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한일월드컵 태극전사와 제2연평해전의 전사자는 여러모로 비교된다. 나라를 대표해서 살았던 청춘들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전자는 부와 명예 그리고 군 면제를 거머쥐었다. 반면 후자는 기억하는 이가 많지 않다. 그러한 점에서 6.25 한국전쟁 발발 65년을 앞두고 개봉한 영화 <연평해전>은 이들의 영혼을 스크린으로 부활시켰다. 수많은 후원자의 이름만큼이나 정성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지난 2002년 6월 29일 연평도 근해 북방한계선 부근 해상에서 일어난 연평해전(延坪海戰)은 북한 해군 경비정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됐다. 대한민국 해군의 참수리 357호에 있던 승무원 중 6명이 사망, 19명이 부상했다. 이들의 사연은 극장에서 만나보기를 바란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나라사랑’이란 것이 무엇인가? 라는 물음이다. 그것은 스포츠 경기에서 태극기를 들고 응원하는 것도 있겠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기 자리를 지키는 정신(spirit)이다.
대부분의 권력자는 나라가 위급할 때 도망치기 바빴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한양을 버리고 신의주로 피난한 선조임금이나 6.25에서 도망친 이승만 대통령이 그렇다. 심지어 이 대통령은 일본으로 망명을 요청했다는 것이 KBS에 보도됐다. 하지만 권율 장군은 행주산성에서 선조가 부른 명나라의 도움 없이도 왜군을 물리쳤다. 또 수많은 군인과 학도병이 목숨을 바쳐서 대한민국을 지켰다. 이들에게서 나라사랑이 무엇인지 느낀다.
영화에서도 조타장 한상국(진구) 중사는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의 시신은 바닷속에 가라앉은 참수리 고속정 357호 조타실에서 수습됐다. 한 중사는 키를 붙잡은 채 발견됐다고 한다. 육신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정신은 지금도 해군과 함께 영원하리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의 바다를 지킨 고(故) 윤영하 정장을 비롯한 해군 전사자의 명복을 빈다. 그들의 정신은 아래의 시에서 담겨있다.
사람은 왜 사느냐.
이상을 이루기 위해 산다.
보라! 풀은 꽃을 피우고
나무는 열매를 맺는다.
나도 이상의 꽃을 피우고
열매 맺기를 다짐하였다.
우리 청년시대에는
부모의 사랑보다,
형제의 사랑보다,
처자의 사랑보다도
더 강인한
사랑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라와 겨레에 바치는
뜨거운 사랑이다.
나의 우로와 나의 강산과
나의 부모를 버리고라도
그 강인한
사랑을 따르기도 결심하여
이 길을 택하였다.
- 매헌 윤봉길 의사의 어록
글. 윤한주 기자 kaebin@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