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은 완성이 아니라 ‘되어가는’ 삶의 여정
점심 메뉴를 고르고, 마트에서 장을 보고, 배달 앱을 넘기며 우리는 매일 무엇을 먹을지 선택한다. 그런데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매일 반복하는 이 평범한 선택이 환경과 노동, 동물의 삶, 그리고 우리의 미래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어떨까?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질문을 던진다. “내가 옳다고 믿는 삶과 내가 매일 반복하는 식탁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가?”
먹는 일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오랜 습관이자 문화며, 가족의 기억과 위로, 즐거움과 취향이 겹겹이 쌓인 삶의 일부이다. 기존의 비건 담론은 그 필요성을 분명히 보여주었지만, 많은 사람을 실제 변화로 이끌지는 못했다.
당장 고기와 유제품을 끊어야 하고, 조금만 흔들려도 실패한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완벽한 기준이 비건을 부담스럽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비건을 금지와 의무가 아닌 더 나은 삶을 향한 가능성으로 표현한다. '비건을 받아들인다'라는 표현보다 '비건을 지향한다'라고 표현하며, 완벽주의나 정체성 대신 점진적이고 행동이 중심이 되는 비건을 지향하는 삶의 관점을 제시한다.
저자는 비건의 비전에 조금이라도 마음이 움직인 사람이라면 일상의 실천이 이상과 크게 다르더라도 '가는 길 위에 있다'라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것이 동물성을 일절 거부하는 고단수 비건이든, 일주일에 한번 새로운 비건 요리를 시도하겠다고 결심한 입문자든 중요한 것은 '비건을 지향하는 것'이다. 현재 상황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한걸음씩 다가가는 것이 핵심이다.
고기를 사랑하던 철학자는 왜 비건이 되었을까?
고기를 좋아했고, 비건이 될 이유가 없다고 믿었던 철학자 매튜 C. 할트먼은 그 믿음이 정말 옳은지 확인하기 위해 음식 윤리를 깊이 탐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연구와 성찰을 거듭할수록 인간의 번영과 책임, 진실이라는 자신이 중요하게 여겨온 가치들이 자신이 매일 먹는 음식과 더 이상 나란히 설 수 없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저자에게 비건은 감정적인 결단이나 도덕적 선언이 아니라, 사유의 흐름 속에서 도달한 선택이었다. 그는 책에서 망설이고, 갈등하고, 자신을 의심하고, 실패하고, 다시 나아가는 과정을 유머러스하고 통찰력 있는 문장으로 솔직하게 담아냈다. 이 책이 비건의 여정을 담은 회고록이자 자기 성찰의 고백처럼 읽히는 이유다.
각자의 삶의 조건에 맞는 ‘새로운 비건의 기준’
인간은 ‘배고프고 아름다운 동물’이다. 욕망을 지닌 ‘배고픈’ 존재이면서도, 그 욕망을 성찰하고 조율할 수 있는 ‘아름다운’ 존재다. 이상화된 모습이 아니라 매우 현실적인 비건의 모습을 고백하듯 솔직하게 보여줌으로써 비건으로 살아가는 독자에게는 깊은 공감을, 비건이 아닌 독자에게는 비건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마음을 열고 귀 기울이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는 저마다의 속도로 비건이 되어가는 중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변화를 말하되 훈계하지 않고, 설득하되 강요하지 않으며, 웃음과 사유를 통해 비건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배고프고 아름다운 동물들》/ 매튜 C. 할트먼 지음 / 한문화멀티미디어
글.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