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연 시간은 청중과의 약속

[칼럼] 강연 시간은 청중과의 약속

강연은 축제다 - 1

사람이 모이면 그곳이 곧 축제의 장이다

야구장, 축구장, 콘서트장, 영화관 할 것 없이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그곳이 어디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기 마련이다. 모이는 목적 또한 다양하다. 모임 장소 본연의 목적 이외에도 음식을 파는 사람, 아이들을 위한 놀이 기구를 파는 사람 등.

강남스타일로 일약 월드스타로 발돋움한 싸이의 경우 서울시청 앞 공연에 약 10만 명의 인파가 몰려들었고, 최근 발표한 신곡 ‘젠틀맨’ 신곡 발표 때에는 5만 명의 관중이 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열광하기도 했다. 콘서트장에 모여드는 사람들의 목적은 가수 노래를 듣는 것이다. 또한 그들에게 필요한 상품을 팔기 위한 목적으로 모이는 상인들도 있기 마련이다.

이제는 스포츠 또는 엔터테인먼트뿐만 아니라 강연장도 축제의 장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 사례로 지난 3월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진행되었던 김미경 원장의 ‘드림온 토크콘서트’를 들 수 있을 듯하다. 이날 5천 명이 넘은 청중이 강연장에 몰려들었다. 그날의 분위기는 마치 한류스타의 공연장을 연상케 하기에 충분했다.


당일 행사는 오후 7시 30분에 시작이 되었다. 하지만 티켓 배포는 오후 3시부터 진행되었다. 선착순으로 자리 배정이 이루어진 관계로 앞자리에 앉고자 하는 청중은 오후 2시경 벌써 1백여 명에 달했다. 심지어 지방에서 강연을 듣기 위해 올라온 한 청중은 오전 7시부터 강연장에서 대기한 사람이 있기도 했다. 덕분에 저녁 시간 무렵 간단한 식사를 제공하는 포장마차가 강연장 주변을 둘러싸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 행사를 통해 강연도 하나의 축제가 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서 표현하는 축제는 단지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거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사색의 시간을 제공하기도 하고, 단지 정보를 제공하는 지식이 아닌 경험에 의한 지혜를 전달하는 지혜의 향연이라고 볼 수 있다.

당일 많은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티켓 배포부터 모든 행사는 순조롭게 예정된 시간에 따라 진행이 되었다. 드디어 7시 30분 행사 시작. 이때 강연에서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것에 아쉬움이 보였다. 워낙 많은 참석자가 있는 관계로 진행자는 시간 내에 도착하지 않은 청중을 위해 시작 시각을 5분 지연시켰다.

이는 조금 더 많은 청중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일 수도 있지만 다른 측면으로 보면 시간을 지킨 청중에게 예의는 아닐 수도 있다. 5분이라는 시간이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짧을 수도 있겠지만 청중들의 모든 시간을 합치면 상당히 많은 시간이 된다. 예를 들어 주최 측에서 5천 명의 청중 중에 1백 명을 위해 5분을 지연시켰다면 나머지 4천 9백 명의 시간을 합친 2만 4천 5백분의 시간을 빼앗은 것과 같은 것이다.


행사는 ‘예스로빅’이라는 간단한 체조와 함께 시작하였다.  이는 낯선 공간의 서먹한 분위기가 강연자 및 청중이 함께 교감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생각으로 긴장을 풀고 강연 몰입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예스로빅은 '소통테이너'로 활동을 하는 방송인 오종철 님이 선택한 진행 방식으로 최근 많은 청중의 호응을 받고 있다.

예스로빅이 시작되자 강연자인 김미경 원장이 무대 위로 뛰어나왔다. 그때 많은 청중이 환호하며 그녀와 함께 체조했다. 일명 스타들은 체조가 진행되는 동안 무대 뒤에서 분위기만을 살필 뿐 무대 위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김미경 원장은 청중과의 호흡을 위해 무대 위로 뛰어나온 듯하다. 이는 기존의 틀을 깬 멋진 행동이라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일명 스타들은 그러한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사회자의 멋들어진 소개를 받고 나서 무대에 오르는 것이 자신을 더욱 신비스럽고 빛나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소셜 시대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소통하고 있다. 소셜은 스타와 일반인의 벽이 허물고 있다. 따라서 스타는 이제는 신비스러운 존재가 아니다. 이제는 스타들도 일반 대중과 함께 어울리고 호흡을 해야 한다. 예전과 같이 신비로움만 추구한다면 대중으로부터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고 소외당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현재는 과거를 바꾸는 마법사

김미경 원장의 드림온 토크콘서트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한 가지 뽑는다면 “현재가 과거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난 과거는 결과이기 때문에 바꿀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김미경 원장은 그것 또한 고정관념이라 말한다. 그리고  팝핀 현준의 삶을 사례로 들었다.

팝핀 현준은 부모님의 사업 실패로 인하여 길거리로 나와야 했다. 그래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노숙생활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팝핀 현준은 노숙생활 덕분에 지금의 자리에 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과거 노숙생활을 할 때에는 힘들고 어려웠지만 그때가 있었기 때문에 팝핀이라는 댄스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자신의 애환을 춤에 담게 되었다고 말한다. 즉, 아픈 과거가 단지 고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찾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과거의 아픔과 고통을 현재의 자신을 만드는 씨앗이 되었다는 것, 그것은 바로 회복탄력성을 말한다. 연세대학교 김주환 교수는  저서 《회복탄력성》에서 떨어져 봐야 올라가야 할 방향을 알게 되고, 깊이 떨어질수록 더욱 높이 올라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사례로 조앤 롤링과 안데르센을 들고 있다.

20대 초반에 영국에서 포르투갈로 넘어가 결혼을 하였으나, 딸을 낳고 2년 만에 이혼했다. 딸과 함께 무일푼 신세가 되어 영국으로 돌아온 그녀는 정부보조금으로 근근이 먹고사는 가난에 찌든 싱글 맘이었다.

《해리포터》의 저자 조앤 롤링의 이야기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가장 두려워했던 실패가 현실로 다가오자 오히려 저는 자유로워질 수 있었습니다. 실패했지만 저는 살아 있었고, 사랑하는 딸이 있었고, 낡은 타자기 한 대와 엄청난 아이디어가 있었죠. 가장 밑바닥이 인생을 새로 세울 수 있는 단단한 기반이 되어 준 것입니다.”

매우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했으며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하곤 했다. 동화작가 안데르센의 이야기다. 훗날 동화작가로 명성을 얻게 되었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생각해보니 나의 역경은 정말 축복이었습니다. 가난했었기에 《성냥팔이 소녀》를 쓸 수 있었고, 못생겼다고 놀림을 받았었기에 《미운 오리새끼》를 쓸 수 있었습니다.”


자기계발을 위해 강연을 듣거나 독서를 하는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실천해 대한 것이다. 그들은 90분의 강연을 듣고 배운 것을 모두 실천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한 권의 책을 읽고 그 내용을 모두 체화하고자 한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모두 수년 내지는 수십 년에 걸쳐 이루어 낸 것들이다. 그런데 그것을 하루아침에 이루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쉽사리 이루어내지 못하고 이내 포기하며 “나는 안 돼”라고 단념하게 된다.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한 번의 강연, 한 권의 책에서 모든 것을 이해하고 습득하려 하지 말고 가장 인상 깊었던 것 하나 또는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 한 가지만 선택하여 시간을 두고 실천해 보자.”

그러면 반드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 내고 작은 성공이라는 달콤한 열매의 맛볼 수 있다.



글. 송영대 강연평론가
http://facebook.com/songyoungd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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