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닥터 양의 뇌 이야기 (게티이미지 코리아)
자신을 종교적이거나 영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일본에서 학위를 받은 후 우연히 기회가 닿아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에 6년 넘게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문화적 배경이 다양한 친구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이스라엘은 유대교, 기독교, 카톨릭, 이슬람, 힌두교 등 매우 다양한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드는 나라입니다. 서로 종교가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느낀 점은 문화적 전통이 달라도 희로애락의 감정선과 양심에 따른 행동을 가치 있게 여기는 것에는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전 세계 사람의 80퍼센트 이상이 자신을 종교적이거나 영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영성에 관한 뇌과학적 연구 결과 세 가지
뇌를 촬영하는 영상 이미징 기술이 발달하면서, 우리 뇌가 어떤 작용을 할 때 어느 영역이 활성화하는지에 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그렇다면 종교적 감흥이나 영적 고양감을 느끼는 순간에 우리 뇌의 어느 영역이 작동할까요?
영성과 종교성도 과학자들의 호기심을 피할 수는 없어서 다행히 이에 관한 연구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최근 몇 년간 보고된 논문들을 중심으로 영성에 관한 뇌과학적 연구 결과 세 가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먼저 소개할 연구는 미국 브리검 여성병원(Brigham and Women’s Hospital)과 하버드 의대가 공동 연구하여 2022년 2월 《Biological Psychiatry》 지에 보고한 연구입니다. 이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영성과 종교성을 지도화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영성과 종교성의 특징이 특정 뇌 회로와 연관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이 뇌 회로는 바로 뇌간 영역에 속하는 수도관주위회색질(periaqueductal gray, PAG)에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이 영역은 기존에 공포 조절, 통증 조절, 이타적 행동을 포함한 수많은 기능에 연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던 곳입니다.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환자의 뇌 병변 위치를 기반으로 특정 뇌 회로에 복잡한 인간 행동을 매핑할 수 있는 병변 네트워크 매핑이라는 기술을 사용했습니다. 연구팀은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88명의 신경외과 환자를 포함하는 기존의 데이터 세트를 활용했습니다. 병변 위치는 뇌 전체에 분포되어 있습니다. 환자들은 수술 전과 후에 영성에 관한 질문이 포함된 설문조사에 응했습니다.
또한, 연구팀은 베트남 전쟁 중 머리 관통 외상으로 인한 뇌 병변이 있는 100명 이상의 환자로 구성된 두 번째 데이터 세트를 사용해 결과를 검증했습니다. 이 참가자들은 종교성에 관한 질문이 포함된 설문지에 대답했습니다.
88명의 신경외과 환자 중 30명은 신경외과적 뇌종양 절제술 전후에 자신이 보고한 영적 믿음이 감소했고, 29명은 증가했으며, 29명은 변화가 없었습니다. 병변 네트워크 매핑을 사용하여 연구팀은 자가 보고된 영성이 PAG(수도관주위회색질)를 중심으로 하는 특정 뇌 회로에 매핑되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이 회로들에는 자가 보고된 영성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는 종류들이 존재했고, 이러한 회로에 병변이 존재하면 영성이 증가하거나 감소했습니다. 두 번째 데이터 세트에서 외상에 의한 뇌 병변을 가진 환자들이 참가한 설문 결과도 첫 번째 데이터 세트 결과와 일치했습니다.
연구를 이끈 퍼거슨 박사는 영성과 종교성이 근본적으로 신경생물학적 회로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 뇌회로가 특히 뇌에서 가장 진화적으로 보존된 구조 중 하나인 뇌간 영역의 PAG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합니다.
영성과 종교성도 생각, 기억, 감정 등과 마찬가지로 우리 뇌의 현상이라는 것을 과학이 점차 밝혀가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영적 경험의 순간에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처럼 뇌의 보상 회로가 활성화해
다음에 소개할 연구는 미국 유타 대학의 제프리 앤더슨 교수 연구팀이 2016년 《Social neuroscience》 지에 발표한 연구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얼마간 열심히 일해서 마침내 일을 완료하면 서로 수고했다며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거나, 시험이 끝나자마자 영화관으로 달려간 경험이 있을 겁니다. 그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또는 보고 싶던 영화를 보면서 어떤 느낌이 드나요? 만족스러움, 기쁨, 즐거움, 충만함 등의 감정을 느낄 겁니다. 이는 우리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어 보상감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이러한 보상감은 영성이나 엄격한 종교와는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종교나 영적 경험을 한 순간에도 뇌의 이 보상 회로가 활성화한다고 합니다.
