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를 쌓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리지만, 잃는 건 한순간이라는 말이 있다. 지난해 ‘땅콩회항’ 사건 이후 성공한 청년사업가의 외제차 망동사건 등이 연달아 일어나며, 그 어느 때보다 최고경영자(CEO)의 도덕성과 인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는 기업의 이미지와 직결되어 경영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 소비자는 물질만능주의나 성과주의에서 벗어나 공존과 상생을 추구하는 기업을 선호한다. 이러한 흐름 가운데 사람을 중심에 두고 이해관계자 모두의 행복을 추구하면서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행복경영’을 실천하는 CEO를 만났다. 직장인교육 전문기업 휴넷의 조영탁 대표이사를 지난 1월 26일 서울 구로구 회사 회의실에서 인터뷰했다.
▲ 직장인교육 전문기업 휴넷의 조영탁 대표이사
- 조영탁 대표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 건 매일 아침 이메일로 전달되는 ‘행복한 경영이야기’이다. CEO와 석학들의 명언에서 리더십 원칙과 경영 노하우를 매일 직접 작성한다고 들었다.
나름대로 경영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1999년 창업 이후 2~3년 경영하다 보니 생각만큼 잘되지 않았다. 운영을 잘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운영 목적부터 잘 정립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경영이라는 방법론을 다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기업, 경영자, 교수, 컨설턴트를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단기간으로도 성장하지만 궁극적으로 우리가 가야 할 목표, 모델이 무엇인지 찾았다. 그렇게 찾은 것이 '행복경영'이었다.
매일 공부하고 정리하면서 좋은 글을 혼자만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이왕 공부해서 콘텐츠를 만들어 이걸 주위 사람들에게 전해보자고 생각했다. 2003년 10월부터 시작해 현재 200만 명에게 매일 발송한다. 1회 차 원고를 작성하려면 책 읽고 정리하는 데까지 보통 한 시간 정도 걸리는데, 3천 시간 정도 사회에 재능 기부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게 브랜드가 되어 우리 회사 사업에 도움이 되었다.
- 행복경영이라는 말이 이상적으로 들린다.
행복경영은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목적, 수단, 방법이 모든 이해관계자의 행복추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행복경영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대상은 바로 직원이다.
사람들이 행복할 때 정말 극대의 성과를 창출할 수 있기에 제일 중요한 게 직원 행복이다. 행복한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면 고객 행복, 고객이 행복하면 주주도 행복해지는 이런 모델을 만들었다.
2003년 ‘행복경영’이라는 경영이념과 직원 최우선의 원칙을 설명하면 너무 이상적이라 경영 현장에서 실현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행복경영을 한 마디로 남을 먼저 이롭게 해줌으로써 내가 이롭게 된다는 자리이타(自利利他)(※자리이타란 대승불교의 핵심원리로 자신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남을 위해서도 불도를 닦는 것을 말한다)라 정의한다. 사회에서 기업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한데 우리나라 대기업은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기업의 목적이 충실하고 방법론이 정직할 때 국민들과 고객이 정말 이 회사 잘됐으면 좋겠다 생각할 수 있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
- 최근 대한항공 사태처럼 'CEO 리스크'라 할 정도로 경영자의 도덕성, 인성이 회사 경영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기업에 기대하는 사회의 요구와 기대가 커졌다.
기업의 규모, 업종에 상관없이 지금까지 쌓은 이미지가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글로벌한 무한경쟁 시대가 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극도의 투명성이 요구되고 있다.
