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뇌를 분석한 220쪽짜리 보고서

[파워브레인] 인터뷰_ 이흥열 뉴로게이저 대표

브레인 97호
2023년 03월 23일 (목)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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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뉴로게이저 이흥열 대표

2014년에 설립한 뉴로게이저가 지난 1월 초, 아동•청소년 뇌분석 서비스 ‘앨사이어니Alcyone’를 처음 선보인 ‘제1회 세계 뇌과학과 뇌산업 컨퍼런스(WNNC, World Neuro Science & Business Conference)’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신사동에 자리한 뉴로게이저 뇌이미징센터(NBIC, Neurogazer Brain Imaging Center)에서 이흥열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이곳은 만 10~15세 아이들 대상의 MRI센터이기도 하다.


Q. MRI센터가 일반 병원과 사뭇 느낌이 다릅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뇌를 촬영하는 공간이잖아요. 처음 경험하는 일일 텐데 병원처럼 딱딱한 분위기에서 환자복을 입어야 하는 그런 환경을 제공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부모님도 바깥에서 아이를 볼 수 있고, 아이들도 자신의 뇌를 만나는 의미 있는 체험의 시간이니까요.
 

▲ 뇌 분석 서비스 ‘앨사이어니’를 통해 뇌의 성장과 발달상태, 수리능력, 과학창의성, 제2언어 학습능력, 학업성취도 등 아이의 뇌와 관련된 대부분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Q. 컨퍼런스 얘기부터 해야겠는데요. 석학들의 전문적인 강연과 첫 서비스 론칭까지 성황리에 마친 소감이 어떠신가요?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세계적인 학자들이었는데 다들 이구동성으로 얘기하더라고요. 오전 강연에 이어 오후 시간에도 참석자들의 높은 집중도에 많이 놀랐다고. 개인적으로는 제 발표 자리에서 울컥할까 봐 솔직히 걱정이 좀 됐습니다. 

2014년 설립 이후, 참으로 많은 인내의 시간과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세상에 선보이는 자리였으니까요.


Q.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뇌분석서비스(BAS, Brain Analysis Service)’의 이름이 ‘앨사이어니Alcyone’이죠. 무슨 뜻인가요?

황소자리의 3등성 별의 이름입니다. 뉴로게이저의 최고과학책임자(CSO)인 이대열 교수와 저는 둘 다 영화 ‘스타트렉’의 팬인데, 우리가 뉴런들을 항해하는 항성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령대별로 브랜딩을 어떻게 할까 하다가 ‘A’로 시작하는 항성으로부터 뉴로게이저가 도착하는 느낌으로 이름들을 적어나가자 했죠. 그래서 첫 번째로 도착한 항성이 ‘앨사이어니Alcyone’라는 항성이고, 그 항성에는 10~15세의 아이들이 있는 거죠. 그다음 연령대에는 또 다른 항성의 이름이 붙을 거예요.
 

▲ 지난 1월‘제1회 세계 뇌과학과 뇌산업 컨퍼런스'에서 발표하는 이흥열 대표


Q. 스토리텔링도 그렇고, MRI센터 디자인도 남다릅니다. 세계적인 뇌과학자인 이대열 교수님이 친형이신 걸로 아는데, 대표님이 걸어온 길이 궁금합니다. 

뉴로게이저를 세우기 바로 전에는 통신 분야 IT 전문가로 일했고, 그전에는 광고회사에서 일했어요. 아침 6시에 출근해서 새벽 4시에 집에 들어와도 즐거운 때였죠. 광고 카피와 이미지를 결합해 하나의 광고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저한테는 설렐 정도로 좋았습니다. 

이후 브랜드 마케팅까지 하면서 브랜드와 스토리텔링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죠. 이 같은 경험이 이후 MRI센터를 만들고. 뉴로게이저라는 이름을 짓고, 이번 리포트 타이틀을 정할 때에 다 활용이 됐어요.


Q. 존스홉킨스대학교 블룸버그 특훈교수로 계신 이대열 교수를 비롯해 뇌과학 분야의 강력한 맨파워가 뉴로게이저의 큰 강점인데, 두 분이 공동창업을 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요?

2011년부터 창업에 대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형과는 다른 길을 걸어오다 서로의 일을 공유하기 시작했고, IT 분야에서는 클라우드라는 개념이 나오면서 컴퓨팅 파워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분석이나 연구를 할 수 있는 최적기라고 판단했어요.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제가 뇌를 이해하고 있어야 했기에 이대열 교수를 통해 뇌과학자들을 만나면서 혹독하게 트레이닝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만난 학자들이 지금까지 뉴로게이저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Q. 뉴로게이저는 AI와 신경과학의 만남이라고 하셨는데, 뇌 질환 분야가 아닌 아동과 청소년의 뇌 분석을 첫 타깃으로 선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 부모님은 두 분 다 교육자셨어요. 형은 어릴 적부터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고, 상대적으로 형만큼 하라는 무언의 압박이 늘 저를 옥죄었지요. 저는 그림 그리기와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돌이켜보면 20대 중반까지 저 자신에 대해서 스스로 잘 알지 못한 채로 살았던 것 같아요. 

