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명상을 할 수 있을까?”

“우리 아이가 명상을 할 수 있을까?”

소아과 의사가 처방하는 ‘우리 아이 첫 명상’

명상은 종교적 행위도, 특별한 아이들만 하는 훈련도 아니다. 명상은 두뇌 기능을 안정적으로 활성화하는 가장 짧고 확실한 운동이다.
 

명상은 강력한 뇌의 근력 운동

“애가 명상을 한다고요? 잠시도 가만히 못 있는 애인데요.” 아이에게 명상을 권하면 아마 많은 부모가 이렇게 되물을지 모른다.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질문을 바꿔보자. 아이에게 줄넘기를 처음 시킬 때 우리는 단번에 백 개를 기대하지 않는다. 세 개만 해도 된다는 생각으로 시작한다. 명상도 이와 같다. 시작은 단 3분, 아니 세 번의 호흡이면 충분하다.

또 하나의 흔한 질문. “명상은 종교와 관련 있지 않나요?” 이 오해부터 풀고 가자. 많은 이들이 명상을 특정 종교나 신비주의 수련으로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명상은 종교 그 자체가 아니라, 여러 종교에서 인간의 심적 변화와 영성을 탐구하기 위해 활용한 방식이었을 뿐이다. 

명상이 현대 과학의 영역으로 건너온 계기는 20세기 후반 의학계의 진지한 접근이었다. 1970년대 하버드 의대 허버트 벤슨 교수가 명상의 생리적 이완 효과를 입증했고, 1979년 매사추세츠 의대의 존 카밧진 박사가 종교적 색채를 완전히 제거한 ‘MBSR(마음챙김 기반 스트레스 감축법)’을 임상에 도입하며 의학의 영역으로 진입했다.

오늘날 뇌과학과 의학은 fMRI와 같은 첨단 영상 기술을 통해 명상이 뇌의 신경 회로를 실제로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객관적 데이터로 입증해내고 있다. 의심 많은 의사인 나를 설득한 것도 결국 신념이 아니라 데이터였다. 

헬스장에서 바벨을 들며 이두박근을 키우듯, 딴생각을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는 반복 훈련은 전전두엽의 주의 네트워크(attention network)를 단련하는 강력한 ‘뇌의 근력 운동’이다. 이제 명상은 하루 단 몇 분의 호흡으로 뇌가소성을 자극하고 집중력을 발전시키는 가장 확실한 자기 관리법이 되었다.
 

호흡에 의식을 두는 순간 몸과 뇌에 나타나는 변화

중국과 미국의 공동 연구팀은 명상 경험이 전혀 없는 대학생들에게 하루 20분씩 단 5일간 통합 심신 훈련을 시켰다. 결과는 놀라웠다. 주의력 검사 성적이 대조군보다 유의하게 향상되었고, 스트레스 과제 후 코르티솔 반응이 낮았다. 겨우 100분의 훈련으로 뇌의 스트레스 반응 곡선이 달라진 것이다. 

아이들은 어떨까. 아동·청소년 명상 연구 20편을 종합한 메타분석에서 마음챙김 훈련은 주의력과 정서 조절 개선에 일관된 효과를 보였고, 심리적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에게 효과가 더 컸다. 초등학생 대상 8주 프로그램 연구에서는 실행 기능이 향상되었는데, 원래 조절력이 약했던 아이들이 가장 크게 좋아졌다. 명상은 ‘얌전한 아이용’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라는 뜻이다.

호흡에 의식을 두는 순간, 우리 몸과 뇌에서는 두 가지 일이 동시에 일어난다. 첫째, 몸에 브레이크가 걸린다. 천천히 숨을 쉬면, 특히 날숨을 길게 내쉬면 미주신경이 자극되어 부교감신경이 깨어난다. 그러면 심장박동이 느려지고 굳어 있던 근육이 이완된다. 쉽게 말해, 긴장한 몸에게 “지금은 안전해. 이제 쉬어도 돼”라고 알려주는 것이다. 

