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북스] 몸, 내 안의 우주

[브레인 북스] 몸, 내 안의 우주

응급의학과 의사가 들려주는 의학교양


응급의학과 전문의이자 작가로, 생생한 의료 현장의 이야기와 인간적 통찰을 담은 글로 독자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 남궁인이 5년 만에 신작으로 돌아왔다. 

그간 방송 및 학교, 도서관, 공공기관 등에서 한 해 평균 100회 이상의 강연을 통해 독자들과 만나며, 또한 무수한 환자들을 치료하며 수많은 질문을 받아온 그는 독자들에게 여전히 ‘의사는 두렵고 의학은 난해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안타까움을 느껴왔다. 이에 저자는 독자들을 실용적이고 직관적인 의학의 세계로 안내하기로 마음먹었고 『몸, 내 안의 우주』는 그러한 결심과 노력의 산물이다. 

저자는 응급실에 온 환자들의 진단 및 치료 과정을 따라가면서 동시에 우리 장기에 대한 본격적인 스토리텔링을 시작한다. 저자는 복부 한복판에 다양한 장기들이 자리한 소화기부터 순환의 원동력인 심장을 거쳐, 인간의 고등한 사고능력을 관장하는 중추신경계까지, 몸의 구조와 기능, 작동 원리, 관련 질환 등을 풀어가며 우리 몸 구석구석을 면밀히 살피는 것이다.

이 책은 각 장기의 특징뿐 아니라 인간의 몸이 지금의 기능을 갖추기까지 오랜 세월 생명체로서 진화해온 과정을 함께 다루며 같은 기관이라도 다른 종과의 비교를 통해 인체를 통시적, 공시적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조망하게 한다. 무엇보다 긴박한 의료 현장을 손에 잡힐 듯한 묘사로 포착해온 남궁인 특유의 문체는 이 책에서도 특장을 발휘해, 독자들을 단번에 의료 현장 한복판으로 끌어들인다. 

그 어느 때보다 몸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가는 오늘날, 의학 지식이 현실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자세하고도 알기 쉽게 풀어간 이 책은 독자들을 위한 단 한 권의 완독 가능한 의학교양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토록 경이로운 우리 몸 탐험기

당신은 스스로의 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저자가 예로 든 것처럼 “프렌치토스트를 좋아하고 커피를 두 잔 이상 마시면 밤에 잠이 오지 않으며 10km를 달리는 데 한 시간 정도 걸린다는 사실쯤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대 의학을 들이밀기 시작하면 보통 사람들은 몇 가지 질문 만에 백기를 든다. 

가령 이 순간에도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포 내의 ATP(아데노신삼인산)가 에너지를 내놓고 ADP(아데노신이인산)로 변화하며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이나, 신경에서 탈분극이 일어나 신호를 전달하는 기전을 선뜻 설명하기란 어렵다. 

다소 교과서적인 내용이 아니더라도 왜 아침을 먹으면 똥이 마려운지, 숨을 몰아쉬면 왜 어지러운지, 우리 입엔 짠 음식이 왜 이토록 맛있는지, 너무 마르면 왜 월경불순이 오는지 등 날마다 겪는 몸의 활동을 제대로 이해할 순 없을까? 고혈압, 당뇨, 신부전, 요로결석, 뇌출혈, 알코올의존증 등 흔하디흔한 질환을 예방하고 좀 더 슬기롭게 대처할 순 없을까?

그 답을 찾아가기 위해 『몸, 내 안의 우주』는 장기 곳곳과 장기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시스템을 총 11장으로 구성해 풀어간다. 우선 임상의학인 소화기, 심장, 폐, 신장 등 생사가 걸린 주요 장기를 설명한 뒤 눈에 보이지 않는 내분비와 면역계를 다룬다. 

또한 현대인의 관심사인 피부, 근골격과 인간의 근원적 관심사인 성(性)을 거쳐 우리가 인지하는 세상을 구성하는 뇌와 감각으로 넘어간다.


“몸은 놀라운 치유력을 지닌 완벽한 우주다”

이 책은 건조한 의학적 지식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의 재미와 이해를 돕기 위해 각 장을 임상 이야기로 시작한다. 심폐소생, 수술 등 실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창조된 긴박한 순간이 펼쳐지는 가운데 해당 장기와 관련된 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통증 호소가 잇따르고, 차차 진단명이 밝혀지면서 치료가 이어지는 식이다. 

한 편의 메디컬 드라마를 보는 듯한 구성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37조 개 세포로 이루어진 인간의 몸에 대한 이해에 이르게 된다.

주목할 것은 저자 남궁인의 몸을 보는 관점이다. 현대 의학이 몸을 보는 다양한 관점을 언급하면서도 그는 우리 몸의 절묘한 치유력을 강조하며 ‘몸은 이미 완성된 완벽한 우주에 가깝다’고 말한다. 

인간은 수백만 년의 진화 과정을 거치며 뇌가 스스로의 몸을 파악해서 치료자가 되기까지 굴곡진 역사가 있었고, 우리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우리 몸은 이미 많은 것을 이룩해낸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 책의 마지막 장은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물론 의학 커리큘럼에는 죽음이라는 부분이 없으나 저자는 현장에서 치열하게 목격하고 감당해야 하는 것이 ‘죽음’이었다면서, 삶의 이면에는 죽음이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환기한다. 

저자의 전작이 솔직한 고백을 통해 인간 본연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게 하며 공감을 불러일으켰듯 『몸, 내 안의 우주』 또한 생명 활동의 정반대에 있을 법한 죽음이라는 주제를 정면으로 다룸으로써 죽음에 대한 이해를 넓힌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 몸의 경이뿐 아니라 삶이라는 경이를 과학의 관점에서 느끼게 할 단초를 제공하며, 추천자 송승훈의 말처럼 “지나온 삶을 다시 보고, 지금을 사랑하며 살게 하는 힘이 있다”.

너무도 익숙하지만 한편으로는 미지의 존재인 몸, 그에 대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풀어줄 뿐 아니라 마침내 우리 몸의 경이를 깨닫게 할, 인생 의학교양서를 지금 만나보자.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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