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가 지닌 진짜 능력

인간의 뇌가 지닌 진짜 능력

뇌교육 칼럼

인간의 뇌는 AI에 비해 열등한가?

우리는 바야흐로 인공지능이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혁명을 일으키는 시대에 살고 있다. 쏟아지는 거대한 데이터와 압도적인 연산 속도를 자랑하는 AI 기술을 바라보며, 많은 이들이 인간의 자리가 위협받고 있다는 위기감과 함께 우리 뇌의 한계에 대해 묘한 무력감을 느낀다.

그러나 과연 인간의 뇌는 AI에 비해 열등하고 불완전한 존재일까? 최신 뇌과학이 밝혀낸 진실을 들여다보면 단언컨대 그렇지 않다.
 


인간의 뇌세포를 배양해 컴퓨터 프로세서로 활용하는 바이오컴퓨팅

인간의 뇌는 현재 인류가 만들어낸 그 어떤 최첨단 반도체 칩보다 빠르고 유연한 연산 속도를 가지며, 특히 ‘에너지 효율성’ 측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최근 거대 언어 모델(LLM)과 같은 AI를 훈련하고 구동하는 데는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해야 할 만큼 천문학적인 전력이 소모된다. 반면, 우리의 뇌는 고작 20와트 남짓한 전력, 즉 작은 백열전구 하나를 밝힐 정도의 에너지만으로 이 복잡한 사고와 감정, 창조적 영감을 쉴 새 없이 처리해 낸다.

실제로 최근 AI 산업의 폭발적 발전으로 데이터센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막대한 전력 소모와 과열 현상이 전 지구적 난제로 떠올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과학계에서는 실리콘 대신 살아있는 인간의 뇌세포를 배양해 컴퓨터의 프로세서로 활용하는 ‘바이오컴퓨팅Biocomputing’ 연구를 진지하게 진행하고 있다. 

접시 위에 배양된 뇌세포 신경망이 외부의 전기 신호를 받아들여 스스로 비디오게임을 학습하고 제어하는 실험이 이미 성공을 거두었을 정도다. 이는 생체 뇌가 지닌 경이로운 학습 능력과 효율성이 현존하는 기술의 한계를 돌파할 유일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음을 시사한다.

인간의 뇌가 수행하는 진짜 능력

그렇다면 이토록 완벽한 하드웨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왜 우리는 AI와 비교해 우리 스스로의 능력이 뛰어나지 않다고 느낄까? 그 이유는 우리가 뇌의 능력을 ‘연산 능력’이나 ‘정보 저장’ 같은 지극히 단편적인 잣대로만 평가하기 때문이다.

인간 뇌의 진정한 위대함은 단순 계산이 아니라, 실존하는 척박한 현실 세계에서 생존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도로 정교한 ‘가상현실’을 창조해 내는 데 있다. 어떤 면에서 뇌의 역할은 영화 <매트릭스>의 시스템과 완벽히 동일하다.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색깔, 소리, 촉각 등은 사실 외부에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감각 기관을 통해 들어온 물리적 신호를 뇌가 우리 생존에 유리하도록 편집해 상영하는 가상현실이다.

실제로 이 감각의 세계는 생각보다 완벽하지 않다. 자연계에는 적외선이나 X선처럼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의 스펙트럼이 무한히 펼쳐져 있고, 초음파처럼 우리 귀에는 들리지 않는 소리의 파동이 존재한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무수히 많은 현상이 존재함에도 뇌가 이를 차단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가 생존하고 번식하는 데 딱 필요한 만큼의 정보만 작동하게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을 꺼리는 뇌의 속성 때문에 탄생한 감정과 편견

이러한 생존 지향적 특성 때문에 뇌는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찰나의 순간에 매우 기계적인 작업을 수행한다. 존재하지 않거나 확실하지 않은 정보를 ‘그럴듯한 정보’로 신속히 가공해 내는 것이다.

생명체의 뇌세포는 본능적으로 불확실성과 혼란(Chaos)을 극도로 싫어하며, 예측 가능한 안정을 추구한다. 따라서 정보가 비어 있거나 모호한 상황에 직면하면 뇌는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과거의 경험과 패턴을 끌어와 즉각적으로 빈칸을 채우기 위해 총력을 다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타인에게 갖는 섣부른 오해, 완고한 선입견, 그리고 맹목적이고 잘못된 신념들은 결국 안정을 찾고자 하는 뇌의 기계적이고 본능적인 특성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부작용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가 살아가며 느끼는 불안, 무기력, 우울 같은 감정 역시 외부 환경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의 뇌가 생존을 위해 만들어낸 ‘창조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현대 의학은 약물을 통해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훌륭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만, 이를 궁극적으로 극복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결국 뇌의 주도권을 나 스스로 되찾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뇌의 주도권을 되찾는 과정

그렇다면 엄청난 속도로 모든 정보를 융합하고 재창조하는 이 뇌의 주도권을 우리는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 해답은 놀랍도록 단순하다. 뇌가 만들어내는 수많은 생각과 감정의 결과물들에 무비판적으로 매몰되는 대신, 한 걸음 물러서서 이를 고요히 ‘느끼고, 관찰하며, 주시’하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가만히 바라보는 과정에서, 지금 느끼는 분노, 우울, 불안이 나의 본질이 아니며 그저 뇌가 생존을 위해 만들어낸 찰나의 창조물임을 자각하게 된다. 나와 내 뇌가 만들어낸 현상을 분리하는 이 통찰의 순간, 우리는 비로소 기계적인 반응을 멈추고 생각과 행동의 주도권을 되찾으며 감정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힘을 회복한다. 

이는 사실 최신 뇌과학의 발견이기 이전에, 《반야심경》이 전하는 ‘조견오온개공照見五蘊皆空(나를 포함한 일체의 모든 것이 공하다는 것을 확연히 깨달음)’의 가르침이나 우리 고유의 선도仙道 수련에서 밝힌 본질적 통찰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AI를 비롯한 과학기술이 무서운 속도로 사회를 재편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할수록 정작 인간의 중심인 뇌의 주도권을 우리 스스로가 놓쳐버린다면, 인류는 방향성을 상실한 채 우리가 결코 원치 않는 파편화된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기계가 인간을 모방하는 시대에 우리가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키고 이 지구와의 조화로운 공생을 이끄는 힘은 멀리 있지 않다. 진정한 행복과 지속 가능한 발전은, 눈을 감고 나의 호흡과 뇌의 작용을 고요히 바라보는 ‘명상’의 찰나에 이미 시작된다.

글_이정한 미국 IBE 지구경영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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