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아침이 기다려지는 열여덟 살,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홍성은입니다"

“내일 아침이 기다려지는 열여덟 살,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홍성은입니다"

[특별기획] 대한민국發 교육 실험, 대안학교 '벤자민인성영재학교'를 주목하다
[3편] 친구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1년을 보내고 있는 열여덟 살 성은이의 하루

“내일 아침이 궁금하고 기다려지는 고등학생이 몇 명이나 될까요?
저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열여덟 살이에요. 하루하루 저에게 주어진 시간들이 참 감사해요.”

열여덟 살을 돌이켜보면 ‘고3’을 앞두고 한껏 긴장했던 생각이 납니다. 이제는 정말 ‘죽었다' 생각하고 공부만 해야 한다는 이야기, 앞으로 1년이 내 인생을 좌우할 거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죠. 시간이 가는 게 겁이 나기도 했고, 아예 이 시간이 확 지나 가버렸으면 하는 생각도 간절했습니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홍성은 양

그런데 홍성은 양(18, 벤자민인성영재학교 3기)은 달라도 아주 달랐습니다. 내일 아침이 궁금하고 기다려진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스스로를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열여덟 살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성은 양이 궁금해졌습니다.

'왜 살아야 하는 걸까?' 고민 많던 여중생
자신을 위해 용기 내 대안학교 선택

원래부터 성은 양이 ‘세상 제일 행복한' 열여덟 살은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성은 양도 친구들처럼 고민도, 걱정도 많은 10대였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 중학교 때 미술을 시작했지만 주변 친구들과 비교하며 힘들었습니다.

“(공부는) 해야 하니까 했어요. 시키는 대로만 하다가 겨우 내가 하고 싶은 것(미술)을 찾았는데 힘들었어요. 미술학원에 다녔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미대를 가려고 입시미술을 해온 애들하고 중2 때 시작한 저하고 차이가 너무 많이 나더라고요.

제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뭔지, 왜 사는지 몰랐어요. 그저 학교 갔다가 학원 갔다가 때 되면 시험치고 성적표 받고…. 친구들끼리 '우리가 이렇게 살려고 태어난 걸까?' 이야기도 많이 했지만 답은 못 찾았어요. 시키니까 공부하고, 성적으로 평가하니까 경쟁하고. 겉으로는 열심히 했지만 속으로는 무척 힘들었어요."

▲ 성은 양은 '대청마루'(대한민국 청소년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모임)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24일 서울 광화문 중앙광장(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찍은 사진입니다. [사진=본인제공]

미술을 좋아했지만 확신이 없었습니다. 적성을 찾고 싶었지만 시간적인 여유도, 다양한 활동을 해볼 생각도 못 했습니다. 그렇게 중학교 졸업을 앞둔 어느 날, 사촌오빠가 '벤자민인성영재학교'를 소개해주었습니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할 수 있고 전문가로부터 멘토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고 했습니다.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대안학교를 간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쓰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눈 딱 감고 스스로를 위해 용기를 내어 선택했습니다. 그 길로 집(강원도 원주)을 떠나 지금은 전북 전주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완전자유학년제를 시행하고 있는 대안학교, 거기에 부모님이 없이 독립한 성은 양의 하루는 어떨까요.  

성적이 아니라 저마다의 재능을 주목하는 학교
“남들과 다른 길이지만 저를 위해 선택했어요"

벤자민인성영재학교는 학생 수만큼 커리큘럼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보통 학교처럼 성적으로 줄 세우지 않는 대신, 학생 저마다의 관심과 재능, 목표에 따라 스스로 일정을 구성하고 활동할 수 있습니다. 벤자민학교 학생들은 각 지역 학습관 친구들과 온∙오프라인 수업을 함께하고, 나머지 일정은 각자 자신에게 맞는 다양한 일정을 보내고 있습니다.

성은 양의 하루도 남다릅니다. 아침 9시에 일어나 새벽 1시까지 매일매일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성은 양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바로 틈틈이 하는 자기계발 시간과 잠자기 전에 빼먹지 않는 명상의 시간입니다. 


"쫓기듯 지내지 않아도 되고, 원하지 않는 경쟁에서도 벗어나니까 여유가 생겼어요. 그리고 벤자민학교에서는 자기성찰을 위해 명상, 일지 쓰기를 꼭 해야 하는데요, 명상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를 보는 힘이 생겼어요. 또 벤자민학교 선생님들은 저를 성적이 아니라 저의 있는 그대로를 봐주세요. 항상 긍정적인 말씀을 해주시죠. 이런 여러 가지가 모이니까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정말 바쁘게 지내요. 디자인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아트디렉터(Art Director)가 되고 싶어서 공부도 하고 전시, 강연도 찾아다니죠. 벤자민학교에서 하는 다양한 행사, 공연 준비도 이런 제 꿈에 도움이 되고요."

청소년기는 전전두엽이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시기라고 합니다. 그만큼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통해 뇌에 충분한 자극을 주어야 할 때인데요, 성은 양은 이 중요한 시기를 벤자민학교에 다니며 자신만의 길을 멋지게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교육이) 문제라고 하면서도 누군가의 강요로 생각 없이 길을 가고 있어요. 저도 예전에는 그 사람들 중 한 명이었고요. 그 길을 벗어나는 게 참 두려운 일이지만 자기가 간절하게 찾고자 하는 게 있다면 용기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여전히 걱정도 하고 흔들릴 때도 있어요. 그래도 벤자민학교라는 이 특별한 학교에 다니면서 제가 직접 그린 지도에서 저만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자부심, 자신감이 생겼어요."


강만금 기자 sierra_leon@li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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