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부분 한쪽 손으로만 글씨를 적고 한쪽 발로만 공을 찬다. 그뿐인가? 뒤를 돌아볼 때마다 같은 방향으로 몸을 돌리고, 아기를 안아 들 때도 특정한 팔로만 안는다. 연인과 키스할 때, 좋아하는 영화를 감상할 때, 강의를 들을 때 역시 무의식적으로 선호하는 방향이 있다.
이 방향은 랜덤이 아니다. 태어나기도 전부터 우리는 이미 특정 방향을 선호하고 있었다. 그 이유가 궁금할 당신을 위해 25년 이상 좌뇌와 우뇌의 차이를 연구해 온 행동 신경과학계의 세계적인 권위자 로린 J. 엘리아스(Lorin J. Elias) 교수가 그의 방대하고 흥미진진한 연구를 『기울어진 뇌』에서 소개한다.
왜 인간의 행동은 이렇게 한쪽으로 치우칠까? 이런 특징은 뇌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저자는 다양한 가설과 실험 결과를 통해, 좌뇌와 우뇌의 기능적 차이가 우리가 선호하는 방향을 결정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한다.
뇌가 가진 편향성은 우리의 견해, 경향성, 태도를 형성한다. 예술 작품이나 건축물, 광고를 편향되게 제작하고 감상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운동 경기에서 선수들이 상대방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방식이나, 관객들이 운동 경기를 하는 선수들을 관찰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
이 책은 일상에 좌우 편향이라는 돋보기를 드리워 익숙한 풍경을 뇌과학적 시선으로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이를테면 양쪽 뇌의 차이를 주제로 우리의 ‘기울어진 삶’을 읽게 해주는 해설서다.
인간의 기울어진 행동, 생각, 심리 뒤에 숨겨진 뇌 편향성의 비밀
우리의 움직임은 비대칭이다. 몸은 대칭으로 생긴 것 같은데 움직임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는 한쪽 손을 유독 더 자주 사용하고, 한쪽으로만 고개를 기울이며, 책 속 문장도 눈앞에 펼쳐진 상황도 한쪽으로 읽어 나간다. 왜 늘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치우친 행동을 하게 될까? 바로 좌뇌와 우뇌의 차이 때문이다.
뇌 기능의 편향이 이러한 행동의 편향을 낳는다. 그렇다면 반대로,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치우친 행동을 해서 상황에 맞게 필요한 뇌의 기능을 활성화할 수도 있을까? 『기울어진 뇌』의 저자 로린 J. 엘리아스는 그렇다고 답한다.
상황에 따라 ‘옳은’ 방향을 선택하면 더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뇌에 숨어 있는 편향을 이해하면, 이를 이용해 더 많은 이들에게 호감을 살 수도 있다. 물론 가끔은 오른쪽이 옳기도 하고 왼쪽이 옳기도 하다.
우리가 왜 특정 방향을 선호하는지를 한 가지 원인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저자는 좌뇌와 우뇌의 기능적 차이와 다양한 가설을 토대로 한 실험 데이터를 동원해 이를 설명한다.
책에 적힌 연구 사례들은 무려 25년이 넘는 연구 기록이 축적된 결과물이다. 어째서 스포츠 경기에서 왼손잡이 선수가 유리한지, 다양한 언어권에서 왼쪽과 오른쪽이 각각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의미를 주로 갖는지 등을 언급하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예술 작품을 제작하거나 전시할 때, 혹은 광고나 프로필 사진을 촬영할 때 활용할 수 있는 편향들도 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광원은 공간의 왼쪽에 있다고 생각한다. 몸을 돌릴 땐 주로 오른쪽으로 회전하는 편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를 이해하고 나면 관람자들이 어떤 방향으로 이동하는 편향을 보이는지를 고려해 전시장의 동선을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다. 광고에서 출연자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화면상 공간의 어느 방향에 조명을 배치할지 결정할 때도 편향에 대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
이런 전략들을 잘 활용하면 관찰자의 호감도를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렇듯 편향을 이해하면 일상 속 숨겨진 비밀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제 인지 신경학계의 대가 로린 J. 엘리아스 교수와 함께 좌우 편향의 뇌과학으로 우리의 일상을 새로이 읽어보자.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