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몸속 면역계, 뇌질환 치료의 새로운 열쇠가 되다

[인터뷰] 몸속 면역계, 뇌질환 치료의 새로운 열쇠가 되다

하버드 의대 허준렬 교수가 여는 뇌질환 치료의 새로운 길

면역계는 감염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는 방어 체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면역계가 뇌와 직접 소통하며 뇌 발달과 행동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면 어떨까.

허준렬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는 면역계와 뇌의 경계를 허물며 신경면역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세계적인 면역학자다.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장내미생물과 면역세포, 뇌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메커니즘을 연구해 왔다.

특히 장내 미생물이 면역세포를 조절하는 과정에서부터 임신 중 모체의 면역 활성화가 태아의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 면역계가 신경세포에 직접 신호를 보내 행동을 변화시키는 기전까지 밝혀내며 면역학과 뇌과학의 경계를 확장했다. 이러한 독창적인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2025년 제21회 경암상 생명과학 부문을 수상했다.
 

▲ 허준렬 하버드 의대 면역학과 교수


연구는 치료 가능성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허 교수는 아내인 글로리아 최 MIT 교수와 신경면역 시스템을 활용한 뇌질환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바이오기업 ‘인테론’을 2021년 공동 창업했다.

지난 9월 6일 한국뇌신경과학회가 주최한 ‘K-Brain 2026’ 특별 강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허준렬 교수를 만났다. 면역학에서 출발해 뇌와 면역의 연결이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그에게 연구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뇌질환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물었다.
 

Q. 최근 장 건강과 면역계, 뇌의 연관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교수님은 면역학자로 연구를 시작하셨는데요. 신경면역학(Neuroimmunology)은 기존의 신경과학이나 면역학과 어떻게 다른 분야인가요?

저는 면역학자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신경과학과 면역학이라는 구분도 결국 사람이 만들어 놓은 것이잖아요. 그동안 뇌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주로 뇌와 신경계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면역학자들은 면역계를 중심으로 연구해 왔습니다. 학문적으로는 서로 분리해서 연구해 온 것이죠.

하지만 우리 몸 안에서는 신경계와 면역계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서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야 두 시스템을 함께 연구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인식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몸에는 심장이나 혈당, 신진대사 등 다양한 연구 대상이 있는데, 왜 하필 신경계와 면역계일까 궁금할 수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두 시스템에 중요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정보의 흐름’을 담당한다는 것입니다.

면역계와 신경계 모두 정보를 주고받지만 방식은 조금 다릅니다. 신경계가 정해진 인프라를 따라 빠르게 정보를 전달한다면, 면역세포는 우리 몸 전체를 돌아다니며 말초 조직 곳곳에서 신호를 감지하고, 그 정보를 처리해 적절하게 대응합니다. 신경계가 광통신망이나 고속도로처럼 이미 구축된 인프라를 통해 빠르게 정보를 전달하는 시스템이라면, 면역계는 면역세포가 몸 곳곳을 직접 돌아다니며 정보를 감지하고 전달하는 택배 차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이 두 시스템을 서로 다른 학문으로 나눠 연구해 왔지만, 실제 우리 몸에서는 끊임없이 정보를 주고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신경계와 면역계의 상호작용을 함께 이해해야 외부 환경의 자극이나 우리 몸 내부에서 발생하는 변화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신경면역학 연구가 발전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매우 주목받는 연구 분야가 됐습니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관련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고요. 연구자로서는 굉장히 흥미로운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Q. 당시에는 면역계와 뇌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것에 대한 학계의 반응이 어땠습니까?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처음 연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 분야에 대한 학계의 인식이 지금과는 많이 달랐어요. 2016년 《Science》에 발표한 연구도 논문을 게재하기까지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논문의 핵심 내용이 ‘면역세포가 분비해 다른 세포에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인 사이토카인(cytokine)의 수용체가 신경세포에도 존재하며, 그것이 실제로 중요한 기능을 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상당히 새로운 개념이었죠.

논문을 제출했을 때 심사위원들도 “왜 신경세포가 면역세포에서 나오는 물질의 수용체를 발현하느냐”,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많이 했습니다.

