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 김연아가 선수로서의 마지막 스케이팅을 마쳤다. 스스로 담담한 표정으로 "할 수 있는 것을 다해서 만족스럽다."라고 말했지만, 서명운동이 번지는 등 판정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여왕의 목에 걸린 은메달이 세계무대에 '양심'의 파문을 일으켰다.
피겨의 불모지라던 한국의 대표선수로서 올림픽 시상대에 두 번이나 섰던 그녀는 이미 한국만의 '영웅'이 아니다.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번번이 자신이 세운 기록을 넘어서며 11번의 세계 신기록을 남겼다. 부상 후 4년 동안 휴식을 취하다가 2014년 소치에서 완벽하게 복귀한 모습에 시카고 트리뷴은 "김연아가 피겨 스케이팅에서 국제적으로 미스테리한 여자 선수가 됐다"고 보도할 정도였다.
▲ 소치 동계 올림픽 여자 피겨 스케이트 대회에서 시상식이 열리고 있다. (출처 = 소치 동계올림픽 페이스북)
김연아가 마지막 무대에서 모든 점프와 연기를 클린으로 선보이고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 분개한 것은 한국만이 아니었다. 미국, 프랑스, 독일 등의 많은 세계 언론도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 ESPN은 '홈-아이스-어드벤티지'라는 제목으로 돌직구를 날렸고 프랑스의 일간지 레퀴프는 "스캔들"이라는 제목으로 "소트니코바는 금메달을 받을 자격이 없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의 불완전한 착빙에도 불구하고 금메달을 걸어준 데에는 러시아의 압력이 있었을 것이라는 논란이 분분하다. 뉴욕타임스가 '소트니코바의 금메달과 김연아의 은메달이 국제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라며 심판진 구성을 공개할 정도이다. 네티즌들의 ISU(국제빙상연맹) 항의 100만 서명이 불붙은 듯 번지고 있지만, 현재 메달 색깔이 바뀔지는 의문이다.
한 선수의 메달에 왜 이렇게 많은 세계인이 공분하는 것일까? 그것은 인류가 공통적으로 가진 가치, '양심'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정하게 경기에 임할 것을 추구하는 스포츠 무대에서의 논란이기에 더욱 석연찮은 것이다. 실제로 "빙상연맹의 압력이 있었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나 메달이 번복되었던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페어 스케이팅 대회는 국제적 비난을 면치 못했다.
세계 88개국이 참가하는 올림픽은 결코 주최국이나 강대국만의 경기가 아니다. 지구인들이 지켜보는 축제이자 이 시대 역사의 단면이다. 그렇기에 이번의 김연아 은메달은 세계 양심에 경종을 울린 셈이다.
올림픽 정신은 '스포츠에 의한 인간의 완성과 경기를 통한 국제평화의 증진'이다. 하지만 이런 무대에서 인간 완성과 평화 증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올림픽 무대 뒤의 사정이 그렇다면, 과연 드러나지 않은 사회의 모습은 어떠할까? 모두가 기대하는, 마땅히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양심'이 살아있을까? 정치, 경제, 학계, 문화 등 우리 사회 전반의 양심 수준은 어떠한지 생각해 볼 일이다.
조해리 hsaver@naver.com
- 카이스트 (한국과학기술원, KAIST) 졸업
-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
-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박사과정
- 브레인미디어 기자
▲ 프리 스케이팅 경기를 마치고 관객에 인사하는 김연아 선수 (출처 =SBS)