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걸 왜 보니?

그런 걸 왜 보니?

공포영화에 대한 두 가지 입장

브레인 29호
2011년 08월 24일 (수)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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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산한 분위기, 예상하지 못한 무엇인가가 튀어나오는 순간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음향효과까지. ‘으악~’하는 외침과 함께 온몸이 얼어붙은 듯 옴짝달싹할 수 없다. 빠르게 증가하는 심장박동수를 느끼며 “이 세상에서 공포영화가 제일 싫다. 돈을 받고 보라고 해도 보고 싶지 않다”고 외치는 당신. 유난히 공포영화를 보지 못하는 자신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싶고, 저런 영화를 도대체 왜 만드는지 궁금할 것이다. 그리고 더욱 알 수 없는 건 아무렇지도 않게 공포영화를 즐기는 사람의 심리다.

공포영화를 즐기는 심리
무서워도 공포영화를 보는 것은 마음속에 상반된 감정의 모순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를 카타스트로피 현상이라고 부르는데 카타스트로피는 역전을 뜻하는 그리스어 katastroph가 어원으로 예기치 못한 일, 정반대로 뒤집히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지저분하거나 불쾌한 것, 위험한 것과 같은 부정적인 상황을 피하고 싶은 동시에 지저분하거나 불쾌한 것에 대해 그것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고 보고 싶다는 호기심을 느끼거나, 위험한 것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또한 심리학자 솔로몬의 정서의 반대과정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언제나 서로 대립하는 두 쌍의 정서를 동시에 느끼는데, 대립하는 두 정서 중 처음 우세했던 정서는 반복될수록 약해지고 약했던 정서는 반복될수록 강해진다고 한다.

번지점프를 처음 시도할 때를 생각해보자. 처음에는 무서움이나 두려움을 느끼지만 번지점프에 익숙해질수록 무서움이나 두려움보다는 쾌감에 집중하게 된다. 공포영화도 처음에는 두려움과 공포심을 유발하지만 공포영화에 익숙해질수록 두려움보다는 짜릿한 쾌감이 우세해진다.


공포영화는 주로 죽음이나 분노, 죄의식, 원한 같은 원초적인 감정을 다루는데 이는 누구나 경험하는 감정이지만 평소에는 쉽게 표출하기 어려운 억눌린 감정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을 분출할 수 있는 통로인 공포영화를 보면서 억눌렸던 욕구와 감정을 대리 표출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한편 우리 뇌는 불확실한 상태를 싫어하면서도 단조롭고 진부한 것보다는 흥미로운 쪽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 공포영화는 절박하고 긴박감이 넘치는 미스터리다. 언제 어디서 무엇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공포영화의 곳곳에 숨어있는 영화적 장치가 바로 그 역할을 한다.

그리고 관객은 영화 속의 주인공과 함께 그 무섭거나 이상한 일이 왜 벌어졌는지 고민하고, 또 주인공이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추측하면서 상황에 몰입하게 된다.

그럼 공포영화를 보지 못하는 이유는?
선천적으로 자극추구성향이 높은 사람은 어떤 일을 하거나 놀이를 할 때도 조금 더 스릴 있는 것을 원하고 즐긴다.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은 소방관, 경찰관, 탐험가, 격투사,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본래 가진 기질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좌절할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자극과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공포영화는 억압되고 좌절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대안이다.

이와 반대로 자극추구성향이 낮은 사람은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자극을 받는다. 이들에게 공포영화와 같이 지나친 자극은 고문 그 자체가 될 수 있다.

개인의 경험도 영향을 미친다. 공포영화라고 해서 주제가 없는 건 아니다. 공포영화의 주제도 다른 장르의 영화처럼 가족이나 이웃공동체 등 우리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영화를 보면서 자신이 예전에 겪었던 무엇인가가 떠오르면 불쾌하고 고통스런 감정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태생적으로 자극추구성향이 매우 낮고, 처음 본 공포영화에서 불쾌감이나 두려움을 크게 경험한 사람은 좀처럼 공포영화와 친해지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타고난 기질과 공포영화를 보는 사람의 심리를 이해한다면 공포영화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입장을 모두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글·정소현 nalda98@brainmedia.co.kr
도움말·장근영 심리학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원. 저서에 《싸이코 짱가의 영화 속 심리학》, 《심리학 오디세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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