연구자들은 교회의 독실한 신도를 대상으로 영적 감정을 느낄 때 어떤 뇌 네트워크가 활성화하는지를 fMIR를 통해 조사했습니다. fMRI 스캔을 하는 동안 여성 7명, 남성 12명을 포함한 19명의 젊은 신도들은 영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1시간 동안 기도하기, 성서 읽기, 인용구 읽기, 종교 비디오 보기의 네 가지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이를 수행하는 중에 영적 느낌이 나타나면 버튼을 누르도록 안내받았고, 느낌이 강해지면 더 많이 누르도록 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의 감정에 대해 자세히 조사했는데, 참가자들은 거의 보편적으로 강렬한 예배에서 느끼는 전형적인 감정을 경험했다고 했습니다. 또한 참가자들은 평화로운 느낌과 따뜻해진 육체적 감각을 묘사했습니다. 스캔이 끝날 무렵 많은 사람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참가자들은 구세주에 대해, 자신의 가족과 영원히 함께 있는 것에 대해, 천상의 보상에 대해 생각하도록 지시받았을 때 뇌와 몸에 신체적인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fMRI 스캔을 기반으로 연구원들은 강력한 영적 감정이 보상을 처리하는 중요한 뇌 영역인 측좌핵(중격핵, nucleus accumbens)의 활성화와 연관되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측좌핵의 최고조 활성은 참가자가 버튼을 누르기 약 1~3초 전에 발생했으며, 기도하기, 성서 읽기, 인용구 읽기, 종교 비디오 보기의 네 가지 작업 모두에서 같은 현상이 관찰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이 최고의 감정을 경험할수록 심장이 더 빨리 뛰고 호흡이 깊어졌습니다.
뇌의 보상 회로 외에도 연구자들은 영적 감정이 가치 평가, 판단 및 도덕적 추론과 관련된 작업에 의해 활성화되는 복잡한 뇌 영역인 내측 전전두엽 피질과 관련되어 있음도 발견했습니다. 영적 감정은 또한 주의 집중과 관련된 뇌 영역 역시 활성화했습니다.
기독교가 아닌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종교적, 영적 경험에 의해 뇌 활성화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를 통해 적어도 어떠한 영적 경험에서는 뇌 보상시스템이 활성화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영성이나 종교활동을 통해 만족감을 느끼고, 역사적으로 이러한 영적 경험을 추구해 왔는지도 모릅니다.
영적 경험은 뇌신경학적 변화를 수반한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연구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와 예일대학교에서 영적 경험에 관해 조사한 공동연구입니다.
영적 경험은 본질적으로 종교적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종교적 체험이 아니더라도 스포츠 경기 중 무아 상태를 느끼거나, 자연 속에서 물아일체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예일대학교와 컬럼비아대학교의 연구원들은 27명의 젊은 성인을 인터뷰하여 과거의 스트레스에 대한 경험, 이완 경험, 또는 영적 경험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그런 다음 피험자들은 자신의 경험에 기반한 녹음을 들으면서 fMRI 스캔을 받았습니다.
이완 경험에 비해 영적 경험을 할 때 참가자들은 좌측 하위 두정소엽(left inferior parietal lobule, left IPL)에서 더 감소된 활성을 보였습니다. 이 영역은 다양한 지각 처리와 관련한 영역입니다. 즉 영적 경험을 할 때 뇌에서 지각 처리가 변화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영적 체험 시 좌측 하위 두정소엽에서 더 감소된 활성을 보이는 것은, 기존 연구들에서도 영적 각성이 증가할수록 두정엽 활성의 감소가 나타나는 것과 일치하는 결과입니다.
후두정엽은 종교성, 영성(Miller 2014; Crescentini 2014, 2015), 자기 초월(trait self-transcendence, Urgesi 2010), 마음챙김 명상 훈련(Lazar 2000; Farb 2007), 명상 기도(Newberg 2003, 2015)와도 관련 있음이 보고된 바 있습니다.
영적 수행과 경험이 시간과 공간에 대한 지각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Newberg and Waldman 2009; Yaden 2017), 이 연구의 참가자들도 자신의 확장된 느낌을 보고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경험이 어쩌면 하위 두정소엽의 활성 감소와 연관되어 있는 경험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영적 경험을 할 때 참가자들은 내측 시상과 선조체의 활성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영역들은 감각•정서 처리와 관련한 영역입니다. 이는 영적 경험을 할 때 감각이나 정서 처리에 변화가 생김을 시사합니다.
이 결과들을 통해 영적 경험은 뇌신경학적 변화를 수반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영적 경험을 한 사람들이 종종 감각의 변화나 시공간에 대한 느낌의 변화를 묘사하는데, 이는 뇌신경학적 변화에 따른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밖의 다른 뇌 영역도 영적 경험 형성에 관여할 것
영성과 관련 있는 뇌 영역에 대해 관련 연구들을 통해 알아봤습니다. 각각의 연구에서 뇌간에 위치한 수도관주위회색질, 보상감을 느끼는 측좌핵, 지각 처리를 담당하는 좌측 하위 두정소엽의 활성화가 변화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연구를 진행한 연구자들은 이 밖의 다른 뇌 영역도 영적 경험을 형성하는 데 관여할 것이라고 추정하기 때문에 향후의 연구도 기대가 됩니다.
글_양현정 한국뇌과학연구원 부원장,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통합헬스케어학과 교수
참고 문헌
• Ferguson et al. (2022) A Neural Circuit for Spirituality and Religiosity Derived From Patients With Brain Lesions. Biological Psychiatry February 15; 91:380-388.
• Michael A. Ferguson, Jared A. Nielsen, Jace B. King, Li Dai, Danielle M. Giangrasso, Rachel Holman, Julie R. Korenberg & Jeffrey S. Anderson (2016): Reward, salience, and attentional networks are activated by religious experience in devout Mormons, Social Neuroscience.
• Miller et al. Neural Correlates of Personalized Spiritual Experiences. Cerebral Cortex, 2018;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