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이 앞으로 한 달 남짓 남았다. 2011년을 시작하며 야심 차게 이것만은 꼭 하리라 생각했던 일들. 아직 이루지 못한 이유를 꼽으라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제일 큰 이유는 역시 습관이 바뀌지 않아서이지 않을까? 습관은 왜 바꾸기가 어려울까? 쉽게 바꿀 수는 없을까?

우리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방식은 대부분 ‘습관적’으로 이루어진다. 게다가 그런 습관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그중에서 특정한 습관 한 가지를 바꾸기도 쉽지가 않다. 산속에 사람들 발길이 계속 닿은 자리가 길이 되듯, 어떤 생각과 행동을 계속하면 그것을 처리하는 뇌 회로가 형성되는데 이것을 우리는 ‘습관’이라고 한다. 뇌 회로가 만들어지면 그 길로 들어오는 정보는 자동으로 처리된다. 그래서 습관대로 하기는 아주 쉽지만 습관을 바꾸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습관을 쉽게 바꾸려면
습관을 바꾸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해당 뇌 회로를 폐쇄하거나, 새로운 뇌 회로를 만드는 것이다. 보통은 앞의 방법보다 뒤의 방법이 더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담배 피우는 습관을 바꾸려 할 때, 담배는 건강을 해치니까 끊겠다고 결심하고 흡연욕과 전면전을 치르는 경우가 있고, 건강을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가 어느덧 담배를 더 이상 피우지 않게 되는 경우가 있다. 흡연욕과 전면전을 치르는 것은 뇌 회로를 폐쇄하는 방식이고, 운동을 시작하는 것은 새로운 뇌 회로를 만드는 방식이다. 뇌 회로를 폐쇄하려고 하면 뇌는 거기에 저항한다. 금연이나 금주에 따르는 금단증상이 바로 뇌의 저항이다. 이 저항을 의지가 이겨내지 못하면 금연과 흡연을 계속 반복하게 된다. 그래서 뇌 회로를 폐쇄하려는 시도는 번번이 좌절하기 십상이다.
그에 비해 새로운 뇌 회로를 만드는 것은 일단 뇌의 저항이 강하지 않아 성공확률이 높다. 하지만 뇌 회로를 새로 만드는 데도 역시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해나가는 의지가 필요하다. 시간은 적어도 3주 이상 걸린다. 뇌에 새로운 뉴런가지가 만들어지는 데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안정화되기까지는 다시 한두 달의 시간이 더 흘러야 한다.
우리 문화 속에 21일과 100일을 기준으로 삼는 풍습이 있다. 아이 낳고 삼칠일(21일) 동안 금줄을 치고 몸조리를 한다거나, 21일 정성을 들이고, 100일 기도를 한다. 이렇게 기간을 정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인데, 뇌에 새로운 회로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안정되게 자리를 잡는 기간에 해당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선인들은 새로운 체제로 변화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체험을 통해 잘 알고 계셨던 것 같다.
습관을 바꾸면 운명이 바뀐다.
타고난 운명을 바탕으로 습관이 생겼다면, 습관을 바꿈에 따라 운명도 달라져야 하는 것이 맞다. 이 모든 것이 선택임을 깨닫게 하는 인디언 노인의 지혜로운 이야기가 있다. 마을의 추장인 노인이 어느 날 손주를 앉혀놓고 말한다. “우리 마음속에는 선한 늑대와 악한 늑대가 사는데, 두 마리는 항상 서로 싸운단다. 싸우면 어떤 늑대가 이길 것 같니?” 손주는 선한 늑대가 이길 것도 같고 악한 늑대가 이길 것도 같아 대답하지 못하고 노인에게 답을 되묻는다. 노인이 간단하게 대답한다. “우리가 먹이를 준 늑대가 이긴단다.” 선이 이기게 되어 있거나 악이 득세하는 세상이 아니라 모든 것이 자신의 선택이고 책임이라는 이야기다. 이를 깨달으면 습관과 운명에 자신의 발목을 묶어두지 않을 것이다.
자기가 관심을 기울이는 생각, 하루 중 가장 많이 하는 생각, 잠에서 깨어나 제일 먼저 하는 생각, 자기 전에 하는 생각이 무엇인가? 그게 바로 먹이를 주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어떤 늑대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을까?

뇌는 본래 매우 유연한 속성이 있다. 자신의 습관에 대해서도 유연한 마음으로 관찰하면서 원하는 정보를 뇌에 넣으면 된다.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의지를 세우는 것이다. 정보를 넣으면 뇌는 반응하게 되어 있다. 뇌는 상반된 두 가지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새로운 정보를 넣으면 옛 정보는 차단된다. 새로운 정보가 습관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이후 계속 새로운 정보에 먹이를 주면 어느덧 옛 습관이 사라지면서 변화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꾸준히 뇌에 새로운 정보를 준 사람, 자신의 의지로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간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다. 새롭게 도전하려고 하면 뇌가 움찔 놀라 저항하지만, 저항보다 의지를 더 강하게 세우면 뇌는 의지에 순응해 스스로 방법을 찾는데 열중하게 된다. 기억과 망각. 이 두 기능의 교차 덕분에 삶은 무너지거나 폭발하지 않고 나아간다. 그리고 이 훌륭한 기능의 지휘권은 모두 나 자신에게 있다.
글. 장인희 heeya1894@brainworld.com
참고. 뇌를 알면 행복이 보인다. 일지 이승헌, 신희섭공저. 브레인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