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난 이들이 준 선물

세상을 떠난 이들이 준 선물

나를 기쁘게 하는 것들

브레인 103호
2024년 02월 16일 (금)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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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죽음을 접하게 된다. 노환으로, 사고로, 그리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까지 죽음의 모습은 다양하다.

10여 년 전, 바다에서 수백 명의 아이들이 숨지고, 지지난해에도 159명의 젊은이들이 좁은 골목길에서 황망하게 목숨을 잃어 많은 이들이 가슴 아파했다.하물며 세상을 떠난 이들의 가족은 평생 얼마나 가슴 에이는 그리움을 품고 살아갈지 상상하기 힘들다. 

사고든 병이든 사랑하는 가족을 남겨두고 먼저 눈을 감는 이들이든 고통 속에 남은 이들의 심정에 대해 감히 뭐라 말할 수는 없으나, 그들이 세상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 중 하나가 나는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다.”

누군가에게는 살아있기만 해도 기쁜 날인 이 소중한 날들, 자유롭게 걸어 다니고 크게 심호흡하고 보고 싶은 사람과 만나 함께할 수 있는 날들을 살아가면서도 때때로 힘들고 지칠 때면 먼저 떠난 이들을 생각한다. 

어떤 때는 스스로 세상을 등진 이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유명한 연예인이 숨지면 대중은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로 인해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린다.

젊은 시절 나에게도 그런 고비가 있었다. 절친이던 친구의 자살, 암으로 세상을 떠난 동료 강사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점점 죽음에 골몰하는 습관이 생겼다. 매년 생일 때가 되면 유언장을 작성하면서 그날이 세상에서 나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지난 삶을 되돌아보며 소회를 적곤 했다.

해마다 유언장을 써서 밀봉해놓고는 다음 해 생일이 되면 개봉해서 읽어보고, 또다시 내 삶의 마지막으로 남겨질 말을 적었다. 이런 의식을 거듭하면서 죽음에 천착하던 내가 차츰 남은 생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지 성찰하고 다짐하는 모습으로 바뀌어가고 있음을 발견했다.

지금도 나는 매일 습관처럼 오늘이 내 생애 마지막 날인 것처럼 상상하며 살아있음의 기쁨을 만끽한다.

바람결이 뺨을 스치는 느낌이 주는 기쁨,
퇴근길에 붉은 노을빛 하늘을 보는 기쁨,
가족과 함께 따뜻한 식사를 함께하는 기쁨,
잠에서 깨어 창문 밖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를 듣는 기쁨, 
커피 한 잔을 내려 음악을 들으면서 글을 쓰는 기쁨,
파란 하늘을, 눈부신 달빛을,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는 기쁨,
꽃향기를 맡으며 산책하는 기쁨. 

나를 기쁘게 하는 이 모든 것들은 먼저 떠나간 이들이 내게 준 선물이며,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잊지 않게 하는 삶의 지침이 되어준다.
 

글_손애경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미디어콘텐츠창작학과 교수 
그림_호연 유튜브 ‘호연일기’ / 인스타그램 @hoyeon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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