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뇌는 시시각각 자랍니다

아이의 뇌는 시시각각 자랍니다

[뇌교육 코칭] 연령별 두뇌 발달 특징에 따른 육아법

브레인 94호
2022년 09월 16일 (금)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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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일곱 살 된 아들이 제게 ‘엄마는 왜 약속을 안 지키느냐’며 따지고 들어 당황스럽습니다. 순간 ‘너도 약속 안 지키잖아’라고 대꾸할 뻔했어요. 일곱 살 아이의 성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말을 부탁드립니다.


한 엄마가 4세 딸과 6세 아들을 데리고 어린이집으로 등원하는 길입니다. 가는 길에 마트가 보이자 딸아이가 엄마에게 마트에 가서 무언가를 사달라고 합니다. 엄마는 아이에게 지갑을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에 마트에 갈 수 없다고 설명하면서 어린이집 가는 길을 재촉합니다. 하지만 아이는 계속 마트에 가자고 조르며 칭얼거립니다. 다시 아이를 달래보지만 통하지 않자 엄마는 아들의 손을 잡고 ‘엄마랑 오빠는 어린이집 간다’ 하며 돌아서고, 아이는 크게 울음을 터트리죠. 

아이를 기르는 분들은 이런 경우를 흔히 겪으셨을 겁니다. 이렇게 아이와 갈등 상황이 벌어질 때 아이의 시기별 두뇌 발달 특성을 이해한다면 좀 더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습니다.


설득하려고 하지 말고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는게 필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전두엽은 만 3세부터 발달합니다. 전두엽이 계획, 집중 실행, 조절 등의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에 만 3세 이전의 아이가 부모의 말을 이해하고 바람직한 행동을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앞의 4세 아이 엄마도 이 시기 아이의 두뇌 특성을 알았다면 아이를 설득하려고 하기보다 마트에 가고 싶어 하는 아이의 욕구에 공감을 해주며 오후 하원 길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짧게 얘기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흥미 있어 할 만한 주제로 재빨리 화제를 돌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영유아기 아이는 우뇌가 열려있어 주의 전환이 빠르기 때문에 적절한 자극을 주면 금방 그것에 주의를 돌려 집중합니다.

전두엽이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전인 만 3세 이하 영아들이 위험하거나 부적절한 행동을 할 때는 짧고 단호하게 ‘안 돼’, ‘그만’ 하고 말하고, 필요하면 아이를 안아 올려 행동을 멈추게 하고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려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부모가 아이에게 계속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거나, 위험한 행동을 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으면 아이는 오히려 자신의 욕구가 좌절된 것에 집중하게 됩니다.


만 3세,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를 시작할 때

그렇다면 전두엽이 발달하기 시작하는 만 3세가 되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이때부터는 전두엽이 잘 발달할 수 있도록 상황에 대한 이해, 자신의 감정과 행동에 대한 조망, 이를 통해 바람직한 것을 선택하는 경험 등을 도와주어야 합니다. 즉 아이와 대화를 시작해야 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와 대화를 잘하고 계신가요? 혹시 부모의 일방적인 지시와 강요, 판단과 평가를 대화라고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부모는 자녀가 주도적이고 상황판단력과 문제해결력이 뛰어난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그렇다면 만 3세부터 아이에게 ‘아! 나는 존중받고 있구나’라고 느끼게 해야 합니다. 

여기서 ‘느끼게 해야 한다’고 표현한 이유는 우뇌가 발달하는 유아기에는 말보다 표정이나 태도, 몸짓 등에 더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내 아이니까 아이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안다고 속단하지 마십시오. 

최대한 아이가 표현하려는 마음에 집중해서 공감하는 대화를 해야 합니다. 공감하면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부모 자신의 의견도 전달하고, 아이 스스로 선택해보게 하고, 결과에 대한 예측도 함께 해봅니다. 이렇게 할 때 아이는 존중받는 느낌이 들고, 부모와 신뢰감이 형성되어 자기조절력이 뛰어난 아이, 전두엽이 잘 발달해서 사고력, 집중력,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난 아이로 자랄 수 있습니다.
 

▲ GettyImages


만 4세가 되면 또래 관계를 잘 관찰해야

만 4세 시기에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또래 관계에 매우 예민해진다는 것입니다. 만 3세까지는 아이들이 여럿 모여 있어도 같이 놀기보다 각자의 놀이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만 4세가 되면서 친구들과 상호작용하는 모습이 많이 보이고, 그런 만큼 자기 뜻대로 해주지 않는 친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잘 다니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갑자기 가기 싫어하는 이유를 들어보면 친구와의 관계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자녀의 사회성 발달의 기초는 아빠와의 관계에서 형성된다는 연구결과가 많은 만큼 이 시기에는 아빠와 아이가 좀 더 적극적으로 놀이시간을 가지면 좋습니다. 또한 아이와 친구의 관계를 우리 아이의 감정에만 초점을 맞춰서 보지 말고 자연스러운 사회화 과정이라고 생각하세요. 자녀가 친구 관계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방법을 함께 의논해보고, 역할놀이 방식으로 시뮬레이션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좌뇌가 발달하는 7세부터는 함께 의논해야

만 5세에서 7세 시기의 두뇌 발달 특징은 좌뇌가 활성화하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흔히 우뇌는 느끼고 상상하는 뇌, 좌뇌는 생각하는 뇌라고 하죠. 좌뇌가 발달하는 7세 반 교실에는 고자질이 난무합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친구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판단해 선생님에게 알리는 것이죠. 

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전까지는 부모가 하는 말에 잘 따르던 아이가 자기 주장이 강해지고,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부모의 말이 앞뒤가 다르다면서 따지기도 합니다. 이럴 때 부모는 ‘말 잘 듣던 아이가 왜 이러지’ 하며 당황하지 말고 ‘아이의 뇌가 잘 발달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아이의 의견을 잘 듣고 인정해 주면서 대화를 이끄세요. 아이와 대화할 때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좋은 방법을 찾아보자’ 같은 표현을 많이 사용하면 좋습니다. 이는 전두엽을 자극해 문제해결력을 키우는 열쇠 역할을 합니다.


영유아 시기에 가장 중요한 뇌 발달 교재는 부모 자신 

7세 아들이 엄마에게 왜 약속을 안 지키느냐며 따지고 든다 하셨죠. 자기도 약속을 안 지키면서 말이죠. 약속과 규칙을 기억하고, 자신의 욕구를 적절하게 조절하여 그것을 잘 지키는 것은 뇌의 전두엽 중에서도 전전두엽에서 하는 일입니다. 고차원적인 기능을 하는 전전두엽은 20대 성인이 돼서야 대략 완성됩니다. 이렇게 볼 때 엄마의 전전두엽은 완성형이고, 아이는 매우 미숙한 상태이죠. 그렇다면 엄마는 아이와 한 약속을 잘 지켜야 하고, 아이는 아직 약속을 지키기가 쉽지 않은 게 자연스러운 일이지 않을까요?

아이에게 어떤 기대를 하기 전에 먼저 아이의 뇌 발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또한 부모로서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영유아 시기에 가장 중요한 뇌 발달 교재는 바로 부모 자신입니다.


글. 이은정
키즈뇌교육 수석연구원.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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