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로 보는 세상] 안동 초등학교 신입생 예비소집 논란

[뇌로 보는 세상] 안동 초등학교 신입생 예비소집 논란

학창시절 새 학년이 되는 3월에는 항상 가정환경 조사가 있었다. 학급 전원이 사이좋게 앉아 부모님의 직업 및 학력, 거주하는 동네 등에 따라 손을 들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당시에는 이런 일이 문제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성인이 된 후 학창시절 그때 일을 떠올려 보면 어떻게 그런 일을 공개적으로 진행했는지 놀랍기만 하다. 

그런데 여전히 이렇게 사회경제적 수준으로 학생들을 분류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어 안타깝다. 최근 경북 안동의 한 초등학교 예비소집일에 신입생들을 주거 환경 수준에 따라 줄을 세워 논란이 일었다. 입학식을 앞두고 200여 명의 신입생과 학부형들이 학교 강당에 모인 가운데, 학교 측은 '고급 아파트', '임대 아파트', '기타' 순으로 쓰인 팻말 앞에 줄을 서도록 해 학부모들이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업무를 편리하게 하기 위해 행정구역별로 나누는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초등학생이 된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에 간 첫날,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따라 줄을 세우는 것은 양심적이고 바른 인성을 가르쳐야 할 학교가 먼저 '세상은 이런 곳이다!'라며 냉정한 현실을 보여준 것 같다. 사람을 차별하는 환경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과연 성품이나 인성을 제대로 갖춘 아이로 자랄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생후 15개월 아기도 다른 사람과 무언가를 나누는 것을 이해하고, 이것이 공정한지 불공정한 상황을 구분한다고 한다. 공정한 대우를 받을 때 반응하는 달콤한 초콜릿을 먹었거나 기분 좋은 일이 있을 때 반응하는 뇌의 부위는 같다. 반대로 불공정한 대우를 받으면 정서적·신체적 고통을 받을 때 반응하는 배측 전대상피질(dACC)이 활성화된다.

▲ 배측 전대상피질(dACC)(이미지=neuro.questionsthatmatter.info/placebo_depression.php)

공정함은 우리 인간이 사회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 중 하나이다. 공정한 대우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존중함을 의미하며, 언젠가 서로 나누거나 분배해야 할 일이 있을 때 우리의 몫을 공정하게 챙길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공정함은 우리가 사는 사회가 살아볼 만한 곳임을 보여주는 ‘희망’이다. 부디 아이들에게 그 희망을 남겨줬으면 한다.

글.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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