예전에는 회사의 내부 정보가 외부로 나가는 통로는 방송과 신문 정도로 통제가 쉬웠다. 그러나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우리 회사 구성원 중 누군가가 대수롭지 않게 내뱉은 말 한마디가 확산되고 재생산될 수 있다. 결국 기업 운영의 본질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 공룡이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멸종했듯이 기업이 달라지는 사회 환경에 능동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조영탁 대표는 1999년 경영과 리더십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주)휴넷을 창업했다. 온라인 MBA(경영학 석사)부터 인문학 강의, 부모역할 교육, 청소년 리더십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직원 최우선의 원칙’에 따라 직원들의 자기 계발을 위해 기업 내 직원 교육지원, 대학원 지원, 도서구입 무한 지원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또 5년 근속한 직원에게는 한 달간의 ‘학습(유급)휴가’를 제공한다. (편집자 주)
- 글로벌 경쟁시대에 개인의 경쟁력이 강조되고 있다. 직원행복경영을 위해서는 훌륭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소설 《삼국지》에는 40대 후반의 유비가 20대 후반의 젊은 제갈공명을 얻기 위해 삼고초려(三顧草廬)하는 대목이 나온다. 유비가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 젊은 제갈공명을 괘씸하게 여기고 그냥 돌아섰다면 삼국의 한 축을 이루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사람은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것(everything)'이다. 휴넷은 ‘4C for you’라는 회사의 인재상을 만들어 회사의 비전과 미션, 핵심가치를 철저하게 지키려고 노력한다. 일에 몰입하는 열정을 가진 사람(Commitment & Passion), 끊임없이 학습하는 사람(Continuing Learning), 매사에 CEO 마인드로 임하는 사람(CEO Mind), 변화와 창조를 즐기는 사람(Change & Creation)이다.
무엇보다 능력보다 태도가 중요하다. 능력이 많은 사람이라도 정직성과 성실성이 없다면 결국 회사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회사의 비전과 핵심가치를 이해하고 이에 맞게 실천하는 사람이 인재가 될 수 있다. 나는 회사의 사명에 부합하는 사람이라면 십고초려(十顧草廬)도 마다하지 않는다.
▲ 조영탁 대표
- 휴넷의 정년이 만 100세라고 들었다.
휴넷 취업규칙 제8장 55조에 ‘정년은 만 100세로 하고 정년에 도달한 월에 퇴직한다’로 되어 있고, 실제 노동부에 그렇게 등록했다. 내 생각은 직급이나 나이와 관계없이 같이하는 세상을 만들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인구의 고령화는 10여 년 전부터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연공서열제도는 시간이 갈수록 업무 생산성이 향상되다가, 어느 순간 떨어진다는 가정을 전제하고 있다. 즉, 급여는 계속 오르지만 생산성은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생산성이 유지되고, 급여를 연공에 따라 무조건 올리는 방식만 아니라면 평생 근무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도입하게 되었다. 지식사회에서 사람들의 지적 능력은 정년과 함께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지식이 유용하면 육체적 나이를 떠나 얼마든지 일할 수 있도록 사규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원은 생산성을 끊임없이 높일 수 있게 노력해야 하고, 회사는 급여 체계를 바꾸어야 한다. 고용 방법도 다양한 방식으로 유연화 해야 한다.
- 최근 우리나라 기업의 직원교육 경향은 어떠한가?
우리나라 HRD(인적자원개발)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HRD의 중요성을 대기업들이 다 알고 있어서 경제 상황이 어렵다고 교육비를 줄이는 것은 하지 않는 것 같다.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직원교육을 하지 않는다. 요즘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제로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들이 빨리 성장해서 직원 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
대기업 역시 아직은 교육 콘텐츠가 보수적인 편이다. 스마트러닝, 플립트 러닝(Flipped Learning, 거꾸로 학습) 등을 도입하는 것을 주저하는 것 같다.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기 때문에 HRD에 최신 기술과 장비를 접목해 미래지향적이고 공격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조영탁 대표는 … 1965생.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금호그룹 회장부속실, 미래기획단 등에 근무하며 서울대 경영대학원 석사학위와 공인회계사 자격을 취득했다. 1999년 경영과 리더십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주)휴넷를 창업했다. 대표 저서로 《100억 연봉 CEO》, 《조영탁의 행복한 경영이야기 1,2》, 《행복경영》, 《행복 에너지》 등이 있다. |
글.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 / 사진. 조해리 기자 hsave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