둘째, 집중력을 담당하는 뇌 회로가 단련된다. 명상을 하다 보면 어김없이 딴생각이 떠오른다. 그런데 바로 이 순간이 훈련의 핵심이다. 딴생각이 떠오르고, 그것을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반복이 뇌의 주의력 회로(전전두엽과 두정엽을 잇는 네트워크)를 계속 활성화한다.

덤벨을 들었다 놓는 동작이 이두박근을 키우듯, 호흡으로 돌아오는 반복 훈련이 집중력을 단련하는 것이다. 그러니 명상 중에 딴생각이 떠올랐다고 실망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운동 세트 사이에 잠시 숨을 고르는 것처럼 훈련의 당연한 한 부분이다.


아이의 연령별 명상법

명상하는 방법은 연령에 따라 다르다. 유아(4~7세)에게는 ‘곰 인형 호흡’이 효과적이다. 아이를 눕히고 배 위에 곰 인형을 올려, 아이가 숨 쉴 때 배의 움직임을 따라 인형이 오르내리는 것을 바라보게 한다. 유아에게 호흡은 ‘느끼는 것’보다 ’보는 것’일 때 쉽다. 

초등학생(8~13세)에게는 ‘3-3-3 호흡’을 제안한다. 셋을 세며 코로 숨을 들이쉬고, 셋을 세며 머금고, 다시 셋을 세며 길게 내쉰다. 이렇게 세 번의 호흡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이 채 되지 않는다. 

청소년에게는 공부를 시작 전 ‘3분 타이머 호흡’을 권한다. 타이머를 켜고, 눈을 감고 코로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만 느낀다. 만약 아이가 명상이 재미없다고 하면 그날 명상을 했는지만 따지지 말고, 명상할 때의 상황에 관해 물어보라. “오늘은 딴생각이 얼마나 났어?”, “내가 딴 생각을 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아차리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렸어?” 같은 질문이 명상 과정을 놀이로 여기게 하면서 아이 스스로 관찰자가 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명상을 활용할 때 주의할 점

명상을 활용할 때 부모가 주의할 점이 있다. 첫째, 명상을 벌로 쓰지 말 것. 아이에게 “말 안 들었으니까 가서 명상해”라고 하는 순간, 아이 뇌에서 명상은 처벌로 등록되어 다시는 곁을 주지 않는다. 둘째, 명상을 강요하지 말 것. 하루 걸러도, 일주일을 쉬어도 괜찮다. 자발성 없이는 명상의 효과를 얻을 수 없다. 셋째, 부모가 함께할 것. 이 점이 제일 중요하다. 아이는 명상하는 부모의 옆자리에서 가장 잘 배운다. 아이 명상의 가장 강력한 변수는 언제나 부모의 참여다.
 

부모와 아이를 위한 마음 처방전

• 잠들기 전, 아이와 나란히 누워 ‘3-3-3 호흡’ 세 번 하기

• 용법·용량:하루 1회, 취침 전, 부모와 아이가 함께

• 부작용:부모가 먼저 잠들 수 있음
 

글_이진희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웰니스어린이병원 원장
 

참고 자료
1. Tang YY, et al. (2007). Short-term meditation training improves attention and self-regulation. PNAS, 104(43), 17152–17156.
2. Zoogman S, et al. (2015). Mindfulness interventions with youth: A meta-analysis. Mindfulness, 6, 290–302.
3. Flook L, et al. (2010). Effects of mindful awareness practices on executive functions in elementary school children. Journal of Applied School Psychology, 26(1), 70–95.
4. Zaccaro A, et al. (2018). How breath-control can change your life: A systematic review on psycho-physiological correlates of slow breathing. 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 12, 353.
5. Kabat-Zinn J. (1990). Full Catastrophe Living. Delacorte. (국역: 마음챙김 명상과 자기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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