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북스] 세포처럼 나이 들 수 있다면

[브레인 북스] 세포처럼 나이 들 수 있다면

탄생, 노화, 다양성을 이해하는 발생생물학 수업


저속 노화, 안티에이징, 역노화 등 무병장수를 넘어 영원히 젊게 사는 것이 꿈이 된 시대, 세월에 맞게 나이 드는 것을 예찬하며 ‘세포처럼 나이 드는 법’에 대해 사유하는 특별한 생물학자가 있다.

《세포처럼 나이 들 수 있다면》의 저자 김영웅 박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국립암센터 시티 오브 호프에서 혈액암을 연구하고, 한국 기초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며 마우스유전학을 연구하고 있는 국내 최고 발생생물학자 중 한 명이다.

발생생물학은 수정란이 하나의 생명체가 되는 과정을 연구하는 분야였으나, 인간이 노화를 겪는 동안에도 피부, 혈액 등이 새롭게 생성된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수명 연장은 물론 신체를 젊게 되돌릴 수 있는 획기적인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이 책은 생명의 기본 단위인 세포를 통해 노화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세포의 생로병사에서 길어 올린 15가지 인생의 깨달음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올 노년을 환대하는 방법을 들려준다. 

사람처럼 치열하지만 사람보다 현명한 세포의 세계

김영웅 박사는 세포가 인생과 절묘하게 닮았다고 말한다. 하나의 세포가 태어나 성장하고, 성숙해져 열심히 제 기능을 하다가, 나이 들어 신생 세포들에 대체되는 과정이 우리가 태어나 어른이 되는 삶과 겹치기 때문이다. 

모든 혈액세포의 원천인 조혈모세포는 평소 미성숙세포들을 이끌고 건강한 혈액을 생성하지만, 일정 시기가 지나면 활동을 멈추고 미성숙세포들이 활약할 수 있도록 뒤에서 돕는다. 신체가 정상적으로 발달하기 위해 일부 세포들은 스스로 소멸하는 ‘세포자멸사’ 현상을 보이고, 노화하여 기능을 상실한 세포들이 있으면 동료 세포들이 나서서 그 일을 대체한다.

저자는 이렇게 세포들이 서로 배려하고 인내하고 희생하는 모습이 우리가 나이 들며 갖춰야 할 삶의 태도라고 말한다. 20년 이상 세포 연구에 매달린 중년의 생물학자에게 세포의 생애가 특별하게 다가온 이유는 각별하다. 저자가 오랫동안 매달린 암세포 실험에서 발견한 돌연변이 세포들의 증식 과정이 인간 사회를 고스란히 비추고 있던 탓이다. 

정상세포가 산소와 영양분의 공급 통로인 혈관을 다른 세포들과 나누면 몸은 건강하게 기능을 유지하지만, 혈관을 독점해 산소와 영양분을 자신에게만 끌어다 쓰는 순간 정상세포는 암세포로 돌변하고 만다.

암세포는 자가증식하여 맹목적으로 생존하려고 했을 뿐이지만 그 결과가 숙주와 자신의 공멸을 불러온 것처럼, 저자는 인간 사회에도 욕심이 지나쳐 주변에 해를 입히는 어른들의 모습을 상기하며 나이 들수록 중용의 태도를 가질 것을 당부한다. 

탐욕스러운 암세포가 되고 마는 인생을 살 것인가, 조혈모세포처럼 아름답게 물러설 줄 아는 인생을 살 것인가. 저자가 숙제처럼 남긴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이 우리를 더 나은 어른으로 성장시킬 것이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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