연구비를 받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을 비롯한 연방정부 연구비는 당시 이미 어느 정도 확립된 연구 분야에 주로 지원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면역계와 신경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분야는 아직 매우 새로운 영역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연구비를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지만요.
 

Q.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시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요.

멋진 대답을 드려야 할 것 같은데 사실 우연히 시작하게 됐습니다. 저는 면역학자로 교육받았고, 아내인 글로리아 최 교수는 신경과학자(미국 MIT 뇌인지과학부)입니다. 저희 둘 다 각자의 분야에서 훌륭한 교수님들 밑에서 연구한 뒤 독립적인 연구실을 꾸리게 됐습니다.

배운 것을 활용하면서도 기존과는 다른 연구를 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우리 둘의 분야를 결합해 함께 연구해 보자”라고 생각한 것이 출발점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계기는 당시 연구하던 실험 모델이었습니다. 임신 중 모체의 면역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태어난 자녀의 신경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는 모델이었죠. 이 연구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면역계와 신경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게 됐습니다.
 

▲ 허준렬 하버드 의대 교수는 장내미생물과 면역세포, 뇌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메커니즘을 연구하며 신경면역학의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Q.
 교수님의 연구는 2016년 《Science》, 최근에는 《Cell》 등 세계적인 학술지에 잇따라 발표되며 주목받았습니다. 특히 임신 중 모체의 면역 활성화가 태아의 뇌 발달과 자녀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는 큰 관심을 받았는데요. 이러한 연구 결과를 사람에게 적용해 해석할 때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까요? 현재까지 밝혀진 것과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한 부분을 구분해서 설명해 주신다면요?

과학에서는 복잡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 조건을 단순화한 모델을 사용합니다. 우리 연구도 유전적 배경 등이 통제된 동물실험 단계인 전임상 모델에서 진행됐습니다. 이 모델에서는 임신 중 모체의 면역계를 과도하게 활성화했을 때 태어난 새끼에게 자폐와 유사한 행동 특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현상이 사람에게도 그대로 일어나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인간은 실험 모델보다 훨씬 복잡하고 사람마다 유전적 배경과 환경도 달라, 전임상 연구에서 발견한 현상이 인간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지는 추가적인 연구와 검증이 필요합니다.

다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관찰연구 가운데 임신부에게 심각한 감염이나 염증 반응이 있었을 경우 태어난 아이의 자폐스펙트럼장애를 비롯한 일부 신경발달장애의 위험이 커지는 것과 관련성이 있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어머니의 면역체계가 문제다’라고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의 연령이 많을수록 자녀의 일부 신경발달장애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들도 있습니다. 그것을 두고 ‘아버지가 문제다’라고 말할 수는 없잖아요. 이런 연구 결과를 해석할 때는 인과관계를 단순화하지 않도록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Q. 현재는 이러한 기초연구를 실제 사람에게 적용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느 단계까지 와 있나요?

무엇이든 한쪽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건강기능식품 광고를 보면 ‘면역력을 강화해 감기에 걸리지 않게 한다’라고 하지만, 면역반응이 약하면 감염에 취약해지고 반대로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자가면역질환 같은 문제가 생깁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밸런스(균형)’입니다.

저희가 전임상 모델을 통해 연구한 것은 임신 중 모체의 면역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태어난 자녀에게 신경발달장애와 관련된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동전의 뒷면과 같은 또 다른 현상이 있습니다. 일부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은 열이 나는 등 염증 반응이 일어났을 때 자폐 관련 행동 증상이 일시적으로 완화되는 현상이 보고돼 있는데, 이를 ‘발열 반응(fever response)’이라고 부릅니다.

즉 임신 중 과도한 면역 활성화는 태아의 신경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지만, 이미 태어난 일부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에게서는 특정 면역반응이 오히려 증상 완화와 연관되는 것이죠. 면역반응이 신경계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최근 저희가 더 집중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뒷면’입니다. 발열 반응이 어떻게 자폐 증상을 완화하는지 밝히고, 이를 이용해 새로운 방식으로, 중증 자폐 증상 완화법을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관련 경구용 약제 개발을 목표로 회사를 설립했고, 연구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향후 5년 안에 임상시험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 이번 ‘K-Brain 2026’ 특별 강연에서 면역계가 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을 소개하셨는데요. 면역계와 뇌의 소통을 이해하는 것이 왜 중요하고, 앞으로 뇌질환 연구나 치료에는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을까요? 

