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촉진 메커니즘 규명...암은 살기 환경을 스스로 조성

대장암 촉진 메커니즘 규명...암은 살기 환경을 스스로 조성

GIST, 종양 악성화와 전이를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 가능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 임기철)은 생명과학과 남정석 교수 연구팀이 대장암의 전이와 악성화를 촉진하는 ‘산성 종양 환경’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암이 스스로 자라기 쉬운 환경을 만드는 원리를 분자 수준에서 규명해, 새로운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한 성과다.

대장암은 전 세계적으로 발생률과 사망률이 모두 높은 암으로, 상당수 환자가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돼 치료가 쉽지 않고 예후도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암의 발생 원인을 유전자 이상뿐 아니라, 암세포를 둘러싼 환경, 즉 종양미세환경에서 찾으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종양미세환경은 암세포 주변의 면역세포나 섬유아세포 같은 세포 구성 요소뿐 아니라, 산소가 부족하거나 영양이 결핍된 상태, 그리고 산성화된 환경과 같은 물리·화학적 조건까지 포함한다.

특히 종양 주변이 산성화되면 면역세포의 공격 기능이 약해지고, 암세포가 주변 조직을 파고들거나 다른 장기로 퍼지기 쉬워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산성 환경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지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러한 의문에서 출발해, 암의 진행과 전이에 관여하는 세포막 단백질인 ‘디스에드헤린(Dysadherin)’에 주목했다.
 

▲ GIST 생명과학과 윤현지 석박통합과정생, 남정석 교수, 이충재 박사 [사진=GIST 제공]


디스에드헤린은 정상 조직에서는 거의 발현되지 않지만, 여러 암에서 유독 많이 나타나는 단백질로, 연구팀은 이전 연구를 통해 이 단백질이 대장암의 발생과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대장암 환자의 단일세포 데이터 분석과 생쥐 종양 모델 실험을 통해, 디스에드헤린이 많이 발현된 종양일수록 주변 환경이 더 산성화되고, 암의 공격성과 재발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같은 산성 환경에서도 디스에드헤린을 많이 가진 암세포는 더 빠르게 자라고, 더 잘 이동하며, 다른 조직으로 침투하는 능력도 현저히 높았다. 이는 디스에드헤린이 산성 환경에서 암세포의 악성화를 촉진하는‘스위치’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디스에드헤린이 암세포의 성질을 바꾸는 구체적인 과정을 이번 연구를 통해 처음으로 확인했다. 분석 결과, 디스에드헤린은 암세포 내부의 신호 전달 과정을 활성화해 '카보닉 안하이드레이스-9(CA9)'라는 단백질의 생성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보닉 안하이드레이스-9(Carbonic anhydrase-9, CA9)ㄴㄴ 이산화탄소와 물을 중탄산 이온과 수소 이온으로 전환하는 반응을 촉매하는 효소 단백질로, 저산소·산성 환경에서 발현이 증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암세포에서는 세포 내부에 축적된 산을 세포 밖으로 배출해 세포 내 pH를 안정화시키는 동시에 종양 주변 환경을 더욱 산성화함으로써, 암세포의 생존과 성장, 침윤 및 전이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CA9가 암세포 안에 쌓이는 산성 물질을 세포 밖으로 내보내면서, 암세포 내부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반면 종양 주변 환경은 더욱 산성화된다는 점을 밝혀냈다.

다시 말해, 암세포는 디스에드헤린과 CA9를 이용해 스스로 살기 편한 환경을 만들고, 동시에 주변을 점점 더 암이 자라기 쉬운 상태로 바꾸는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산성 환경은 암세포의 에너지 대사 방식을 변화시키고, 면역세포(T세포)의 항암 기능을 떨어뜨리며, 암 성장을 돕는 섬유아세포를 활성화해 종양 전체를 암세포에 유리한 방향으로 재편한다. 

나아가 연구팀은 디스에드헤린의 기능을 억제하는 펩타이드를 개발해 대장암 세포에 적용한 결과, 암세포의 산성 환경 조성 능력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이에 따라 암세포의 성장과 증식도 뚜렷하게 억제되는 효과를 확인했다.
 

▲ 디스에드헤린-CA9 축에 의한 암 전이 기전 규명 [사진=GIST 제공]


이는 디스에드헤린이 암세포의 생존과 전이를 촉진하는 대표적인 분자 신호 전달 축인 'FAK–STAT3–CA9'로 이어지는 신호 전달 경로를 통해 종양 산성화를 조절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결과로, 디스에드헤린을 표적으로 삼는 치료 전략이 실제로 암의 악성화를 억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디스에드헤린이 암의 진행을 단순히 보여주는 신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암세포의 성질과 종양미세환경을 동시에 변화시켜 대장암을 더욱 악성화시키는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데 의미가 있다.

남정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암세포가 주변 환경을 어떻게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꾸는지를 구체적인 신호 전달 과정까지 포함해 분자 수준에서 규명한 것”이라며 “향후 종양의 악성화와 전이를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남정석 교수가 주도하고 이충재 박사와 윤현지 박사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글로벌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IRC) 및 GIST 연구원(GRI) 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Nature) 계열의 권위 있는 의생명과학·분자 신호전달 분야 국제학술지 《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에 2026년 1월 15일 게재됐다.

한편 GIST는 이번 연구 성과가 학술적 의의와 함께 산업적 응용 가능성까지 고려한 것으로, 기술이전 관련 협의는 기술사업화센터(hgmoon@gist.ac.kr)를 통해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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