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숙 강사가 아랫배 단전을 두 주먹으로 두들기고 있다(사진=윤한주 기자)
“하하하, 호호호”
웃음이 터졌다. 어르신들이 배꼽을 쥐면서 웃는 소리가 강의실을 가득 메웠다.
지난달 12일 서울 구립용마경로복지센터에서 단전호흡반을 지도하는 정인숙 강사(서울시 노원구국학기공연합회)는 “일단 회원의 가슴부터 열어줘요. 그래야 저와 하나 되거든요. 오늘은 어르신들의 표정이 밝네요. 웃음치료를 해야겠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기체조와 명상이 50분 동안 진행됐다. 어르신들은 정 강사의 지도에 적극적으로 따랐다. 정 강사 또한 회원들의 자세를 바로 잡아주면서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노재순 씨(70, 서울 망우동)는 “변비가 많았는데, 해소됐다. 30분 전에 미리 와서 기다린다”라고 말했다. 정흔덕 씨(70, 서울 면목동)는 “수영도 해보고 산에도 가봤는데, 지금은 이것만 해요. 오지 말라까 봐 걱정이야”라고 말했다. 정 씨는 “머리가 항상 아팠는데, 지금은 눈도 밝아지고 몸도 가벼워졌다”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복지센터의 한 직원은 “강사님은 에너지가 넘친다. 초기 우울증 증세가 있던 어르신이 좋아진 사례가 있다”라고 전했다.
이현웅 관장은 “요즘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어르신 건강으로 도움이 많이 된다”라며 “공간만 더 넓으면 많이 올 텐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관장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니 많이 소개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 서울 구립용마경로복지센터 단전호흡반 어르신 수강생들이 수련을 받으면서 즐거워하고 있다(사진=윤한주 기자)
인생은 사람공부
정 강사는 결혼하고 옷가게를 열기도 했지만 주부로 지낸 시간이 많았다. 40대 초반 몸이 아파서 시작한 ‘브레인명상’이 운명을 바꿨다고 한다.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소질을 발견한 것. 이후 13년 이상 복지센터, 동 주민센터, 아파트부녀회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지난 8일 국학원 본원(충남 천안시)에서 3천 명 강사가 모인 ‘국학기공 대선사 추대 및 전국국학기공대축제’에서 홍익강사상을 받았다. 그동안의 강사생활을 들어봤다.
-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꿈과 희망도 없이 살았어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힘닿는 데까지 강사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 회원들이 강사님을 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목캔디를 매달 사주시는 분이 계세요. 복숭아, 껌, 초콜릿을 가방에 넣어주기도 하고, 떡을 만들어오기도 하죠. 저를 너무 기다리고 좋아해요.”
- 강사생활을 돌아보니 어떻습니까?
“저는 ‘사람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옛날에는 잘난 척을 했는데, (지금은) 사람들을 만나보니 제가 잘나지 않았더라고요. 똑같더라. 생각의 차이가 있을 뿐인 거죠.”
▲ 정인숙 강사가 서울 구립용마경로복지센터에서 단전호흡반을 지도하고 있다(사진=윤한주 기자)
- 고비도 있지 않았을까요?
“이 세상에 쉬운 것은 없습니다. 강사의 길이 힘듭니다. 그 고비를 넘어야만 공부가 되고 나의 것이 됩니다. 자신감이 생깁니다. 끝까지 가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 수업이 없는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저는 끊어진 적이 없습니다.”
- 그 비결은 무엇입니까?
“강사생활은 날씨로 비유해요. 비 오는 날도 눈 오는 날도 있고 흐린 날도 있어요. 그것을 넘어가면 좋은 날이 더 많아요.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서 제 가슴이 살아나요. 그 열정으로 하다 보니깐 어디서 쫓겨난 적이 없어요. 책임감이 중요한 것 같아요.”
▲ 수강생이 앉아서 손을 흔드는 가운데 정인숙 강사와 이현웅 관장이 서서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윤한주 기자)
10년 이상 장수하는 비결
- 복지센터 한 직원은 회원관리를 잘한다고 하더군요.
“사람은 사랑을 받고 싶어 해요. 선생님 이름만 불러주면 좋아하는 것 같고 그게 바로 사랑이 아닐까요? 한 분 한 분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주는 겁니다.”
- 회원 이름을 모두 아세요?
“처음에는 잘 모르는데, 차츰차츰 알게 됩니다. 너무 많으면 감당이 안 되죠.”
- 오늘 수업에서 신입회원을 앞에 나와서 소개하더군요.
“그것은 꼭 합니다. (회원이) 기운을 받도록 해주는 거죠. 그 기운으로 오늘만 오는 것이 아니라 내일도 오게끔 그분의 기운을 살려주는 거예요. 소개하고 칭찬해주고 그래요.”
- 어르신 회원이 많습니다.
“고령화 사회가 되다 보니깐 어르신들이 갈 곳이 없어서 복지관으로 와요. 세월이 흐를수록 우리 직업이 좋아지고 있어요. 어르신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있는 동안 이 수업을 끝까지 들으시라. 몸과 마음도 건강하게 만들어드릴 자신이 있다. 이것처럼 좋은 것도 없다고 이야기해요. ”
▲ 정인숙 인성교육강사(사진=윤한주 기자)
- 지도방법이 다른 것인가요?
“사람을 보면 어떻게 해야 할지 정리가 돼요. 이 분은 이렇게 바꿔주고 저 분은 이렇게 풀어줘야겠다. 얼굴이 어둡습니다. 눈동자에 힘도 없고 동작도 못 따라 하시는 어르신이 있어요. 예전의 나도 그랬을 거다. 어머니를 살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지도해요. 그러한 분은 생각대로 다 바뀌셨어요. 병원에 가지 않고 침도 안 맞게 되고 좋아하시죠. 제가 그만두고 싶어도 이러한 분들을 버릴 수가 없어서. 하다 보니 한 곳에만 10년 이상 하고 있어요(웃음)”
- 자기관리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교육을 많이 받으러 가요. 자격증만 명상, 웃음, 뇌교육, 스포츠댄스 등이죠. 한마디로 강사는 만능탤런트다. 만능이 되지 않으면 사람과 어울리지 못하고 소통이 안 돼요. 강사생활을 오래 하지 못합니다. 준비해온 것은 하나도 없어요. 즉흥적으로 합니다. 또 절대로 긴장을 내려놓지 않아요. 똑같은 것을 가르치면 안 되고 새로운 정보가 들어가야 해요. 그 사람의 마음을 읽어야 해요.”
글. 사진 윤한주 기자 kaebin@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