앞서 신경면역학이 현재 가장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라고 말씀드렸는데요. 그동안 과학계에서는 뇌를 몸의 다른 부분과 분리된 독립적인 기관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혈액뇌장벽(Blood-Brain Barrier, BBB)이 뇌를 외부로부터 보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뇌와 관련된 질환은 많지만 현대 의학으로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것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많은 제약회사가 약물을 뇌로 전달하기 위해 혈액뇌장벽을 통과하는 여러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우리 몸에서 뇌 밖에 있으면서 뇌에 매우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이 면역계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몸이 아플 때 중요한 약속이 있더라도 취소하고 집에 가서 혼자 쉬고 싶어지잖아요. 사람을 만나기도 싫고, 밥맛도 없어집니다. 예전에는 감염과 싸우기 위해 우리 몸이 방어하기 위해서 에너지를 아끼려고 이런 행동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저를 포함한 많은 연구자가 이를 ‘능동적인 과정(active process)’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곰팡이 같은 병원체(pathogen)가 몸에 들어오면 면역계가 활성화되어 병원체에 대응합니다. 그런데 동시에 면역계가 뇌에도 신호를 보낸다는 것입니다.

면역계가 뇌에 신호를 보내면 사회성(sociability)이 떨어지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이 줄어듭니다. 우울한 상태가 되거나 식욕도 떨어질 수 있습니다. 단순히 몸에 힘이 없어서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라, 면역계가 뇌에 신호를 보내 이러한 행동 변화를 적극적으로 유도한다고 보는 것이죠.

예전에는 이걸 설명하기가 어려웠는데, 코로나19를 겪고 나서는 쉬워졌습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을 때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던 초기에는 자가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했죠. 병원체가 다른 사람에게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우리 몸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감염이 일어나면 면역계가 뇌에 신호를 보내 스스로 사람들과 거리를 두도록 행동을 변화시키는 겁니다. 일종의 ‘자가격리’를 유도하는 것이죠.

진화적으로 생각해도 중요한 메커니즘입니다. 과거 여러 사람이 함께 생활하던 환경에서 한 사람이 외부에서 감염되어 돌아왔는데 평소처럼 다른 사람들과 먹고 생활했다면 병원체가 집단 전체로 퍼졌을 겁니다. 반대로 감염된 사람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두게 된다면 전파 가능성을 낮출 수 있었겠죠. 
 

▲ 지난 9월 6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K-Brain 2026'에서 허준렬 교수가 강연을 하고 있다.


Q.
 이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 뇌질환 연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인가요?

그렇습니다. 면역계가 뇌에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몸이 아플 때 모든 것이 귀찮아지는 경험을 생각해 보세요. 그만큼 강력하게 우리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 신호라는 겁니다.

뇌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많은 회사들이 혈액뇌장벽을 통과해 약물을 뇌로 전달하는 여러 기술을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몸에는 이미 뇌 밖에서 뇌와 소통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그 시스템으로부터 뇌에 접근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제가 오늘 전하고 싶은 메시지입니다.

면역계에서 뇌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경로(pathway)가 이미 존재하고, 그것이 상당히 강력한 메커니즘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소통은 한쪽 방향으로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까지는 면역계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주로 말씀드렸지만, 반대로 뇌 역시 면역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플라시보 효과 같은 현상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뇌와 면역계 사이에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Q. 최근에는 장과 뇌의 연관성에 대한 관심도 높습니다. 우울이나 불안 같은 정신 건강 문제도 장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런 연구가 발전하면 앞으로 정신 건강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질까요?

저는 그렇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뇌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해왔지만 성공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앞으로는 기존과 다른 다양한 접근법이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장-뇌 축(gut-brain axis)도 그중 하나입니다. 장에는 수많은 신경세포가 있어서 ‘제2의 뇌’라고도 부릅니다. 또 장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존재하고, 동시에 많은 면역세포가 분포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에게는 시각이나 청각처럼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이는 감각기관이 있습니다. 보지 못하거나 듣지 못한다고 해서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먹지 않으면 살 수 없습니다. 그만큼 장은 우리가 외부 환경과 끊임없이 접촉하고 정보를 주고받는 중요한 통로입니다.

