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야기 형식을 좋아하는 우리 뇌

[칼럼] 이야기 형식을 좋아하는 우리 뇌

강현석의 내러티브(이야기)를 먹고 사는 우리 두뇌 -1

학교 교육에 종사하는 필자는 최근에 학생들이나 일반 사람들의 지적 능력을 개발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방안들이나 기법들을 유심히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 왜냐하면 너무나 많은 기발한 기법들이 등장하고 소개되고 있고, 그 방법들이 도대체 어떠한 근거에서 나온 것인지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람을 어떤 존재로 보는지, 사람의 정신이나 마음을 무엇으로 간주하는지, 인간의 기억 능력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인간이 모여 사는 사회를 어떻게 설명하고 해석하는지 등이다.

그중에서 단연 근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인간의 마음을 무엇으로 보는가 하는 것이다. 이것은 최근에 한국 경제의 첨병이나 미래의 투자가치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인간 두뇌’에 대한 관심과 연관되기도 한다. 이러한 흐름을 확장해 보면 인간 마음은 컴퓨터가 정보를 처리하는 것으로 비유된다. 과거 1960년대 전후하여 이루어진 인지 혁명은 인간 마음을 ‘정보’를 ‘처리’하는 컴퓨터로 은유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컴퓨터 비유보다는 이야기하기(storytelling)의 비유가 더 적절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인간은 이야기를 통하여 의미를 구성하는 능동적인 존재이다. 인간 마음은 이야기, 즉 내러티브를 통하여 의미를 구성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경험을 구조화하고, 이러한 방식을 우리 두뇌는 좋아한다. 인간 두뇌는 다양한 정보들을 이야기 형식으로 저장하며 문제에 적용한다.  

이제 바야흐로 이야기의 시대이다. 예로부터 인간은 이야기를 통해 생존 방법을 전달하였다. 이 과정에서 이야기를 잘 전달하고 구성하는 민족이나 집단이 융성한 문화를 개척하였다. 인간이 구성하는 이야기나 내러티브(narrative)가 없으면 문화가 존재하지 않는다. 동시에 인간 두뇌도 진화하지 않는다. 

우리의 마음은 뇌의 활동이고, 우리의 두뇌는 정보처리 기관으로 알려졌다. 인간 마음은 우리가 세계와 상호작용을 위하여 진화해 왔다. 이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이야기이다.

우리의 사고는 이야기를 통하여 확장되며, 이야기는 우리 문화가 사라지지 않고 번성하게 하는 도구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내러티브는 일종의 뇌의 활성체이다. 결국 이야기는 인간이 진화 과정에서 발생한 마음의 장치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이야기를 통하여 생생한 삶을 살아가며, 개연성과 보편성을 담은 이야기는 우리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이야기가 기억이 더 잘 된다. 기억을 담당하는 우리 뇌의 구조는 이야기 형식을 좋아한다. 이야기 형식을 통하여 인간 존재가 발전하였으며, 인간 마음이 진화해온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인간 두뇌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우리 문화에서 발전시켜온 내러티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야기 형식으로 조직되지 않은 정보는 쉽게 망각되며, 자신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 구성 능력이 없으면 디스내러티비아(dysnarrativia)라고 불리는 신경학적 질병에 걸린다. 이것은 뇌의 손상과도 연관되어 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뇌를 사랑하려면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는 능력부터 길러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타인과의 공감 능력이 생기며, 우리가 말하는 자아(self)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글. 경북대 교육학과 강현석 교수
 hskang84@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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