대부분의 부모도 사실은 자신의 자녀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자녀가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면 먼저 자녀를 잘 이해해야 합니다. 성장발달 과정과 함께 자녀의 특성을 파악해야 그에 적절한 교육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테니까요. 

우리가 아이의 뇌를 촬영해 분석한 22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받아본 부모는 아이를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보게 됩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이전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고, 소통하려고 노력하죠. 우리 보고서의 가장 큰 순기능이 저는 이 지점이라고 봅니다.

그동안 2천여 명의 부모님들을 만났는데, 그중 아이를 홈스쿨링하고 있던 분이 계셨어요. 그분에게 이 연구에 왜 참여하셨느냐고 물으니 ‘아이를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라고 하셨어요. 

저는 답이 거기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배로 난 자식인데 내가 모를까 봐”라고 얘기하는 부모가 오히려 자녀에 대해 무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뉴로게이저의 뇌분석 서비스를 통해 사람들이 조금 더 행복해지고 세상의 갈등도 조금 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다소 몽상가적인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Q. 뇌에 대한 이해 없이는 인간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맞습니다. 보고서의 항목이 167개인데, 항목들을 조율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어요. 연구진들이 수만 편의 논문을 분석하고, 많은 사람의 의견을 녹여내야 했으니까요.

파트 I, 파트 II 는 뇌의 성장과 발달상태, 수리능력, 과학창의성, 제2 언어학습능력, 학업성취도 등 다양한 능력과 적성 등을 포함하고 있어 아이의 뇌와 관련된 대부분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파트 III 는 뇌 위험도에 대한 부분입니다. 

이 보고서는 의료정보가 아니고 아이에게 낙인을 찍는 것도 아니에요. 아이의 여러 역량을 파악하고 그에 맞춰 환경을 바꿔줌으로써 아이의 가능성을 더 크게 키우는, 마중물 같은 역할을 하자는 거죠.


Q. 뉴로게이저의 핵심역량이라 할 수 있는 연구그룹 운영이나 의료정보 활용의 유연성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제한 요소가 많은 편인데, 왜 한국에서 시작하시나요?  

몇 가지 이유가 있어요. 이대열 교수가 2017년에 《지능의 탄생》을 한국에서 먼저 출간하고 이후 옥스퍼드대학교 출판부에서 영문판을 냈죠. 

이대열 교수는 자신이 공부한 걸 대한민국에서 먼저 나누고 싶어해요. 두 번째는 한국인의 뇌와 미국인의 뇌, 동양인의 뇌와 서양인의 뇌가 조금 달라요. 기업의 헤드 그룹이 한국인들이니 다른 나라에서 하면 사업적 리스크가 더 클 수 있어요. 


Q. 인간의 지능과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에서 뉴로게이저의 도전이 갖는 의미가 무척 크다고 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아동•청소년기가 두뇌 발달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시기여서 어느 정도 주기적으로 검사를 하면서 분석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맞습니다. 뉴로게이저에서는 3년을 권장하고 있어요. 뇌를 관찰하는 주기를 어느 정도로 할 때 가장 다이내믹한 변화를 잡아낼 수 있는지 조사했고, 이대열 교수도 2년 반 정도면 충분하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교육체계를 감안해 3년으로 했습니다. 

예를 들면 중학교 입학하기 전,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가기 전, 성인이 되기 전에 한 번씩 하는 것이죠. 이렇게 3년의 시차를 두고 검사하면 변화 추이를 보면서 앞으로 어떤 성향이 어떠한 차이를 보이면서 성장할지도 예측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Q.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교육열이 뜨거운 만큼 뇌에 대한 관심도 높습니다. 뇌분석 서비스 사업에 대한 전망을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이 서비스는 일단 의사의 처방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기 때문에 병원에 너무 많은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 일단 월 100명으로 한정해 진행할 계획입니다.


Q. 뇌 진단 분야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시는 것이라 볼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뇌훈련 및 계발 영역에서 교육시장이 존재합니다. 학교나 심리상담센터에서 뇌파 측정이 이루어지고 있고, 교육부가 두뇌 훈련 분야 브레인트레이너 자격을 국가공인화하기도 했습니다. 뇌 진단과 훈련 분야와의 연계도 예상이 되는데, 어떠신가요?

어떤 사업이든 시장이라는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거치며 성장한다고 봅니다. 

우리 사업이 속한 숲에 어떤 나무들이 자라고 어떤 동물들이 살게 될지 아직은 모르겠어요. 다만 우리 플랫폼이 뇌과학 정보를 함께 나누는 자리가 되면 좋겠고, 이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과학에 기반한 좀 더 나은 솔루션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글_장래혁 | 사진_김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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