따라서 장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 영향이 장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뇌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장-뇌 축에서도 면역계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Q. 한국의 뇌과학과 바이오 연구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또 해외에서 연구해 온 연구자로서 한국 연구계에 어떤 역할을 하고 싶으신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반도체 이후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중요한 산업이 바이오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바이오는 한국에 굉장히 중요한 분야입니다.

다만 한국 바이오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반도체의 경우 한국이 오랜 시간 기술과 경험을 축적하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됐잖아요. 바이오 분야도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는 곳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배워야 합니다.

한국의 젊은 연구자들이 미국의 선도적인 연구 기관에서 연구하고 경험을 쌓을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하고, 한국과 미국 대학의 연구자들이 공동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도 확대해야 합니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연히 미국의 주요 대학에서 교수가 됐고, 그래서 한국과 미국의 연구자들을 연결하고 이런 기회를 만드는 데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미 연구 협력을 확대하는 데 가능한 한 많이 참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뇌과학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바이오 전반에서 한국의 젊은 연구자들이 세계적인 연구자들과 함께 연구하고 배울 수 있는 장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교류와 협력이 축적돼야 한국 바이오 연구의 경쟁력도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9월 6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K-Brain 2026’ 특별 강연에 앞서 인터뷰하고 있는 허준렬 하버드 의대 교수.


Q.
 연구 환경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요. 교수님 개인적으로는 오랜 시간 연구를 계속하게 만드는 동력은 무엇인가요?
 

일단 재미있습니다. 어떤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검증해 보면 대부분 틀립니다. 그런데 틀린 결과에서도 또 새로운 가설이 나오고, 다시 그것을 검증하게 됩니다. 그런 과정 자체가 재미있어요.

또 하나의 동력은 저희가 기초연구를 하지만, 이를 통해 지금까지 치료법이 없었던 질환에 새로운 치료법의 힌트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입니다.

연구하다 보면 자폐스펙트럼 증상이 있는 분들과 부모님들을 만나기도 하고, 저희 연구실에서는 또한 루게릭병도 연구하기 때문에 관련 환자분과 가족분들을 접하게 됩니다. 이런 신경 관련 질환들에는 안타깝게도 아직 크게 도움이 될 증상 완화 혹은 치료할 방법이 없습니다.

저희는 그런 질환을 생쥐 모델로 만들어 여러 가설을 검증합니다. 그 과정에서 실제로 생쥐 모델의 증상을 완화하는 결과가 나올 때가 있어요. 그럴 때 굉장히 흥분됩니다. 물론 생쥐에서 가능했다고 해서 사람에게도 반드시 가능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직 치료법이 없는 인간의 질환을 생쥐 모델로 구현하고, 여러 가설을 검증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면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아직 아무도 해보지 않은 것이니까요. 그런 데서 연구의 재미와 동력을 얻습니다.
 

Q. 마지막으로, 면역계와 신경계를 오랫동안 연구하고 세계 여러 연구자들과 교류하면서 사람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변화가 있었나요?

점점 겸손해지는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럴 수도 있고, 연구를 오래 해서 그럴 수도 있고요. 어렸을 때는 아주 작은 세계를 보고 있었던 것 같아요. 연구를 계속하다 보니 제가 어렸을 때 팝스타처럼 생각했던 과학자들이 어느 순간 제 주변에 있고, 노벨상 수상자 같은 분들도 동료 연구자로 만나게 됩니다.

그분들을 보면서 여전히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저분들도 결국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위대한 발견들도 결국 사람이 한 것이구나 싶고요.

그런 경험이 쌓이면서 점점 겸손해지는 것 같습니다. 예전보다 모든 것을 조금 더 담담하게 바라보게 된다고 할까요. 제가 할 줄 아는 것으로,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글. 전은애 수석기자 hspmaker@gmail.com / 사진. 김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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