갑니다. 수영 테스트도 하고요. 민족사관체육고등학교라는 우스갯말이 나올 정도에요. 그런데 리더십과 스포츠맨십, 젠틀맨십은 결국 같은 것입니다.

음악과 전통무예 등을 하면서도 정서가 밝아집니다. 교실에서는 영어를 쓰는데 6시 이후로 우리말을 쓸 수 있습니다. 그때 나쁜 욕을 하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인성에 대해 사감, 교사, 교장에게 많이 배웁니다.

김) 모든 과정에 녹여내어 인성과 리더십을 가르치고 계시는 군요. 청소년기에 인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이유가 무엇이신지요?

윤) 전세계 교육이 지향할 바가 바로 인성입니다. 수학, 과학 문제 하나 더 푸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사람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식은 더하면 좋은 것이지요. 그런데 현대사회에서는 지식을 가장 중요시해서 많은 문제가 생겨난 것입니다. 덕이 바로 인성과 연결되는 것입니다. 아무리 교육을 많이 시켜봐야 비뚤어지면 문제가 됩니다. 최근 일본이 과거 잘못을 부정하면서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까? 국가든 개인이든 인성, 인격체, 인품을 제대로 길러줘야 가풍과 사회 품위가 바로 서는 것입니다. 인성이 바르지 않고 똑똑하면 오히려 세계와 나라를 망칩니다. 그래서 인성교육이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자신의 꿈과 홍익적 삶의 목적을 찾는 인성교육, 청소년기에 가장 중요해”

▲ 김나옥 교장과 벤자민인성영재학교 1기 학생들 (사진제공 = 벤자민학교)


김) 교육의 본질을 짚어주셨습니다. 저희 벤자민학교에서는 인성의 핵심으로 우리나라 건국정신인 홍익인간 정신을 강조합니다. 자신 뿐 아니라 남을 배려하고, 모든 사람에게 널리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인류 전체를 행복하게 하는 열쇠가 바로 우리나라 고유의 정신 안에 있습니다.

현재 학교 시스템에서는 선생님과 부모님이 성적 얘기만 하기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무기력하고 인성이 밝지 않습니다. 벤자민학교가 올해 1기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동안 성적과 경쟁 때문에 쫓기다가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공부 목적이 뭔지 모르고 분주하기만 하던 아이들에게 변화가 참 많이 생겼습니다.

저는 교장으로서 학생들이 스스로 계획한 것을 실천하고 보람을 맛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를 찾고 진짜 자신감을 얻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아이들이 홍익인간 정신을 배우는 체험적인 인성교육을 받으면서 나중에 어떤 일을 하든지 ‘지구에 도움 되기 위해서’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짧은 기간인데도 변화가 큽니다. 벤자민학교를 통해 모든 청소년에게 필요한 게 뭔지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인생을 스스로 그려나가야 할 아이들인데,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윤) 벤자민학교의 그런 점 때문에 저도 멘토를 수락했습니다. 다중지능을 만든 하워드가드너를 하버드대에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옛날에는 성적만을 중시했었는데, 그 외에도 수학, 공간, 자기성찰, 인간관계 등 8가지 지능이 있다는 이론을 정리한 사람이죠. 박태환, 김연아, 류현진 선수를 보세요. 자신의 재능을 깨워 돈도 잘 벌고 존경받고 세계적인 인물이 되었습니다. 벤자민학교는 그런 자신 안의 다양한 재능을 깨워주어 길러내 주며 희망을 주는 곳이어야 합니다.

김) 이전에 바쁘게만 학교를 다니며 부모님과 대화할 시간이 없었는데, 마음이 편해지고 인성이 밝아져 부모님과 더 많이 소통하고 가정이 화기애애해졌다고 합니다. 부모님 뿐만 아니라 교장선생님처럼 훌륭한 분들이 학생들의 개인멘토가 되어서 진로와 상담으로 직접 도움을 주시는데, 아이들이 자기주도적으로 결정하고 다양한 활동을 실천하면서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에 감동을 합니다. 외고나 국제고에 다니던 성적이 우수했던 학생들은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 와서 이전과 달리 자신을 알아가는데서 진정한 자신감과 활력을 되찾고, 공부가 어려웠던 학생들은 다른 재능을 찾으며 자신감을 가지게 됩니다.

윤) 부모님 입장에서도 학생들이 자신의 재능을 찾고 독립심을 가지는 것이 더욱 즐거울 것입니다.

▲ 민족사관고등학교 윤정일 교장이 벤자민인성영재학교 멘토로 위촉되었다. 두 학교 교장이 멘토 위촉서를 들고 환하게 웃고있다


김) 교장선생님께서 체력을 중시하는 것처럼 벤자민학교도 체력을 강조합니다. 특히 설립자이신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님이 모든 학생들이 심신수련을 계속해서 졸업할 때 물구나무 서서 걷기를 여자 50걸음, 남자 100걸음 걸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윤) 나도 물구나무를 서서 걸었어요. (웃으며) 연습하면 할 수 있습니다.
이전부터 이승헌 총장님과는 인연을 맺고 있는데, 동의할 부분이 많았어요. 인성교육과 평화를 위해 힘쓰고 계신데, 인류 마지막 지향점이 평화 아니겠습니까? 교육의 목적도 지구 평화를 위해서 입니다. 물, 환경, 빈곤 등 문제가 모두 평화가 이뤄져야 해결됩니다. 가만 보면 남들이 생각지 못한 것을 하고 앞서나가는 분입니다.
 
김) 오늘 많은 지혜를 듣게되어 좋았습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 계속 관심 가져주시고 교육계를 이끌어주시기 바랍니다.

글/사진. 조해리 기자 hsaver@naver.com

민족사관고등학교 (http://www.minjok.hs.kr/)
민족주체성 교육과 영재 교육을 통해 각계각층의 지도자를 양성하는 학교이다. 영어를 상용화하고 개별탐구활동을 강화하며, 교직원 1인당 학생 수가 약 6명으로 세계적인 교육 환경을 갖추고 있다. 1999년 이후 미국 코넬대 45명, 하버드대 11명, 서울대학교 260명 등 세계적으로 우수학생을 배출하며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 (http://www.benjaminschool.kr/)
자기주도적 생활과 체험적 인성교육으로 글로벌 인성영재를 양성하는 1년 과정의 대안고등학교이다. 뇌를 잘 활용하는 교육법인 뇌교육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외국어, 운동, 예술, 프로젝트 학습 등 자기계발과 다양한 현장 체험학습, 경제활동, 사회참여활동을 통해 자립심과 인성영재 덕목을 체득한다. 교수, 변호사, CEO, 예술가 등 100여 명의 다양한 영역의 전문 멘토가 학생들에게 프로젝트 멘토링, 직업현장 체험 및 꿈에 대한 조언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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